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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단체행동땐 연판장 돌렸던 검찰, 이번엔 댓글로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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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들 집단반발]

조선일보

검찰 청사 출입문에 비친 검찰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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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수백 명의 검사들이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지휘·감찰권 남용에 반대하는 ‘커밍아웃’ 댓글을 다는 현상을 놓고 법조계에선 “과거 검사들이 연판장을 돌리던 게 떠오른다”는 말이 나왔다.

이전에 검찰 관련 중요 사안이 발생했을 경우, 검사들이 집단적으로 의견을 표출하는 방법은 ‘평검사 회의’와 ‘연판장’이었다. 검찰청별로 회의를 열어 요구 조건을 취합해 검찰 수뇌부나 법무부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2012년 부장검사 뇌물 수수 사건과 수습 검사 성추문 사건이 잇따라 터지자 검사들은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또 2011년 6월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놓고 평검사 회의가 개최돼 비판적 의견을 냈다.

이번에 검사들은 ‘오프라인’ 회동 없이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추 장관이 자신을 비판한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를 겨냥해 “이렇게 커밍아웃 해주시면 개혁만이 답”이라는 ‘보복 시사’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데 대해 검사들은 ‘나도 커밍아웃’이라는 댓글로 ‘온라인 집단행동’을 하고 있다. 검사들의 ‘커밍아웃’ 댓글마다 번호가 매겨졌고 “검사판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 같다”는 말이 검찰 안팎에서 나왔다.

검찰 출신 법조인은 “상명하달 문화가 강했던 과거 평검사 회의와 달리 ‘댓글 커밍아웃’은 완전히 수평적인 의사 표출 방식”이라고 했다. 한 중견 검사는 “과거 평검사 회의는 주로 수석 검사가 소집했고 수석 검사 또한 검사장 등의 소집 요청을 받은 경우가 상당수였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 댓글은 그런 과정 없이 검사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검사들이 ‘댓글’을 선택한 데는 현 정권이 만든 ‘검찰 개혁’ 프레임을 의식했다”는 말도 나온다. 한 검사는 “검사 회의의 경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집단행동을 한다’는 반격을 받을 수 있다”면서 “물론 추 장관 태도에 따라 그런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했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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