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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법의 심판대 오른 MB

"생각 없다" 2년뒤 "가슴 아파"···'前대통령 사면' 주목받는 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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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과 뇌물 등의 혐의로 징역 17년형이 확정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일 서울동부구치소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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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67) 대통령은 이명박(79) 전 대통령과 박근혜(68) 전 대통령을 사면할 수 있을까. 지난주 이 전 대통령이 대법원 확정판결(징역 17년)을 받고 2일 서울동부구치소에 재수감되며 정치권에선 사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7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0년이 선고된 박 전 대통령도 내년 초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文 "생각해본 적 없어"→"제가 가장 가슴아파"



참여정부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일한 문희상(75) 전 국회의장은 지난 5월 퇴임간담회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겁내지 않아도 될 시간이 됐다"면서도 "문 대통령의 성격을 아는데 민정수석 때 태도를 보면 아마 못할 것"이라 전망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부터 사면권 행사에 부정적 입장을 밝혀왔다.

대선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사면 가능성을 시사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달리 문 대통령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자마자 사면권한을 이야기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 못한다"(2017년 4월 토론회)고 밝힌 발언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지난해 5월 KBS 대담에선 "두 전임 대통령께서 처한 상황…이런 상황은 정말 가슴 아프다"며 "제 전임자이기 때문에 제가 가장 가슴 아프고 부담도 크다"고 말해 야권의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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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KBS 특집 대담 프로그램 '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 송현정 KBS 정치 전문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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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와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이 취임 후 단행한 3번의 특별사면을 통해 조심스레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가능성을 내다본다. 특별사면에 포함되는 정치권 인사들이 매해 사면이 있을 때마다 점점 더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지난해 세번째 특별사면에서 복권된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강원도지사) 사례가 대표적"이라 말했다.



첫번째 특별사면에선 정봉주 복권



문 대통령은 2017년 12월 29일 첫번째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치인은 이 전 대통령의 BBK 저격수로 불린 정봉주(60) 전 의원이 유일했다. 그와 함께 용산참사 사태로 처벌을 받은 철거민 25명도 사면을 받았다.

2011년 허위사실유포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정 전 의원은 이미 만기출소한 상태였다. 정 전 의원은 피선거권을 회복하고 서울시장 선거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성추행 의혹이 불거져 자진 사퇴했고 이후 무고죄로 기소됐지만 무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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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이 확정된 '나는 꼼수다'의 정봉주(오른쪽 두번째) 전 의원이 김용민, 김어준, 주진우 등 멤버들과 함께 서울중앙지검 앞 수감 전 지지자들의 환송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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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정 전 의원만 복권된 이유로 "2007년 대선 사범 중 사면이 안 된 정치인은 정 전 의원뿐이었다"며 "다른 정치인은 문 대통령이 사면 대상이 아니라고 했던 뇌물 등의 범주에 포함되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청와대에서 '뇌물 범주'를 언급한 건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5대 부패범죄(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에 대해 대통령의 사면권 제한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두번째 사면엔 정치인X, 세번째에 대폭 넓혀



문 대통령은 2019년 2월 두번째 사면을 단행하며 정치인과 경제인, 공직자를 포함하지 않았다. 범여권에선 한명숙 전 국무총리,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이 거론됐지만 모두 빠졌다. 광우병 촛불시위·제주해군기지·밀양 송전탑 관계자들이 포함됐다. 청와대는 지난해 광복절 특사도 건너뛰며 "사면권을 제한하겠다는 대통령의 공약 이행"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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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15 총선 원주시갑 선거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후보(당선)이 지난 3월 28일 원주시에서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대통령의 사면을 받고 피선거권이 복권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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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19년 12월 단행한 세번째 특별사면에서 문 대통령은 앞선 청와대의 설명이 무색할 정도로 사면의 범위를 넓혔다. 이광재 의원과 곽노현 전 교육감,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신지호·공성진 전 한나라당 의원 등 정치인을 대거 포함 시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청와대는 이 의원과 곽 전 교육감을 선거사범이라 강조했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 적용된 혐의가 정치자금법 위반과 후보매수 등 뇌물범죄에 가까운 혐의라 사면의 기준이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의원은 사면 받은 이듬해인 올 4월 21대 총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광재 살린 사면, 두 전직 대통령엔?



정치권에선 이때 청와대가 넓혀놓은 기준이 두 전직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한다. 한상균 전 위원장 사면의 경우 청와대는 '사회 통합'을 이유로 들었는데 이 역시 전직 대통령 사면에 적용될 있는 명분이다. 사면의 정치적 범위를 넓혀놓은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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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16일 어깨 부위 수술을 받기 위해 서울성모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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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가 2022년 5월까지인 문 대통령은 올해 연말과 내년, 그리고 대통령 선거가 있는 2022년 초까지 특별사면을 할 수 있는 기회를 5번 정도 남겨두고 있다.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만약 전직 대통령들을 사면해주려 한다면 한명숙 전 총리 등 여권의 거물급 인사도 포함해 균형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은 한 전 총리는 징역 2년을 만기 복역했지만 추징금 7억여원이 남은 상태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면권은 왕조의 흔적이다. 대통령이 결단하는 완전한 정치 행위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한 교수는 다만 "두 전직 대통령의 경우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상응 조치는 필요하다. 예를 들자면 재산의 사회 환원 등이 그것"이라 말했다.

지난 1일 이 전 대통령의 사저를 다녀왔던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중앙일보에 "우리는 사면을 구걸하지 않는다. 이 전 대통령도 일절 언급을 안하셨다"며 "문재인 정부는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 사면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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