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비보, 오포, 샤오미 등 중국 내 화웨이 경쟁 업체들의 주문량이 증가하면서 화웨이 쇼크는 제한적이었다. 여기에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콘솔 게임기 기업들의 신제품 출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재택근무 증가로 인해 컴퓨터(PC) 수요가 증가, 대형 데이터센터 기업들의 서버투자가 이어지면서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3회 국제인공지능대전에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 부스가 마련돼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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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86억7900만 달러로 전년 10월(78억6200만 달러) 대비 10.4%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 7월 5.6% 증가세로 전환한 뒤, 8월 2.8%→9월 11.8%→10월 10.4% 등 상승세를 이어갔다. 일평균 수출액은 7월(3억1500만달러)→8월(3억7300만달러)→9월(4억1320만 달러)→10월(4억1330만 달러) 등을 기록했다.
◇비보·오포·샤오미 등 대체효과… 신형 게임기 출시도 ‘호재’
화웨이에 대한 수출 금지에도 국내 반도체 산업이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국 비보, 오포, 샤오미 등 경쟁 업체들의 ‘대체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화웨이의 제재 속에 점유율을 높이려는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의 생산량 증가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경제지 카이신(Caixin) 등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5위의 오포가 올해 하반기부터 스마트폰 생산량 목표치를 사상 최대치로 잡으며 화웨이 제재에 따른 빈자리를 공략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포는 올해 하반기에만 1억1000만대에 달하는 생산량 목표치를 위해 부품을 수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올해 상반기의 두배에 달하는 물량이다.
삼성전자 연구원이 생산된 반도체 웨이퍼의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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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지난달 중국의 반도체 수출액은 26억달러로 전년 대비 3.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15.2%), 아세안(15.1%), 유럽연합(13.7%) 등 주요 수출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실적도 상승세를 보였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 수출이 금지된다고 해서, 그 물량 전체가 빠지는 것은 아니다"며 "반도체는 핵심 부품이기 때문에, 그 물량을 누군가 대체하는 사업자가 나타나면서 대체효과가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앞서 삼성전자도 지난달 29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미국의 중국 화웨이에 대한) 제재 본격화 이후 모바일 측면에서 중화권 고객사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더해 상반기 얼어붙은 수요 회복되고 중저가 모바일 수요 확대 등이 지속되고 있어 하반기 모바일 관련해서는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 모두 견조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5 제품을 분해하는 영상 /SIEK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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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5’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SX’ 등 신형 게임기 출시도 호재로 꼽힌다. 신형 게임기에는 800~1000기가바이트(GB)의 고용량 저장장치(SSD)가 탑재됐다. SSD는 낸드플래시가 모여있는 가공품이다. 납품기업에 대한 정보는 기밀사항이지만, SK하이닉스가 일부 물량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신형 게임기에 사용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는 GDDR 등 고성능 D램이 사용된다. 현재 삼성전자가 GDDR6를 생산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도 연말 GDDR6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신형 게임기에는 구형 제품보다 5배~8배 많은 낸드플래시 메모리가 탑재된다"며 "물량이나 수익성 면에서 국내 반도체 업체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아이폰12·서버투자에 ‘기대’... "반도체 성장세 이어질 것"
다만 반도체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관건이다. 스마트폰은 이른바 ‘반도체 덩어리’로 불린다. 낸드플래시 등 주요 부품에 반도체가 탑재되는 때문에, 스마트폰 시장의 성적에 따라 반도체 판매량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작년보다 11%가량 줄어든 12억6000만대 규모로 전망했다.
시장 축소가 우려스럽지만, 반도체 업계는 애플의 아이폰12 시리즈의 흥행에 기대하는 상황이다. 미국 CNBC에 따르면 애플 전문가로 알려진 궈밍치 TF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19일(현지시각)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애플이 사전주문을 받은 첫날 24시간 동안 최대 200만대의 아이폰12 기기를 판매한 것으로 분석했다. 전작인 아이폰11의 첫날 판매량 추정치 50만∼80만대 수준이었다.
아이폰12 시리즈 /애플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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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사전예약 물량이 모두 품절되는 등 아이폰12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스마트픈 제조사 입장에서 경쟁사 제품이 많이 판매되는 것은 악재지만, 반도체 산업에 있어서는 애플의 아이폰12의 판매가 증가하는 점이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했다.
이 밖에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면서,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서버 업체들의 투자가 재개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PC, TV 등의 수요가 증가한 것도 반도체 산업에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PC의 지난 10월 수출액은 9억4000만 달러로 전년(9억) 보다 5.3% 증가했다.
다만 코로나19가 미국,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재확산되고 있어 다시 교역이 얼어붙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지난 2분기처럼 경제활동이 아예 중단되는 사태는 제한적이라 수출이 크게 타격을 받을 가능성은 적다는 평가다.
산업부 관계자는 "코로나19의 확산세와 반도체 가격 등이 변수지만, 하반기에도 반도체 수요가 이어지면서 수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며 "하반기 경제 활동이 살아나면서, 상반기 코로나19로 선주문한 물량이 점차 소진되고 있는 상황도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지난달 15대 주요 수출 품목 중 반도체·자동차·디스플레이·바이오헬스·이차전지·컴퓨터·가전 등 7개 품목이 플러스를 기록했다. 반면 석유제품(-50.1%)와 석유화학(-14.2%)는 저유가로 20개월 넘게 부진했다. 선박도 22% 감소했다. 일반기계(-10.6%)와 차부품(-9.3%), 무선통신기기(-11.6%)도 수출이 줄었다.
세종=박성우 기자(foxps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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