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한진칼 증자 참여 땐
조 회장 백기사로 나설 가능성 커
3자연합 반발...임시주총 요구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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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조원태 회장의 결단이 아니면 추진할 수 없는 사항이다. 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한진그룹 경영권을 놓고 분쟁 중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3자 연합의 공세에 대응하고 향후 항공사업을 중심으로 그룹을 키우기 위한 다목적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장 한진그룹의 핵심인 대한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상 최악의 위기에 처해 있다. 항공기를 화물운송용으로 돌리며 가까스로 적자를 면하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움직임을 보여 당장 눈에 띄는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적자의 늪에 빠진 경쟁사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초대형 항공사를 탄생시키면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항공시장의 큰손으로 거듭날 수 있다. 항공업계 역사에 남는 ‘결단’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글로벌 항공업계는 네덜란드 KLM이 에어프랑스에, 오스트리아와 스위스항공이 루프트한자에 인수되는 등 인수합병(M&A)이 활발하다. 대형항공사가 아니면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기체 보유 대수 면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른다. 대한항공은 173대, 아시아나는 86대를 가지고 있어 두 회사를 합한 기체 수는 웬만한 대형 국적사를 능가한다. 조만간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살빼기가 본격화돼 비용을 줄인 상태에서 인수할 경우 시너지 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
누나인 조 전 부사장을 필두로 한 3자 연합의 공세도 조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에 눈독을 들이게 하는 요인이다. 3자 배정으로 산업은행이 한진칼의 주요주주가 되고 조 회장의 우호주주로 나설 경우 3자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압도적 우위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는 조 회장 측이 3자 연합에 맞서 경영권을 지켜냈으나 이후 3자 연합은 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려왔다. 지난 8월 기준 3자 연합의 지분은 조 회장 측 지분을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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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3자 연합이 조만간 한진칼에 이사 수 확대 등을 안건으로 임시주총 소집을 제안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3자 연합은 내년 초 임시주총을 통해 한진칼 이사회에 진입한 뒤 조 회장을 퇴진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3자 연합은 3자 배정으로 산은이 한진칼의 주요주주가 되는 것에 대해서도 “기존 주주의 권익을 침해한다”며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3자 배정으로 3자 연합 등 다른 주주의 의결권이 줄어든다는 이유에서다. HDC현산과 아시아나항공 측의 계약금 반환 소송이 남아 있다는 점도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한진그룹의 아시아나 인수를 두고 정부 내에서조차 이견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정상화를 위해서는 한진그룹에 넘기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으나 대형 국적항공사가 2개에서 1개로 줄어드는 것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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