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선 기자(editor2@pressian.com)]
미국 대선 전날까지 각종 여론조사로는 전국 지지율에서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오차 범위를 넘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스윙 스테이트'로 불리는 6대 경합주에서는 두 후보 간 격차가 크지 않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앞섰다는 여론조사도 있어 '승자 예측'은 여전히 어렵다.
주요 여론조사 평균을 집계해 발표하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는 2일(현지 시각) 전국 지지율에서 바이든 후보가 50.7%인 반면 트럼프는 43.9%로 6.8% 포인트 차이로 바이든 후보가 앞서고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 대선은 전국 득표율이 아니라 주 별로 배정된 총 538명의 선거인단 중에서 과반수인 270명을 확보한 후보가 당선되는 방식이다. 따라서 바이든 후보의 승리가 여론조사로도 확실하다고 말하려면 주요 경합주에서도 오차범위를 넘어 우세해야 한다.
하지만 최대 승부처라는 플로리다 주(선거인단 29명)에서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후보가 여론조사에 따라 다르게 나오고 있다. 우편투표와 합산한 개표 결과가 대선일 이후에 나올 예정이어서, 최후의 승부처로 주목받고 있는 펜실베이니아 주(20명)에서는 바이든이 오차범위 내에서 우세한 것으로 나오고 있지만, 지난 대선에서도 트럼프가 오차범위 내 뒤진 여론조사에도 불구하고 주요 경합주에서 모두 역전승을 거둬 당선됐다. 여론조사로는 판단을 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사전투표가 사상 최대로 이뤄져 이미 유권자 1억3000여 명중 9800여만 명이 우편투표 등으로 표를 행사했다. 사전투표 개표가 마무리되기까지는 대선 당일 당선자를 확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13개 접전주에서 전체 우편투표 2400만 표 가운데 30%에 육박하는 700만 표가 넘는 우편투표가 대선일 3일 전까지 배달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우편시스템 낙후로 인해 '우편투표 사기론'을 주장해온 트럼프 후보 측에 투표결과에 불복할 빌미를 주고 있는 셈이다.
4년 전 트럼프가 불과 1만704표 차로 승리한 미시간 주에서는 도착하지 않은 우편투표가 70만 표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주 미시간 주의 평균 우편 배송 기간은 6일 이상이다. 때문에 선거일 이후 도착해 아예 집계 대상에서 빠질 표도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지지층은 현장투표를, 바이든 지지층은 우편투표를 각각 선호해 현장투표 결과 트럼프가 앞설 경우 우편투표 등 사전투표 결과가 합산되기 전에 트럼프가 승리를 선언해 버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대선 당일 각자 승리 선언 사태 벌어지나
이때문에 3일 오전 0시(한국시간 오후 2시)부터 시작되는 제46대 미국 대통령 선거가 차기 대통령 당선인을 당일 확정짓지 못하는 대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당일 승리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바이든 후보도 대선 당일 밤 늦게 연설을 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만일 바이든도 승리를 선언하거나 불복 입장을 밝히고 나서면 혼란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측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변호사들과 협의할 것"이라며 우편투표 결과를 무효화하기 위한 소송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보수성향의 대법관이 압도적으로 많아진 연방대법원에서 소송전이 유리하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주정부들은 우편 투표 마감 기한을 주 별로 다르게 정했다. 연방대법원은 우편투표 마감 기한을 주 정부의 재량을 존중하는 입장이다. 특히 대선 승부처라는 펜실베이니아 주는 대선 사흘 뒤인 11월6일까지 접수된 우편투표를 인정하는 주 정부의 결정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 주 등 경합주에서 우편투표 때문에 진다면 소송에 나설 것으로 우려되는 이유다.
대선일 전후로 폭력사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AP통신이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지지자의 72%, 트럼프 지지자의 61%가 대선 결과에 불안함을 느낀다고 답했다. 대선을 앞두고 미 전역에서는 총기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올해 3~9월 총기 판매량은 1510만정으로 전년 동기대비 91% 급증했다. ‘패트리엇 프론트’ 등 일부 극우성향 무장단체는 "좌파들과의 전쟁에 대비하라"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 등 주요 도시들은 건물마다 합판 보호벽을 설치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벌써부터 일부 지역에서는 소요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버지니아 주 리치먼드에서는 지난 1일 남부 연합 상징물인 로버트 리 장군 동상 인근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총기를 동원해 민주당 유권자들을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주차된 차량에 총을 쏘고 일부 행인에게 호신용 최루액을 분사했다. 이날 트럼프 지지자들은 뉴욕, 뉴저지, 콜로라도 등에서 고속도로와 다리도 점령해 한동안 일대의 교통이 마비되기도 했다.
캔자스 주 노스토피카에서는 지난달 31일 한 남성이 자신의 집 앞 잔디밭에 설치된 트럼프 지지 팻말을 3명의 남성이 훔쳤다고 주장하며 이들에게 총을 발사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중 1명은 크게 다쳐 인근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캘리포니아 주 북부 흑인들이 많이 사는 마린시티에는 친 트럼프 시위대 1000여 명이 차량 200∼300대를 몰고 들어와 현지 주민들을 향해 인종차별적 발언과 욕설을 쏟아냈다. 이에 따라 위스콘신· 켄터키· 콜로라도· 텍사스 등지에서는 주 방위군 소집령을 내렸고, 일리노이· 펜실베이니아· 테네시 등지에서도 소집령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일대가 폭력사태의 진원지가 될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백악관 인근 상점가 주인들은 지난달 말부터 합판으로 가게 전면을 가렸으며 10번가 시티센터 등 주요 명품 거리뿐만 아니라 대중음식점도 가림막을 설치해 일대가 공사장처럼 변했다. 백악관도 주변에 맨몸으로 넘을 수 없는 대형 울타리를 설치할 예정이다.
미 최대 백화점인 뉴욕 맨해튼의 메이시스 백화점도 합판으로 뒤덮였고 로스앤젤레스카운티의 베버리힐스 경찰은 유명 상점가인 로데오 드라이브를 4일까지 봉쇄하기로 했다. 콜로라도 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대규모 폭동에 대비한 사설 대피소가 등장했다.
만일 폭력사태가 심하면 연방군이 투입되는 상황까지 전개될 수 있다. 연방정부는 기본적으로 주정부 관할 구역에 연방군을 파견할 수 없지만 1807년 폭동진압법을 발동해 각종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할 경우 연방군 투입이 가능하다.
[이승선 기자(editor2@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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