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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지분적립형 주택 대해부-집값의 20%만…‘임대료에 실익 없다’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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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집값의 4분의 1만 있으면 주택을 분양받아 입주하고 이후 20~30년간 남은 지분을 취득하는 ‘지분적립형 주택’이 2023년부터 공급되기로 하면서 무주택 실수요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9차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서울시-국토부TF 논의와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8·4 대책에서 제시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의 사업 구조를 보다 구체화했다”며 “향후 공급 일정을 감안 시 2023년부터 분양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 주택을 활용해 무주택 청년들의 주거 불안을 잠재우겠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10월 31일 “첫 분양을 하기 전까지 법과 제도를 정비해 관련 세제, 기금 지원, 전매제한, 거주 의무 기간, 청약 방법 등 다양한 사항을 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분적립형 주택은 공공분양 아파트를 분양받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20~25% 초기 분양금을 내고 우선 입주해 일부 지분만 취득한다. 이후 나머지 75~80%에 대해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거주하면서 대출을 갚듯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4년마다 주택 지분의 10~15%씩 사들여 20~30년 후에는 온전히(100%) 자기 소유가 되도록 하는 식이다. 정부는 이 지분적립형 주택을 공공정비사업의 기부채납 물량, 신규로 확보한 공공택지 등 선호도가 높은 도심 부지부터 점진적으로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현재 서울의료원, 천왕2·문정 미매각 부지 등을 대상으로 하는 ‘지분적립주택 사업부(TF)’를 운영 중이다. 이 밖에도 성뒤마을, 하계주공5단지 등이 서울 시내 유력 후보로 꼽힌다. 이외에도 정부와 서울시가 지분적립형 주택부지를 모색 중인데, 당초 유력 후보로 거론된 태릉골프장, 용산정비창, 용산캠프킴에는 지분적립형 주택이 들어서지 않기로 했다.

다만 정부가 2023년에 첫 분양을 하겠다고 발표한 지분적립형 주택을 놓고 시장 반응은 엇갈린다. 적은 초기 비용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 반면, 과거 실패한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재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매경이코노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월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국무위원식당에서 열린 제9차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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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초기 비용으로 내집마련

▷남은 지분 대해 정부에 임대료 내야

지분적립형 주택이 환영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적은 초기 비용으로 내집마련이 가능해서다. 특히 서울 같은 투기과열지구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가 40%로 정해져 있다. 6억~7억원짜리 주택을 분양받으려면 계약 후 2~3년 안에 최소 4억~5억원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반면 지분적립형 주택은 당장은 자금력이 부족하지만 오랜 기간 소득이 발생하는 30~40대, 신혼부부에게 유리하다.

예컨대 분양가가 5억원인 아파트가 있다면 초기에 20~40% 지분율인 1억~2억원만 내고 입주하면 된다. 나머지 지분은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이 지분에 대해서는 시세보다 저렴한 공공임대주택 수준의 임대료를 내야 한다.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 등에 따르면 지분적립형 주택은 70% 특별공급으로 제공된다. 40%는 신혼부부, 30%는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우선 돌아간다. 나머지 30%의 일반공급 중 20%는 입주자 모집 공고일 기준 무주택 가구주(월평균 소득 130% 이하)를 대상으로 선정한다. 마지막 10%는 1순위에서 제외된 사람(2순위) 중 가계 월평균 소득 130~150%가 대상자다.

지분적립형 주택의 가장 큰 특징은 대부분 물량이 ‘추첨제’ 방식이라는 점이다. 당연히 청약가점이 큰 의미가 없다. 즉 가점이 낮은 30~40대도 동등한 확률로 당첨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신혼부부의 경우도 비슷하다. 기존 공공분양 주택은 자녀 수가 많을수록 유리했지만 지분적립형 주택은 자녀가 1명인 신혼부부나 2명인 신혼부부 모두 똑같이 추첨 대상이 된다. 서울에서 모집 공고하는 일반분양 주택 대부분이 가점제(국민주택규모 이하)라, 가점이 높은 사람만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는 것과 대조된다.

지분적립형 주택은 처음부터 지분 형태로 공급하는 ‘공공분양모델’과 8년 임대 후 지분 분양 전환하는 ‘임대 후 분양모델’로 나뉜다. 임대 후 분양모델은 임대 8년 차가 되면 입주할 때 산정한 분양가에 적정한 금리를 가산해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전매제한 기간이 지나면 주택을 매각할 수 있다. 주택 전체를 시세로 매각하되 처분 시점 지분 비율에 따라 매각 차익을 공공과 나눠 갖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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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지분 취득해도 임차료 내야

▷지분적립 月 139만 vs 주담대 101만

다만 지분적립형 주택은 내 집에 대한 지분을 온전히 취득하지 못한 소유자가 정부에 일정 수준의 임차보증금과 임대료를 내야 한다는 점에서 큰 실익이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서울시가 제시한 예시에 따르면 분양가가 5억원인 경우 당첨자는 2억2500만원의 초기 자금이 필요하다. 초기 지분(25%) 1억2500만원에 더해 나머지 지분에 대한 임대보증금 1억원을 내는 식이다. 여기에 더해 매달 14만원가량의 월세가 나간다. 이후 4년마다 집값의 15%인 7500만원과 정기예금 금리를 가산한 이자를 더해 지분을 취득해나가는 식이다. 최초 분양가에 정기예금 금리를 가산해 적용하므로 구체적인 금액은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어쨌든 이 경우 실제로 최초 입주에 필요한 초기 자금이 2억2500만원(보증금 1억원 포함)에 달한다. 분양가의 45%에 달하는 금액으로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 LTV(규제지역 50%)를 적용했을 때 필요한 초기 자본(2억5000만원)과 큰 차이가 없다.

또 최초 지분 취득 이후 지분을 추가로 사들일 때는 처음에 낸 보증금 1억원 중 일부를 공제 형태로 돌려받는다. 4년(48개월)마다 지분을 추가로 사들일 때 실제로 내야 하는 금액이 6000만원이라고 하면 매월 125만원씩 모아 지분을 취득해가는 식이다. 여기에 월 임대료 14만원을 더하면 매월 내야 하는 비용이 139만원가량 된다. 초기 자금에 대해서는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제한이 따른다. 서울은 투기과열지구인 만큼 담보인정비율 40%가 적용된다. 하지만 분양 가격 5억원이 아닌 초기 취득금액 1억2500만원에 대한 40%(5000만원)만 대출 가능하다. 목돈 마련이 어렵다면 임대보증금을 4500만원까지 낮출 수 있다. 이 경우 1억2000만원까지 일시 조달자금 규모는 줄어든다. 다만 월 임대료는 31만원으로 늘어난다.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다면 어떨까. 초기 부담금을 뺀 나머지 금액 2억5000만원을 은행에서 만기 20년, 연 3% 금리로 빌려서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으로 갚는 것(약 138만6000원)과 월 납입금 수준이 거의 같다. 다만 최근에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수준이 2%까지 내린 점을 고려하면 주택담보대출(월 101만원)이 내집마련 수요자에게 조금이나마 유리한 셈이다. 대출 금리 차이가 거의 없다고 해도 수요자 입장에서는 돈을 갚는 대상이 정부인지, 은행인지 차이만 있을 뿐 매월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비슷한 셈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매월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비슷한데 거주 이전의 자유가 제한되고 시세차익도 정부와 나눠야 하는 점에서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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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제한 기간 10~20년?

▷길면 ‘거주 제한’ 짧으면 ‘투기 논란’

한 가지 더 문제가 되는 대목은 전매제한이다. 정부는 지난 8·4 공급 대책 발표에서 투기 방지를 위한 예시로 ‘20년 전매제한’을 들었다. 서울시는 ‘10년 전매제한’안을 고려하고 있다. 아직 확실히 정해지진 않았지만 어쨌든 한 집에서 10년 이상은 거주해야 하는 만큼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선뜻 지분적립형 주택에 청약하기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 만약 전매제한 기간이 늘어나면 “거주 이전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비판까지 나올 수 있다. 그렇다고 전매제한 기한을 두지 않거나 짧게 하면 투기, 시세차익 논란이 불거진다.

분양전환 과정에서 가격 기준을 어떻게 삼을지도 논란거리다.

지분적립형 주택은 임차료를 내면서 거주하다 일정 기간 이후 주택을 취득한다는 점에서 공공임대 분양전환 주택과 비슷하다.

공공임대 분양전환 주택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조건으로 5년 혹은 10년 동안 임대한 다음 입주민에게 우선분양권을 주는 제도다. 하지만 경기 성남시 판교 10년 공공임대 아파트 등에서 임대 만기가 돼 분양전환을 하는 과정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입주민 간 갈등이 극심했다. 분양가를 시세 기준으로 평가한 LH와 최초 주택 가격으로 분양가를 책정해달라는 입주민 입장이 크게 엇갈렸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지분적립형 주택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다. 최초 지분 취득 이후 나머지 지분 70~80%를 사들일 때 가격의 기준이 분양 시점인지, 매수 시점인지에 따라 수요자 계산법도 달라진다. 만약 가격을 분양 시점을 기준으로 결정하면 수분양자에게 ‘과도한 특혜’ 논란이 예상된다. 반면 매수 시점 가격으로 결정하면 수분양자 입장에서 굳이 전매제한을 감수하면서까지 지분적립형 주택을 분양받을 이유가 없다.

첫 지분적립형 주택이 보급될 2023년까지는 세금 문제도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입주 후 초기 4년간은 공공기관이 지분의 75%를 보유해야 하는데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각종 보유세를 공공기관이 내야 하는지를 두고 논쟁이다. 정부는 지분율에 따라 개인과 공공이 나눠서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국책 사업을 수행하면서 자칫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

또 종부세가 부과되더라도 지분율에 따라 개인과 공공이 종부세를 나눠서 내지만, 거주자는 자신이 가진 자산에 비해 더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문제가 있다. 현재 지분적립형 주택 도입 예정지가 대부분 서울 내 요지여서 종부세 부과 기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 전망이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83호 (2020.11.11~11.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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