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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 냉장고 주인은 누구를 지지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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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뉴욕타임스가 27일부터 온라인에서 실시한 '냉장고 퀴즈'에 등장한 평범한 미국인들의 냉장고 사진들. 냉장고 사진만 보고 트럼프 지지자일지, 바이든 지지자일지 알아맞히는 게임으로, 사흘간 2000만명이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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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냉장고만 열어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인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지지자인지 알 수 있을까?

미 뉴욕타임스(NYT)와 루시드라는 온라인 조사업체가 대선을 앞두고 독특한 실험을 했다. 전국의 트럼프와 바이든 지지자 1000여 명에게 집에 있는 냉장고 속을 찍어 보내 달라고 한 뒤, 독자들에게 사진만 보여주고 누구 지지자인지 알아맞혀 보라고 했다. 지난 27일(현지 시각)부터 사흘간 수백만 명이 2000만 건 클릭할 정도로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이 실험의 가설은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트럼프 지지자들과 바이든 지지자들은 내밀한 일상적 취향도 판이할 것’이란 것이었다. 퀴즈를 푼 이들에게서도 이런 편견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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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퀴즈에서 정답률 86%로 '트럼프 지지자의 냉장고'라고 가장 많이 응답한 냉장고 사진. 탄산음료와 도넛, 팬케이크 등 가공식품이 보인다. 실제 트럼프 지지자의 냉장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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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퀴즈에서 정답률 85%로 '바이든 지지자의 냉장고'일 것이라고 가장 많이 응답한 냉장고 중 하나. 야채와 계란 요거트 등 자연 식재료가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실제 바이든 지지자의 냉장고다.


NYT에 따르면 자연 식재료나 유기농 상품, 고기·우유 대용(代用) 식품이 보이거나 이런 것들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으면 고학력에 진보, 여성으로 추측해 ‘바이든 지지자의 냉장고’로 본 응답자가 많았다. 텅 빈 냉장고도 대도시 거주자나 1인 가구를 연상시켜 바이든 지지자의 것으로 본 이가 많았다.

반면 초코우유나 도넛, 소시지, 대용량 버터, 냉동피자 같은 고칼로리 가공식품이나 맥주, 콜라, 일회용 용기 등이 보이면 저학력 남성을 연상시켜 ‘트럼프 냉장고’로 많이 봤다. 또 냉장고가 어수선하거나 꽉 차 있을수록 농촌·공업지대의 다자녀 가족, 즉 트럼프 지지자의 것으로 추측한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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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퀴즈에서 가장 많은 오답률을 낸 냉장고 사진. 요거트와 야채, 두부, 깨끗한 정리 상태 등을 보고 응답자 88%가 '바이든 지지자 냉장고'라고 답했지만 사실 트럼프 지지자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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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퀴즈에서 가장 많은 오답률을 낸 사진 중 하나. 소시지와 피자, 탄산음료, 더러운 내부 상태를 보고 응답자 87%가 '트럼프 지지자 냉장고'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바이든 지지자의 냉장고였다.


결과는 의외였다. 정답률이 52%에 불과했다. 편견은 절반만 맞았다는 것이다. 무엇이 트럼프 냉장고이고 바이든 냉장고인지 정형화할 수 있는 패턴을 발견하기도 어려웠다고 NYT는 전했다. 독자들은 “누구를 지지하든 다 같은 미국인일 뿐” “인류학적으로 의미있는 실험”이란 호평을 쏟아냈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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