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치열한 대선으로 평가받는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서로 승리를 장담하며 막판 총력전을 펼쳤다. 백악관 수성에 나선 트럼트 대통령은 이날 남부와 북부 4개 주를 종횡무진하며 막판 대역전을 위한 세몰이를 이어갔고, 바이든 후보는 이틀 연속 최대 승부처인 펜실베이니아를 공략하며 대세 굳히기에 나섰다. 다만 두 후보 모두 막판 유세까지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을 쏟아내며 감정적인 대립을 이어갔고, 트럼프 대통령 측은 소송 가능성까지 제기하면서 대선 이후 만만치 않은 후폭풍을 예고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노스캐롤라이나와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미시간 등 4개 주를 넘나들며 다섯 번 유세전을 펼쳤다. 이곳은 모두 치열한 승부가 펼쳐지는 경합주로, 2016년 대선 때는 트럼프 대통령이 모두 승리했지만 이번에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뒤지는 것으로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지막 날 유세에서 "나는 이들 가짜 여론조사를 본다"고 여론조사에 강한 불신을 표시한 뒤 "우리는 어쨌든 이길 것"이라고 승리를 자신했다. 4년 전 여론조사에서 뒤지다 대선 당일 투표에서 승리한 것처럼 '어게인 2016' 역전극이 올해 다시 한번 펼쳐질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마지막 유세지로 2016년과 마찬가지로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를 택한 것도 이 같은 희망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에 대한 비방도 이어갔다. 그는 바이든 후보를 향해 '졸리다' '부패했다'고 공격했고, 청중은 '그를 감옥에 가두라(Lock him up)'고 호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바이든을 위한 투표는 여러분을 경멸하는 사람과 아이들의 아메리카 드림에 대한 꿈을 뺏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정부 열쇠를 넘겨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바이든을 위한 투표는 당신을 침묵시키고 검열하고 처벌하려는 세계주의자와 공산주의자, 사회주의자, 부유한 자유주의 위선자들에게 정부 통제권을 넘겨주려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은 마침내 미국을 최우선에 두는 아웃사이더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며 "나가서 투표하라. 그것이 내가 요청하는 모든 것"이라고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사전 우편투표에 민주당 지지자가 대거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막판 선거 당일 현장투표를 통해 뒤집기에 나서겠다는 계산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우편투표 규정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며 대선 후 소송 가능성을 내비쳤다.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대선 당일 소인만 찍혀 있으면 대선 후 3일 이내 도착하는 우편투표를 유효 표로 인정한다는 연방대법원 결정을 또다시 문제 삼은 것이다. 그는 우편투표 규정에 대해 "여러분이 결코 보지 못한 것 같은 부정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방대법원에 대해서는 "그들은 매우 위험한 상황을 만들었다"고 했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자신의 고향(스크랜턴)이 있는 펜실베이니아주와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른 오하이주를 방문해 막바지 득표전에 나섰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 여론조사 평균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펜실베이니아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2.5%포인트 우위를, 오하이오에서는 1.4%포인트 열세(2일 오후 9시 기준)를 보이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이날 오하이오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드라이브인(Drive-in) 유세에서 "이번 선거는 이 나라를 분열시킨 대통령에 대해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기회"라면서 "트럼프는 이제 짐을 싸서 돌아가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혼란은 끝났다. 트윗, 분노, 증오, 실패, 무책임은 끝났다"며 대선 당일 투표장에 가서 투표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내일 우리는 이 나라를 분열시킨 대통령을 끝낼 기회가 있다. 내일 우리는 이 나라를 지키지 못한 대통령을 끝낼 수 있다. 내일 우리는 이 나라 전역에 증오의 불길을 부채질한 대통령을 끝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정부의 코로나 19 대응에 대해서도 공격을 퍼부었다. 그는 "트럼프는 바이러스에 항복하는 백기를 흔들었다"며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첫 단계는 트럼프를 물리치는 것"이라고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정부 방역 대책에 각을 세운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을 해임할 수도 있다고 한 것을 겨냥해 "내가 선출되면 파우치 박사를 고용할 것"이라며 "그리고 트럼프를 해고하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후보는 또 전기차가 중심인 오하이오주 자동차 산업을 거론하면서 "우리가 행동하지 않으면 중국이 시장을 점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때리기'를 통해 지역 표심을 공략한 것이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터프가이', 남성미 넘치는 '마초맨'으로 묘사하기를 좋아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트럼프는 강하지 않고 약하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강아지처럼 행동한다고 비난했다. 특히 피츠버그에서 열린 바이든 후보 유세 현장에는 팝스타 레이디가가가 동행해 직접 공연을 하며 지지를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손일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