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과 인수 재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아시아나항공이 6월15일 오전 서울 강서구 오쇠동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자본확충을 위한 발행할 주식의 총수와 전환사채 한도를 늘릴 것을 의결 했다. 주주들이 입장한 후 직원들이 안내판을 치우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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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차례 불발됐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대한항공을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의 가세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출자해 돈을 대고 한진칼이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30.77%)를 매수한다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이 계획이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 측과 경영권 분쟁을 진행 중인 KCGI(강성부펀드) 등 3자연합 측이 실력행사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강성부 KCGI 대표는 12일 머니투데이에 "기존 대주주(조원태 회장)가 있는데 산은이 대한항공도 아닌 한진칼 증자에 들어오는 게 말이 안된다"며 "경영권 분쟁 중에는 3자배정 증자를 못하는 게 정설이다. 한진칼은 재무구조도 좋은데 법원도 3자배정 증자를 허가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한 업계 관계자는 "한진칼이 산은을 상대로 한 증자를 진행할 경우 KCGI가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및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며 "일반적으로 강 대표 지적대로 경영권 분쟁 중 3자배정 증자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주주배정 증자가 어려운 사정이 인정될 경우에는 허용된 사례가 있다"고 했다.
올 상반기 말 기준 한진칼은 자산총계 2조2152억원에 부채총계 1조1504억원으로 부채비율이 52% 정도로 나쁘지 않은 상황이고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더해 2800억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얼핏 보면 자금이 충분해 보이기는 하다.
서울 발산동 대한항공 본사 전경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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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코로나19(COVID-19)로 주력 자회사 대한항공의 실적이 고꾸라지면서 자금지원을 떠맡게 된 한진칼은 결코 넉넉한 처지는 아니다. 지난 7월 대한항공의 1조127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한진칼이 3205억원을 출자한 바 있다.
한진칼은 당시 대한항공 증자에 참여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별도로 BW(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했다. 당시 발행한 BW의 상당 부분을 KCGI 측이 인수해 지분을 늘리기도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한진칼의 순손실이 353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산은이 한진칼의 구원투수로 나오는 시나리오가 유력해진 것이다. 다만 산은이 한진칼 증자에 참여하면 조 회장 측 지분(우호지분 포함 41.4%)은 물론이고 KCGI 등 3자연합 측 지분(46.71%, BW 신주인수권 포함) 모두가 상당 부분 희석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산은이 한진칼의 백기사가 될 경우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KCGI 측에 불리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한진칼이 자체 자금조달 가능성이 있음에도 굳이 산은을 우호세력으로 만드려 한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한진칼이 100% 자회사인 칼호텔네트워크 호텔 4곳을 비롯해 와이키키리조트앤호텔, 정석기업, 한진 등 자회사를 여럿 두고 있는 만큼 차입이나 자산매각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자체적으로 조달할 능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또 지난 6월 발행한 BW의 신주인수권은 이미 지난 8월부터 행사가 가능하다. 신주인수권 행사가액은 8만2500원으로 12일 종가 기준 한진칼 주가(8만4800원)보다 싸기 때문에 언제든 주식전환이 가능한 상태다. KCGI 등 BW를 당시 인수했던 투자자들이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주식을 받게 되는 만큼 한진칼 자본이 추가로 최대 3000억원 가량 확충될 수 있다. 굳이 산은 돈을 받을 필요가 없는데 산은 출자를 받는 것은 다른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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