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초박빙의 경쟁 구도와 막판 네거티브 선거전이 지지층을 자극하면서 소요 사태 위험이 점증하고 있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은 미국 대선일과 동시에 미국의 혼돈이 함께 카운트다운을 시작할 것이라며 뉴욕과 워싱턴DC의 상점들이 폭력과 약탈에 대비해 가림막 설치, 경비인력 증원, 총기 구매 확대 등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자 간 물리적 충돌과 이를 틈탄 주요 도시의 약탈·방화가 장기화할 경우 미국을 넘어 글로벌 경제에 막대한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시장 동요를 일으킬 것으로 염려된다.
미국 대선은 한국 시간으로 3일 오후 2시(현지시간 3일 자정) 북동부 뉴햄프셔주의 산간마을 딕스빌노치를 시작으로 점화됐다. 투표가 최종 마무리되는 시점은 알래스카 기준, 한국 시간으로 4일 오전 8시께다.
출구조사 결과는 이로부터 두 세 시간 뒤부터 쏟아져 나올 예정인데 4일 오후에 최대 격전지인 플로리다주에서 바이든 후보의 선전이 확인되면 의외로 대선 판세가 빨리 파악될 수 있다. 역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장악이 초반부터 확실시되면 러스트벨트와 선벨트의 다른 초격전지 상황을 추가로 확인해야 돼 4일 밤까지 어떤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지 쉽게 판정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단순 축약해 설명하자면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인단 규모가 큰 플로리다주(29)와 펜실베이니아주(20)에서 어떻게든 승기를 잡아야 한다.
현지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우편투표 문제에 시비를 거는 것도 이 같은 절박한 상황과 연결돼 있다고 설명한다.
대선 당일 소인만 찍혀 있으면 대선 후 3일 이내 도착하는 우편투표를 유효표로 인정하는 연방대법원의 결정을 문제 삼으며 불복 태세를 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급기야 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대법원의 결정을 비판하며 "이 결정은 거리 위에 폭력을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그의 주장은 이미 미국 곳곳에서 현실화한 상태다.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는 1일 남부 연합 상징물인 로버트 리 장군 동상 인근에서 차량 선거 운동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총기를 동원해 반(反) 트럼프 유권자들을 위협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캔자스주 노스토피카에서는 지난달 31일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한 남성이 자신의 집 앞 잔디밭에 설치돼있던 트럼프 대통령 지지 팻말을 3명의 남성이 훔쳤다고 주장하면서 이들에게 총을 발사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총격으로 1명이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고, 나머지 2명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런 폭력 사태가 선거 직후 더욱 확산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일부 주에선 미리 주방위군 배치 태세에 나섰다. 이날 찰리 베이커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3일 선거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혼란에 대비해 주방위군 1000명에게 대기명령을 내렸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 역시 주방위군 1000명을 주요 도시에 파견해 폭력 사태 방지에 나섰다.
한국 교민들이 집중된 로스앤젤레스(LA)에서도 트럼프 열성 지지자들이 100여대의 픽업트럭에 성조기와 트럼프 지지 깃발을 달고 군집주행을 하며 시내 곳곳에서 경적을 울리고 있다. 대선 결과 트럼프의 패배가 유력시될 경우 이 픽업트럭 지지자들이 소요 사태의 발단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교민사회에서 나온다. 미국 내 한국 공관들은 지난주 교민들에게 미국 대선일에 발생할 수 있는 치안불안 사태에 미리 대비해줄 것으로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LA 교민은 "트럼프 패배를 예상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많지만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막대한 경기부양책으로 미국 가정과 기업들에 천문학적 현금을 뿌려줬다"라며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여론도 상당히 많이 4년 전 대선 때보다 '샤이 트럼프' 지지자들이 더 늘었을 것이라는 게 현지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교민은 "누가 당선돼도 미국 사회에 상당 기간 혼란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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