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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레이더P] `나사 풀렸던` 철책…월남 北주민, GOP 어떻게 넘었나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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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강원도 고성지역에서 북한 민간인 남성이 GOP(일반전초) 철책을 넘어 월남할 당시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던 것은 핵심 감지 장비의 나사가 풀려있었기 때문으로 군 조사결과 나타났다. 월남한 A씨가 월책 움직임을 감지하는 3중 장비를 모두 피해 철책을 넘었고, 이 과정에서 특히 최종 장애물 격인 감지 유발기는 아예 먹통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군은 뒤늦게 감지유발기를 전수조사하는 등 감시장비를 보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는 25일 동부전선 GOP(일반전초)에서 과학화경계 시스템을 언론에 공개하며 월남 사건 발생 약 20여일 만에 월남 관련 조사 결과 일부를 공개했다. 합참은 지난 3일 A씨가 GOP 철책을 넘을 당시 경보음이 울리지 않은 원인을 정밀확인한 결과, 당시 A씨가 철주(철제 기둥)를 이용해 GOP철책을 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GOP 철책의 과학화경계시스템은 이중(또는 3중)철책 중 남측 철책에 설치돼있는 감지장비들로 △광망 철책 △상단 감지 브라켓 △상단 감지유발기 등 3가지로 이뤄져있다. 우선 그물형 광망이 약 3m 높이의 철책을 빼곡히 덮고 있다. 철책을 넘기 위해 이 광망에 발을 디뎌 오르면 경보음이 울린다. 아라미드 등으로 구성된 광망에 일정한 하중이 가해져 절곡이 발생하면 광섬유를 통과하는 신호의 크기가 급작스레 작아지면서 경보음이 울리는 식이다. 군은 A씨가 Y자 철주를 타고 올라 광망에 전해지는 힘이 분산돼 특정 힘이 가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돼있는 것이 상단 감지 브라켓과 상단 감지유발기다. 철책을 지탱하기 위해 일정 간격으로 세워져 있는 Y자 철주의 상단에는 감지 브라켓이 부착돼있다. 이 철제 브라켓을 밟으면 그 안에 들어있는 광선(광섬유)들에 하중이 가해져 절곡을 유발, 역시 경고음이 울리게 된다. 그러나 A씨가 월책시 이용한 철주에는 이 브라켓이 설치돼있지 않았다. 합동참보본부 관계자는 "적군이 접근 용이한 지역 위주로 브라켓이 설치돼있다"며 "특히 가파른 산악지형으로 이뤄진 동부전선 철책에는 미설치된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철주의 맨 상단 모서리를 감싸고 있는 직육면체 모양의 감지유발기 역시 내부에 광선들이 설치돼있어 일정한 무게로 눌릴 경우 경보음이 울린다. 그러나 A씨가 밟고 넘어간 것으로 추정되는 철주의 감지유발기는 나사가 풀려있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합참 관계자는 "바람도 많이 불고, 눈과 비도 많이 오는 지역이다보니 아마도 그 부분에 나사가 풀렸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군은 감지유발기를 제작업체와 함께 전수조사해 일제 정비에 나서기로 했다. 김지 브라켓 미설치 지역은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월남사건에서 과학화경계시스템의 먹통으로 인해 작전 시간이 지연됐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군은 여전히 부인했다. GOP 철책에서 미상 인원의 움직임이 감지돼 경고음이 울려 병력을 출동시키는 것과 열상감시장비(TOD)로 포착해 작전을 수행하는 것에는 별다른 작전 속도상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다. 당시 군은 A씨가 GOP철책을 넘는 것을 TOD로 확인했으나, 이후 그를 체포하는 데까지는 14시간이 소요됐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산악지형의 특성상 TOD가 지속적으로 A씨의 움직임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동부전선의 경우 GOP철책을 넘으면 바로 가파른 지형이 형성돼있고, 미확인 지뢰지대가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어 수색작전을 수행하기가 까다롭다는 설명이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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