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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홍콩 대규모 시위

감시·검열·낙인… 홍콩 시위대 ‘최후의 보루’ 홍콩이공대의 현재 [김향미의 '찬찬히 본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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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블룸버그 통신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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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홍콩이공대는 홍콩 민주화 시위대의 마지막 보루였다. 지난해 11월5일 민주화 시위가 시작된 후 경찰이 실탄 발포 등 강경 진압에 나서자 학생 시위대는 학교에 배수진을 쳤다. 특히 홍콩이공대에서의 싸움은 16일간 지속돼 같은달 29일에야 끝났다. 민주화 열망이 표출됐던 홍콩이공대를 둘러싸고 최근 감시와 검열이 강화됐다. 블룸버그통신은 홍콩 시위대의 보루였던 홍콩이공대가 1년 후 ‘감옥’처럼 변했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홍콩이공대 학교 정문에서부터 교직원이나 학생들을 제외한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됐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책이라고 했지만, 홍콩 내 다른 대학에서는 외부인 출입이 자유로웠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이공대 측은 지난 6일부터 외부인 출입을 제한했으며 앞서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11월6~30일 확실한 명분을 바탕으로 부서장의 승인을 받은 사람을 빼고는 캠퍼스에 들어올 수 없다”고 통지했다.

특히 올해 6월30일 중국 정부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을 시행하면서 학내 언론의 자유가 크게 제한됐다. 홍콩이공대 내 대자보가 붙었던 ‘민주주의 벽’은 학교 당국이 감시하고 있다. 기계 공학을 전공하는 켈빈 쳉은 “최근 캠퍼스 풍경은 학생 입장에선 감옥이다. 학교는 본질적으로 개방된 공공 장소다. 그들은 지금 대학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밖에서도 차가운 시선이 있다. 경제학을 전공하는 케이트 찬(22)은 한 면접 자리에서 캠퍼스의 ‘폭동’에 가담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홍콩이공대 학생이라는 정체성 때문에 면접에서 당황할 때가 있다”며 “어떤 사람들은 대학생들이 사회에 해를 끼친다고 생각하고, 우리의 존재와 역할을 폄훼한다”고 말했다.

홍콩 대학사회 전반적으로 검열이 자리잡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민주화 시위를 지지한 베니 타이 홍콩대 법대 교수는 지난 7월 해고됐다. 홍콩대는 ‘내부 인사 문제’라고 해고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타이 교수는 당시 페이스북에 “홍콩의 학문적 자유의 종말을 의미한다. 홍콩 교육기관의 교직원은 정치적·사회적 논란이 되는 문제에 대해 더 이상 발언할 수 없다”고 했다. 홍콩 침례대에서 사회 복지를 가르쳤던 친민주파 의원인 시우 카춘도 지난 7월 강사 계약이 만료됐다.

홍콩 링난대학의 피터 베어 사회학 교수는 “교수들은 강의 시간에 말하는 내용에 조심스럽다”며 “대학 시스템이 중국 본토와 닮아가고 있다. 교수들은 능력보다는 공산당에 대한 충성심으로 보상받게 된다”고 했다.

홍콩 교육청 대변인은 e메일 성명에서 “홍콩의 학문적 자유는 기본법(홍콩 헌법)에 의해 보호된다”며 “대학은 교직원 및 학생 선발과 같은 문제에 대해 제도적 자율성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25일 입법회 시정연설에서 “명백하게 중국 내정인 홍콩 문제에 외국 정부가 간섭하며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며 “홍콩의 헌정질서와 정치체계를 혼란으로부터 복구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1일 홍콩 정부가 범민주진영 의원 4명 축출하고 이에 반발한 다른 야당 의원들의 동반 사퇴로 이날 입법회에는 친중 의원으로만 채워졌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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