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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대주주 기준 3억원 되면 과세 대상 7배↑ 올 연말 주식시장 패닉셀 우려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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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4월부터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춰 납세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기준은 연말 보유 현황을 바탕으로 특정 회사의 지분율이 1%(유가증권시장 기준)를 넘거나 평가금액 기준 10억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사람을 ‘대주주’로 분류하고 있다. 대주주 기준에 부합할 경우 증권거래세 외에 주식거래에 따른 세금을 내지 않는 일반 주주와 달리 대주주에게는 22~33%의 양도소득세와 지방세를 납부해야 한다. 단적으로 올 연말 주식보유액을 기준으로 삼성전자 주식 5000주를 보유한 주주라면 대폭 인상된 양도세를 내야한다. 최근 동학개미운동 등을 통해 유입된 개미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 정치권에서도 요건 강화를 철회하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지만 기획재정부는 3억원 기준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매일경제

▶7년간 5차례나 바뀐 대주주 기준

과세 대상 늘어 투매 우려 높아져


대주주 기준은 최근 몇 년간 급격하게 낮아졌다. 7년간 대주주 기준은 다섯 차례나 변경됐다. 2013년 100억원에서 50억원으로, 2016년에는 다시 25억원, 2018년 15억원으로 낮아졌다. 올해 10억원으로 낮춘 이후 다시 내년엔 3억원으로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당초 취지는 과도한 양도소득을 거두는 재벌 총수를 견제하는 제도로 알려진 대주주 요건이 일반 주주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이에 반발한 개미투자자들도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해임을 요청하는 글은 벌써 11만 명이 넘는 국민의 동의를 받았다. 해당 청원은 진행 중인 국민청원 중 3번째로 많은 이들이 참여한 청원으로 자리했다. 11월 4일 마감되는 이 청원에 20만 명 이상이 동의할 경우 청와대가 공식 답변을 해야 한다.

해당 청원에 따르면 “동학개미들의 주식참여에 어려운 경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코스피는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전 정권에서 수립된 대주주 3억원 건에 대해 국민의 여론과 대통령의 개미투자자들의 주식참여 열의를 꺾지 말라는 당부에도 기재부 장관은 얼토당토않은 대주주 3억원 규정을 고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반발에도 기재부는 “3억원 기준은 자산 양도차익 과세 강화, 공평 과세 취지로 문재인 정부 들어 추진했던 사안이라 수정하기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주주 요건 강화에 따라 연말 투매가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개편안에 따른 대주주 수는 현재 1만2600명에서 9만3500명으로 7배 넘게 늘어난다. 정부당국은 “개편안에 따라 양도세 과세 대상은 600만 명 정도인 전체 주주의 1.5%가량에 불과해 일반 주주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이 대주주로 분류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연말 투매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대주주 기준이 15억원으로 낮아지기 직전인 2017년 12월 개인투자자들은 5조1314억원을 순매도한 바 있다. 10억원으로 변경되기 전인 지난해 12월 순매도 규모는 4조8000억원이었다. 올해 개인투자자가 크게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올해 10조원 이상의 매도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대주주 요건에서 제외되기 위해선 늦어도 12월 28일에 매도주문을 체결해야 한다. 주문 체결 후 주식 양도까지 이틀이 걸리는데 12월 31일은 휴장일이기 때문이다. 시장의 투매가 언제부터 나타날지 예측하기 쉽지 않으나 12월 이전 이른 시점부터 매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매일경제

▶정부 ‘세대합산 폐지’ 카드로 달래기

국회에서 기준 새롭게 바뀔 가능성도


지난 10월 1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식 양도차익 과세 대상인 대주주 요건에서 가족합산을 개인별 과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의 우려와 개미투자자들의 반발이 커지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3억원 기준은 고수하는 대신 기존 세대합산을 폐지하고 개인별 과세를 추진하겠다고 절충안을 제시한 것이다. 홍 부총리는 이를 통해 금액 기준을 7억원 정도로 높이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족 합산이 개인별 과세로 바뀔 경우 주식 매도가 아닌 방법으로도 세금을 피할 방법이 생겨 허술한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증권사마다 제공하는 ‘유가증권대체제도’를 통해 배우자는 10년간 6억원, 성인 자녀는 5000만원, 미성년 자녀는 2000만원까지 증여세를 면제받을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이런 허점이 나오게 된 배경으로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10억원으로의 대주주 요건 완화를 그대로 둔 채 직계존비속만 변경 검토를 하게 돼 발생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여야 의원들이 지난주 국회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공히 “대주주 3억원 기준을 변경하라”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지만 정부 스스로 관련 시행령을 고치지는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대주주 기준 변경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홍 부총리가 국회 입법 절차 진행 시 논의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국회 움직임에 따라 입장을 변경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홍 부총리 스스로도 국회 움직임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대주주 기준 3억원 변경의 공이 국회로 넘어갔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국회 기재위에서는 여야가 같이 법 개정을 추진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여야가 함께 법 개정에 나선다면, 기재부 의견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완강히 반대하는 정책을 여당이 ‘당정 협의’라는 논의 틀을 넘어 별도 입법으로 바꾸려 할지는 미지수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안으로 그대로 확정될 경우 시장의 변동성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개미투자자는 물론 기관투자자들 역시 국회의 논의과정을 유심히 지켜보고 대응해 나가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2호 (2020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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