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아들 사망 사건, 경찰 자체조사 쟁점 셋
△부실 초동수사 △편파수사 △부실수사 은폐 의혹
"경찰 과오 들여다보면 사건 진상 간접적으로나마 밝혀질 것 기대"
고유정 의붓아들의 친부 A씨의 법률대리인 부지석 변호사가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사건을 담당했던 청주 상당경찰서에 대한 감찰과 징계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취재진에게 경찰 수사 관련 메모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5일 대법원은 고 씨의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다. (사진=연합뉴스) |
홍씨 “경찰이 유력한 범인인 고유정 배제하고 수사”…경찰 “모든 가능성 염두”
앞서 홍승빈(5)군은 고유정이 전 남편을 살해하기 두 달 전 자택에서 잠을 자다 숨졌다. 경찰은 홍군이 홍씨의 몸에 눌려 사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지만 최종적으로 고유정이 홍군을 살해했다고 판단했다. 검찰도 고유정이 베개로 홍군을 눌러 사망케 했다며 고유정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에 대해 홍씨 측이 경찰청에 감찰을 요청한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수사를 담당한 상당경찰서의 미흡한 현장 조치 등 부실한 초동 수사 △고유정의 범행의 의심되는 상황에서 친부에게 살인·과실치사 혐의를 달아 편파수사했다는 의혹 △홍씨가 문제를 제기하려고 하자 경찰이 막으려고 압박을 가했다는 의혹 등이다.
우선 홍씨는 이같은 법원의 판단 배경엔 경찰의 미흡했던 수사 내용이 있다며 경찰의 부실했던 조치를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홍씨 측은 “경찰이 사건 초기 나를 조사하면서 고유정을 배제해 고유정이 침구 등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벌어줬다”며 “경찰이 처음부터 타살 가능성을 염두에 뒀으면 사건 당일 홍씨만 조사했을 게 아니라 또다른 용의자인 고유정에 대해서도 조사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충북지방경찰청은 경찰이 부실 수사를 했다는 여론이 생기자 “단순 질식사로 결론지은 것이 아니며 타살과 과실치사, 자연사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했다”고 밝힌 바 있다.
‘父 과실치사→고유정 살인’ 경찰 수사 번복
또한 사건 초기 고유정의 문자만으로 홍씨를 과실치사로 몰았다는 의혹도 주요 조사 내용이 될 전망이다.
경찰은 고유정의 전남편 살해가 밝혀진 후 오히려 홍씨를 살인 혐의로 입건했다가 과실치사로 혐의를 바꾼 바 있다. 홍씨는 “난 잠버릇이 없는데도 경찰이 제주도까지 나를 찾아와 고유정의 ‘잠버릇’ 문자를 내밀고 내 몸에 아이가 깔린 게 아니냐며 몰아갔다”며 “형사과장이 당시 고유정의 범행이라고 말하면서도 (아이가 부모 몸에 깔려 죽은) 사례가 없어도 만들면 된다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사건 초기 충북청은 사건 브리핑에서 “아이가 또래보다 왜소해 아이가 자다가 숨진 국내외 사례를 수집하고 있다”면서 과실치사 가능성을 내비쳤다.
결국 경찰은 고유정이 사건 당일 음식에 수면제를 몰래 타 남편과 의붓아들에게 먹이고 의붓아들을 살해했다고 보고 송치했지만, 법원은 직접 증거가 없어 최종적으로 아이가 아버지의 몸에 눌려 숨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홍씨 측은 “경찰이 초기 수사에서 과실치사로 몰아가려고 무리했던 수사 내용이 법원에서 인용돼 오히려 고유정이 무죄를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됐다”고 주장했다.
◇부실수사 은폐 의혹도 쟁점
실제 경찰이 부실수사 의혹을 덮기 위해 홍씨와 지인들에게 압박을 가했는지 여부도 쟁점이다. 홍씨 측은 “수사팀장이 나에게 도움을 주려던 주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며 “내 주변인의 연락처를 어떻게 입수했는지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홍씨 측은 경찰청의 자체 진상 조사를 기대하고 있다. 앞서 고유정 전남편 살해 경우 경찰청은 본청 강력계장을 중심으로 진상조사팀을 구성해 제주 동부경찰서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동부서가 초동 수사를 비롯해 수사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다는 결과를 발표하며 서장을 비롯한 관계자에 대한 감찰을 의뢰했다.
홍씨 측 대리인인 부지석 변호사는 “제주 동부서에 대해선 경찰 자체 진상조사가 실시돼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가 이뤄졌다”라며 “진정이 이뤄져 감찰이 진행된다면 향후 수사 경찰관들에 대한 민사소송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홍씨는 “경찰의 과오가 밝혀지길 원하고 대가를 치르길 바란다”라며 “아들이 죽은 원인을 알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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