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 훼손 탓 플라스틱 덮개 씌워지기도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 뉴욕주 로체스터에 잠든 여성 참정권 운동가 수전 앤서니의 묘비에 나는 투표했다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는 가운데, 묘비 훼손을 우려해 플라스틱 덮개가 씌여 있다. 로체스터=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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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투표했다!(I VOTED!)"
미 대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사전 투표를 마친 사람들이 "나는 투표했다!"라는 스티커를 들고 찾는 묘비가 있다고 미 CBS뉴스와 일본 일간 도쿄신문 등이 2일 보도했다. 미 뉴욕주(州) 로체스터시 마운트호프 공동묘지에 잠든 여성 참정권 운동가 수전 앤서니다.
수전 앤서니는 미국 주요 선거 때마다 회자된다. 그가 미국 여성 참정권 획득의 상징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묘비가 주목받은 것은 4년 전 미 대선 때부터다. CBS는 "1906년 앤서니 사망 이후 무덤은 잊혀졌지만 4년 전 약 1만명의 사람들이 묘비에 '나는 투표했다'는 스티커를 붙이면서 주목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선거를 마친 이들은 그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묘비에 "나는 투표했다"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있는데, 심지어 지방에서 스티커를 보내 이를 붙여달라고 요청하는 사람도 많다고 데보라 휴즈 수전 앤서니 박물관장은 전했다.
수전 앤서니는 52세 때인 1872년 여성이 투표 할 수 없는 것에 항의, 여동생 셋과 투표를 강행하다 체포됐다. 그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재판정 증언대에 서지는 못했지만 보석 석방 후 대중연설로 자신의 정당성을 웅변했다. 법원은 재판비용과 벌금 100달러를 선고했지만 앤서니는 납부를 거부했고, 법원이 이를 용인함으로써 대법원 상고심을 회피했다. 앤서니가 숨진 지 14년 만인 1919년, 미 의회는 여성 참정권 조항을 통과시켰고 이듬해 개정안이 비준을 마쳤다.
올해 수전의 묘비는 달라진 부분이 있다. 스티커를 너무 많이 붙여서 묘비가 훼손되는 탓에 뉴욕 사전선거 시작 전날인 지난달 23일 묘비에 플라스틱 덮개가 씌워진 것이다.
2월 15일은 미국 플로리다주 등이 정한 '수전 앤서니'의 날이다. 반차별 인권운동가 수전 앤서니가 1820년 이날 태어났다. Flickr.com |
사후 100년이 넘었지만 수전 앤서니는 지금도 미 대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서 8월 트럼프 대통령은 여성 유권자 표를 얻기 위해 여성 참정권을 명문화한 수정헌법 19조 비준 100주년 행사에 참석해 "수전 앤서니의 완전하고 완벽한 사면을 위해 서명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휴즈 관장은 "사면을 받아들이면 부당한 재판 자체를 인정하게 되기 때문에 이를 거부한 결과 수전과 여성에 대한 모욕적 연락이 쇄도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여성의 권리보장은 모든 인간을 존중하는 것으로 이어진다"며 "그러한 사회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도쿄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막바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선거가 여성의 정치 진출에 있어서도 주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원 선거에 가장 많은 300명의 여성 후보가 출마했고,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처음으로 여성 부통령이 된다. 미 럿거스대 미국 여성 정치 센터에 따르면 2001년 72명이던 상·하원 여성 의원은 현재 127명까지 증가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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