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샤오미 ‘최저가 5G폰’ 한국에서 맥 못 추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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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 지원금 상대적으로 적어 대리점들 구매 독려 동기도 부족
미10라이트, 국내 판매 수천대뿐…서유럽 점유율은 화웨이 제쳐
올해 3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3위까지 치고 올라온 샤오미가 국내에서는 좀처럼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난 7월 실속형 5세대(5G) 이동통신용 스마트폰 ‘미10라이트’를 야심차게 출시했지만 판매 성적은 저조했다. 중국폰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구심이 여전한 데다 마케팅비 규모도 크지 않아 제품 구매까지 이를 만한 유인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1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최저가 5G폰’이란 수식어가 붙은 미10라이트 국내 판매량은 수천대 규모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나 애플의 프리미엄폰이 한번 출시되면 순식간에 수십만~수백만대 팔리는 것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같은 샤오미 제품군에서도 국내에서 3만대 가까이 팔린 ‘홍미노트9S’ 판매량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통신사 대리점을 지나다 보면 ‘미10라이트 0원’이라고 적힌 문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리점에서 재고떨이에 돌입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글로벌 시장에서는 샤오미폰의 위상이 확연히 달라졌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3분기 샤오미의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12.7%로 삼성전자(21.9%)와 화웨이(14.1%)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2016년 3.9%에 불과했던 점유율이 3년여 만에 3배 이상 상승한 것이다. 특히 서유럽에서는 14.4%의 점유율로 화웨이(8.4%)를 제쳤다. 미국의 중국 제재 여파로 화웨이폰에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탑재가 어려워지자 샤오미가 이탈 고객들을 대거 흡수하는 양상이다.
해외 시장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미10라이트 판매가 부진한 것은 5G 시장에서 중가폰 입지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미10라이트 출고가는 45만1000원으로 국내에 출시된 5G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싸다.
하지만 5G 가입자는 통신사에서 월 7만원 이상 고가 요금제를 이용하는 비율이 높다. 요금제 상향에 따라 100만원이 넘는 프리미엄폰을 구매해도 다량의 지원금을 받아 사실상 중가폰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여기에 “중국폰=싸구려”라는 편견이 더해져 샤오미의 5G폰 영업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객들과 접점 역할을 하는 통신사 대리점에서 미10라이트 구매를 적극 독려할 만한 동기도 부족했다. 경쟁사 5G폰에 비해 샤오미폰에는 제조사 지원금이 상대적으로 적게 실리기 때문이다. 대리점 입장에서는 이렇다 할 대박 사례가 없었던 중국폰 판매 경험칙상, 재고 부담을 무릅쓰고 다짜고짜 물량을 떠안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삼성전자의 견제가 샤오미폰이 기세를 펴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프리미엄폰 위주로 스마트폰 라인업을 짜온 삼성전자는 올 들어 중저가폰을 대거 시장에 내놨는데, 중국 제조사들의 국내 진출을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로 인해 샤오미폰의 가장 큰 무기인 가격경쟁력이 국내에서 희석되는 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그럼에도 샤오미는 국내 시장 공략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샤오미는 중국 현지에서 출장 형태로 한국에서 업무를 보다가 올해부터 한국 사무소를 정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면서 “국내 통신사 출신 직원 채용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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