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찬성’ 던진 김예지
日닛케이와 인터뷰서 소회
계엄 당일 국회 담벼락에서
버거운 소수자 현실의 벽
“물리적 장벽 앞 속수무책”
“주위 비난 잘 알고 있지만
국민 뜻 충실히 이행한 것”
日닛케이와 인터뷰서 소회
계엄 당일 국회 담벼락에서
버거운 소수자 현실의 벽
“물리적 장벽 앞 속수무책”
“주위 비난 잘 알고 있지만
국민 뜻 충실히 이행한 것”
“조이는 저처럼 자기주장이 강해요. 사람들은 안내견이 복종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조이는 그렇지 않아요. 가끔은 자신이 가고 싶은 않은 곳으로 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당론을 따르지 않아 탈당 위기에 몰린 김예지 국민의힘 국회의원(비례)이 최근 외신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소회를 밝혔다.
시각장애를 가진 주인에게 복종 훈련을 받은 시각장애인 안내견조차 때때로 주인의 뜻을 따르지 않는다는 비유를 들어 소신과 양심을 지킨 자신의 선택이 비판받는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아시아판은 주말인 지난 21일 ‘여당 의원이 윤석열 탄핵을 위해 투표권을 행사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 의원과 단독 인터뷰 내용을 소개했다.
지난 21일 게재된 닛케이의 김예지 의원 인터뷰 기사. <이미지=닛케이 아시아판 홈페이지 캡처> |
국회의원이 헌법과 양심에 따라 주어진 투표권을 행사하는 지극히 당위적인 상황임에도 닛케이 기사 제목은 왜 ‘여당 의원이 윤석열 탄핵을 위해 투표권을 행사했다’가 됐을까.
여당이 당론으로 탄핵 반대를 결정하면서 김 의원의 자주적 투표권 행사는 일본 언론이 보기에도 기사 헤드라인으로 잡아야 할만큼 이례적이고 용감한 선택이 된 상황이다.
주지하듯 김 의원은 지난 두 번의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총지가 된 부결 당론을 거스르고 연거푸 찬성표를 던진 극소수 국민의힘 소속 의원 중 한 명이다.
이를 두고 여당 내 친윤 세력과 보수적 여당 대권 잠룡들 사이에서 “후안무치하다”, “알아서 탈당하라”는 맹공이 쏟아지고 있다.
김 의원은 닛케이 인터뷰에서 자신의 처지에 대해 “내가 얼마나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지 알고 있다”라면서도 “내가 대변해야 할 국민의 의견과 뜻을 충실히 실행한 사람으로 생각해주면 고마운 것”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날 여의도 국회 담벼락 앞에서 좌절한 상황을 언급해 주목을 받고 있다.
당시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해 많은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사당으로 들어가기 위해 담을 넘었다.
그런데 계엄 선포 소식을 듣자마자 보좌관과 함께 국회 현장에 이동한 김 의원에게 이 벽은 오르기에 너무 위험한 것임을 스스로 인식해야 했다고 김 의원은 닛케이에 털어놓았다.
“소수자가 직면한 장벽을 허무는 역할을 해왔지만, 이런 물리적 장벽 앞에서 저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절망감과 비통함이 너무 컸습니다.”
당사에 숨어 있지 않고 비상계엄령으로부터 국민과 나라를 수호하기 위해 국회 현장까지 왔지만 담벼락을 넘는 물리적 행위는 김 의원을 다시금 소수자로 인식하게 만드는 사치이자 냉엄한 현실의 벽이었던 것이다.
당연하게도, 김 의원이 당내 압박 속에서도 의원직 수행에 의지를 보이는 것은 국회 입법 활동을 통해 깨뜨려야 할 현실의 장벽이 너무 많이 널려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으로 지난 21대 국회에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한동훈 전 당 대표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을 때 지명직 최고위원을 역임했으며 22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로 재선했다.
지금와서 보면 비례 공천 때 친윤계 의원들이 김예지 의원을 거론하며 공천이 잘못됐다고 정면 반발한 것도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친윤계의 피아 감별 레이더에서 김 의원은 응당 거부해야 할 ‘내부 반작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예지 국민의힘 국회의원(비례·앞줄 가운데)과 시각장애인 안내견 조이의 모습. <사진=김예지 페이스북 계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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