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값 8개월새 230% 급등
달러 약세로 새로운 투자처 부상
“내년에 더 오를 것” 주장 있지만
JP모건 CEO 다이먼 등은 부정적
19일 암호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2년 10개월 만에 2000만원을 넘어섰다. 사진은 이날 암호화폐 거래소인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에 있는 암호화폐 시세 전광판.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암호화폐(가상자산) 대표 종목인 비트코인 가격이 한때 개당 2000만원을 넘어섰다.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19일 오전 11시20분쯤 비트코인 시세는 2002만3000원에 형성됐다. 비트코인 열풍이 정점이었던 2018년 1월(2500만원대) 이후 2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3월 중순 비트코인 가격이 600만원 아래로 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8개월 만에 230% 올랐다. 글로벌 암호화폐 시황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9일 오후 4시쯤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366조1263억원이었다.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385조6480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전문가들은 풍부한 유동성과 달러 약세를 비트코인 가격 급등의 요인으로 꼽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 각국 중앙은행이 경쟁적으로 시중에 돈을 풀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을 확정하면서 달러 약세 흐름은 더욱 강해졌다. 채권 같은 안전자산에서 주식 같은 위험자산으로 글로벌 투자자금이 움직이는 배경이다.
어게인 2017~2018? 내년 비트코인 전망은 엇갈린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신한금융투자는 19일 보고서에서 “채권에서 이탈한 자금이 주식과 비트코인으로 쏠렸다”며 “비트코인의 11월 수익률(지난 17일까지 누적)은 3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 주식 양도소득세를 인상할 것이란 우려가 (암호화폐 시장에) 자금 유입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씨티은행은 지난주 기관 투자자들에게 ‘비트코인, 21세기 금’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보냈다. 이 보고서는 “통화 팽창과 달러 약세로 비트코인이 새로운 금으로 떠올랐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움직이는 펀드매니저 사이에서 비트코인은 다섯 번째로 인기 있는 투자 대상으로 떠올랐다. 최근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메릴린치의 설문조사 결과다. 펀드매니저들은 기술주 매수(65%)와 은행주 매도(11%), 회사채 매수(9%), 금 매수(5%)에 이어 비트코인 매수(4%)를 꼽았다.
앞으로 비트코인의 전망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가상자산 전문 운용사인 갤럭시의 디지털 최고경영자 마이클 노보그라츠는 “내년 말 비트코인 가격이 5만5000~6만 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자이자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레이 달리오는 대표적인 비트코인 회의론자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중앙은행과 기관 투자자, 기업이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걸 상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뉴욕타임스의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비트코인은 내 취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일본 등 주요국이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를 검토·추진하는 것도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의 관심을 높이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종이돈을 변형한 형태인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와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를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는 발행주체(중앙은행)가 지급을 보증하지만 암호화폐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특정한 기관에 권한과 책임을 집중하지 않고 분산시키는 탈중앙화가 비트코인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전수진·문현경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