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중 정책, 트럼프와 대동소이
무역전쟁 숨고르기, 대만·홍콩도 숨통
기술패권 경쟁 격화, 화웨이 악몽 지속
정면대결 피하되 中 이익 최우선 고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중국의 손익 계산도 분주해졌다.
중국 전문가들은 바이든을 '점잖은 트럼프'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정도와 방식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미·중 갈등과 경쟁은 지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미국의 공세를 견뎌내며 경제·기술적 자력갱생을 추구한다는 기본 방침에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8일 관영 환구시보 등에 따르면 중국 전문가들은 바이든의 승리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신창(信强) 푸단대 미국연구센터 부주임은 "바이든의 등장으로 미·중 관계에 숨통이 트였다"며 "고위층 교류나 방역·백신·기후변화 등 분야의 실질적 협력에서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붕괴된 상호 신뢰가 하루아침에 재건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웨이(達巍)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정책이 오바마 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며 "지난 4년간 양국 정치 엘리트와 대중들의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양국이 경쟁 대결로 치닫는 흐름이 변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경쟁이 디커플링을 뜻하는 건 아니다. 바이든 정부가 중국과의 전면적 디커플링에 찬성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놨다.
무역·통상 분야의 경우 전향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신 부주임은 "1단계 무역합의를 재평가한 뒤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본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은 바이든 정부 입장에서 (대중 협상을 위한) 좋은 카드인 만큼 먼저 취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서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중국산 일용품에 매긴 관세는 좀 낮출 수 있어도 금융 등 다른 분야의 경우 더 지난한 협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재가입할지도 관심사다. 오바마 시절 결성된 TPP는 기본적으로 중국 포위 전략의 일환이다.
다 교수는 "미국의 TPP 복귀 가능성은 있지만 우선 의회의 반대를 넘어야 한다"며 "기존 회원국과의 협상도 필요해 기술적으로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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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홍콩 등 이슈를 둘러싼 미·중 갈등의 수위는 다소 낮아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바이든 행정부에 입각할 가능성이 높은 앤서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은 현지 언론을 통해 "미국이 레드라인을 넘어 중국을 도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는 베이징이 군사적으로 대만을 공격할 가능성도 낮출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신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무모했고 대만 문제의 민감성에 대한 인식도 결여돼 있었다"며 "바이든은 대만 문제에 있어 더 신중하다"고 평가했다.
홍콩 문제도 현 상태에서 추가로 악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류자오자(劉兆佳) 전국홍콩마카오연구회 부회장은 "바이든이 홍콩에 대한 기존 제재 조치를 철회하지는 않겠지만 추가 제재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를 인용해 "(바이든 입장에서는) 베이징과 홍콩을 압박하면서도 중국 내 미국 기업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전략을 찾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양국 간 기술 패권 경쟁은 더욱 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후보는 평소 "중국 정부와 국가 주도의 행위체가 미국의 창조력을 공격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는 어수선하고 효과도 없는 만큼 더 강력한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다 교수는 "바이든이 집권해도 핵심 기술 분야에 대한 대중 압박이 완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틱톡이나 위챗 등을 상대로 한 제재는 취소될 수 있지만 화웨이처럼 조정 불가능한 핵심 경쟁력에 연루된 기업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양국 간 경쟁이 치열해질 분야로 항공우주·양자통신·인공지능(AI) 등을 꼽았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백악관의 주인이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 바뀌어도 미국의 대중 전략은 대동소이할 것"이라며 "결국 경제·기술적 자력갱생이 유일한 활로라는 게 중국 내 인식"이라고 전했다.
리하이둥(李海東) 중국외교학원 국제관계연구소 교수는 "미국과 전면적 대결로 치닫지는 않되 미국의 제재에는 반격한다는 게 중국의 대미 외교 스타일"이라며 "앞으로도 중국의 이익과 리듬에 따라 대미 정책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이재호 특파원 qingq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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