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들은 수십평 대 아파트 살면서 국민은 단칸방 가라고?" 비난
정부가 주요 매입임대 사례로 제시한 서울시 광진구 성내동의 한 주택 전경 / 사진=국토교통부 |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수도권 전역을 휩쓸고 있는 최악의 전세난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주택공급에 방점을 둔 24번째 부동산대책을 내놓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이라는 날선 지적이 도처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공급대책은 향후 2년간 다세대, 빈 상가 등을 활용한 공공임대 11만4100가구를 공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민간건설사와 매입약정을 통해 다세대, 오피스텔 등 신축 건물을 사전에 확보해 서둘러 공공임대로 공급하고, 공공전세라는 새로운 유형의 임대주택도 내놓는 식이다.
공급에 시간이 걸리는 아파트 대신 상대적으로 빠른 공급이 가능한 빌라로 방향을 튼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전국을 들끓게 하고 있는 전세난과 부동산대란을 단기적으로나마 잠재워보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문제는 이 같은 ‘임대주택’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본인 명의의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인데, 당장 공급이 빠르다는 이유로 임대주택에만 목을 매는 것은 근본적인 현실인식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주요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자기들은 수 십 평 대 아파트에서 편하게 살면서 서민들은 7평에 옹기종기 모여 살라는 거냐’, ‘전세대란으로 매물 수 만개를 없애놓고 고작 이 정도 공급한다고 생색낸다’, ‘결국 지금까지 발표했던 대책에서 숫자로 장난질 좀 친 것 아니냐’는 등 불만 섞인 의견들이 속출하고 있다.
양지영 R&C 연구소 소장은 “기반시설이 부족하다거나 임대료가 시세보다 높다거나 이런 부분의 해결 방안이 빠져있다”며, “가장 선호도가 높은 주거형태인 아파트 임대주택 공급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는 점, 전세난의 주범이 1~2인 가구가 아닌데 호텔, 상가 등 1~2인 가구에 집중 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공공기관 재정 가능 여부도 불확실하고 그에 따른 민간건설의 참여 등도 빠져있다”며 이번 대책의 허점을 지적했다.
그는 “임대주택에 공급에 있어서는 건설형임대주택, 매입형임대주택이 있을 텐데 건설형 임대주택에서는 재건축 규제 등으로 막혀 있고, 매입형 임대주택에서 있어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실거주 의무 강화 등으로 공급이 오히려 줄었다”며, “따라서 민간 공급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재건축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
◇ “호텔방에서 아이 키우라고?” 현실 동떨어진 정책에 비판 봇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당대표는 지난 17일 관훈클럽 주최 관훈토론회에서 “전세 대책의 일환으로 호텔을 개조하여 공급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번 대책에도 비슷한 취지의 공실 활용방안이 제시됐지만, 이마저도 좋은 반응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호텔방을 주거공간으로 공급한다고 해도 한정된 평수와 과도한 밀집으로 인해 좋은 주거환경을 만들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8일 자신의 SNS를 통해 "호텔을 전세 주택으로 만든다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황당무계 그 자체"라며 "국민이 원하는 건 맘 편히 아이들을 키우고 편히 쉴 수 있는 주거공간이지 환기도 안 되는 단칸 호텔 방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실상 아파트인 레지던스호텔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서 주민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며 "이 대표 주장은 이런 편법을 국가에서 조장하자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1인가구나 청년들 사이에서는 일부 환영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서울 소재 직장인 A씨는 “호텔을 활용한다면 입지 하나는 좋을 것으로 기대할만 하다”며, “그런 위치에 월세를 하나 얻으려고 해도 월 60만 원은 우스울 텐데, 공공임대로 괜찮은 자리에 주택이 나온다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1인가구의 증가를 고려해 이 같은 정책을 들고 나온 것 같다”며, “단기적인 미봉책만으로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는 것은 이미 불가능한 단계에 왔다”고 짚었다. 그는 “이미 이번 정부의 임기 안에 전세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려워졌다”며, “이후에 들어설 정권을 위한 택지 발굴, 규제 완화 등의 ‘빌드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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