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승부
▷음성인식 엔진 자체 개발 ‘호두랩스’
아기유니콘으로 꼽힌 기업들 중에는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눈길을 끄는 곳들이 많다. 호두랩스, 센스톤 등이 대표적이다. 사진은 김민우 호두랩스 대표. <호두랩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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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유니콘으로 선정된 기업 중에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여럿이다. 호두랩스가 대표적이다.
2018년 설립된 호두랩스는 에듀테크 기업이다. 주력 서비스는 영어 학습 프로그램 ‘호두잉글리시’.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이 주요 이용자다. 2019년 1월 5000명에 불과했던 이용자가 올해 11월 3만명까지 급증하며 승승장구한다. 호두랩스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정확한 음성인식 서비스를 개발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다.
호두랩스는 기술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업체로 정평이 났다. 연간 연구개발(R&D) 예산은 18억~20억원으로 직원 53명 중 60% 이상이 엔지니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함께 개발한 음성인식 엔진도 보유했다.
김민우 호두랩스 대표는 “대다수 업체는 구글이나 애플 등이 만든 음성인식 엔진을 사용한다. 이들 엔진은 전화 통화하는 성인이 주요 이용자다. 목소리 톤이 높은 어린이가 사용하면 아무래도 인식률이 떨어진다. 호두랩스가 ETRI와 함께 만든 음성인식 엔진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어린이에게 특화됐다. 다른 엔진에 비해 인식률이 높다”고 설명한다.
김민우 대표는 교육 업계에 오랫동안 몸담아왔다. 웅진씽크빅, 수학 학습 플랫폼 매쓰클라우드, 청담러닝에서 재직한 이후 학습방법 추천 업체 키드앱티브아시아 대표를 지냈다.
“대학에서 공부를 마친 후 영어학원에서 회화 강사로 일했다. 처음에는 공채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 돈을 벌기 위해 임시로 일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강의를 듣고 난 수강생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교육업에 발을 들였다.”
장기적으로 김 대표가 추구하는 목표는 교육과 기술의 융합을 통한 교육 격차 해소다. 그는 “교육은 교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대치동 학원가를 비롯해 좋은 선생님이 있는 곳에 아이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 재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환경의 아이는 제대로 교육을 받을 수 없다. 좋은 교사 한 명이 10~20명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200~300명을 가르칠 수 있게 되면 문제가 해결된다. 줌(Zoom)과 같은 화상회의 솔루션을 이용하면 여러 곳에 흩어진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소통을 하고 업무를 볼 수 있듯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가상 현실 등 기술을 활용하면 교사 한 명이 여러 명을 가르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센스톤과 트위니 역시 기술력이 뛰어난 업체로 이름났다.
센스톤은 인증보안기술 전문 업체다. 무작위 인증코드를 생성해내는 ‘OTAC(One-Time Authentication Code)’ 기술을 보유했다. OTAC는 금융권에서 주로 쓰이는 보안기술인 OTP보다 보안성과 편의성이 한 단계 개선된 방식이다. 최근 인도네시아 최대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체인 도쿠, 인도네시아 조폐공사, 인도네시아 국세청과 기술 공급 계약을 맺는 등 돋보이는 성과를 냈다.
유창훈 센스톤 대표는 창업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인하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중공업에 다니다 1999년 벤처기업 붐에 휩쓸려 사직서를 내고 회사를 차렸다. 대학 동아리가 물품을 공동구매하는 플랫폼 ‘학교앞’을 선보였다. 하지만 철저한 준비 없이 창업한 탓에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 약 2년 만에 회사를 정리했다. 이후 디투알씨지, 마크애니 등 인증·보안 기업에서 20년 가까이 경험을 쌓은 뒤 다시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유 대표는 “전문지식을 보유한 분야에서 창업해야 망하지 않을 수 있다”며 “OTAC를 본인 인증이 필요한 분야라면 어디에서든 쓰이는 기술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아기유니콘 트위니가 만든 자율주행로봇 `따르고`는 병원에서 시범운영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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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보안기술 전문 업체 센스톤은 인도네시아 최대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체인 도쿠, 인도네시아 조폐공사, 인도네시아 국세청과 기술 공급 계약을 맺는 등 굵직한 성과를 내며 주목 받는다. 사진은 유창훈 센스톤 대표(오른쪽)가 도쿠 관계자들과 회의를 하는 모습. <센스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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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니는 카이스트 석·박사 출신 연구진이 모인 기업이다. 실내 물류운송 로봇 ‘나르고’와 ‘따르고’를 개발했다. 나르고는 자율주행 물류카트다. 물건을 싣고 목적지를 설정하면 알아서 장애물을 인식하고 피해 목적지까지 물건을 나른다. 따르고는 여러 대가 줄지어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투어가이드처럼 길을 안내하는 로봇이 있고 그 뒤를 로봇 여러 대가 따라다닌다.
▶비대면·이색 서비스로 눈길
▷지워지는 타투 ‘프링커’ 60개국 수출
비대면, 혹은 이색 서비스·제품으로 승부수를 띄운 기업도 여럿. 발품을 파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의류 발주를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해주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플랫폼마다 일일히 관리해야 했던 디지털 마케팅을 한곳에서 보게 해주는 서비스, 지워지는 타투를 몸에 새기는 프린터 등도 눈길을 끈다.
이커머스 전문 패션 기업 ‘이스트엔드’는 의류 산업 패러다임을 바꾸는 회사라 평가받는다. 통상 패션 시장에서 제품을 발주하려면 완성된 디자인을 확보하고 일정 수량 이상을 주문해야 한다. 이스트엔드는 최소 주문 수량이 의류 1장이다. 디자인을 대신 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주문이 비대면으로 진행돼 직접 공장에 방문하거나 동대문에서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된다. 김동진 이스트엔드 대표는 “처음으로 의류 시장에 뛰어든 사람이 이스트엔드 서비스를 활용하면 편리하게 발주 업무를 처리할 수 있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스트엔드가 지금까지 유치한 누적 투자 금액은 62억5000만원이다. 올해 매출은 120억원을 예상한다. 김동진 대표는 “비대면 발주 시장은 2025년까지 연 1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예상한다. 다양한 브랜드와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새로운 패션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기여하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아드리엘’은 중소기업·스타트업의 디지털 마케팅 관리를 돕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드리엘을 이용하면 여러 플랫폼에서 진행한 디지털 마케팅 결과를 한곳에서 볼 수 있다. 아드리엘은 엄수원 대표가 창업한 두 번째 회사다. 첫 번째 회사는 금융권에서 활용하는 AI 솔루션을 만드는 기업 ‘솔리드웨어’다. 2014년 설립 후 2015년 고위드(옛 데일리금융그룹)에 매각했다. 이후 2018년 아드리엘을 설립했다. 엄수원 대표는 “창업 경험이 있기에 운영진 고충을 잘 안다. 인공지능으로 데이터를 자동 분석하고 비대면 플랫폼인 웹 대시보드로 결과를 공유하는 서비스를 선보이면 중소기업 경영진과 마케터가 효율적으로 시간을 쓸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창업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2015년 창립된 ‘프링커코리아’는 모바일 타투 프린터를 만든다. 잉크젯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정교한 이미지를 즉시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화장품 원료로 잉크를 만들어 기존 타투와는 다르게 인체에 무해하고 쉽게 지울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기존에 없던 이색 서비스로 아기유니콘에 선정된 회사도 있다. 사진은 이종인 프링커코리아 CEO. <프링커코리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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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링커코리아를 창업한 이종인 프링커코리아 CEO는 삼성전자에서 14년 근무한 ‘삼성맨’ 출신이다. 이종인 대표는 “회사에 다니던 마지막 5년 동안 신규 사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사내벤처인 ‘C-Lab’ 활동을 했다. 이후 동료들과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생소한 제품이지만 모바일 타투 프린터는 파티나 축제 등에서 활발히 쓰인다. 지난해 매출은 약 13억원. 올해는 코로나19로 시장이 크게 타격을 입었지만 16억원 매출이 예상된다. 이 대표는 “판매를 시작한 지 2년 만에 전 세계 60여개국에서 100만달러 수출 성과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고속 성장 제약·바이오
▷시린 치아 이제 그만 ‘하이센스바이오’
제약·바이오 부문에서는 엔클로니, 하이센스바이오 등이 돋보인다.
엔클로니는 제약검사·인쇄장비를 만든다. 엔클로니 장비를 활용하면 표면에 얼룩이 있거나 변색된 약 등 결함이 있는 약을 걸러낼 수 있다. 정제약(알약)은 시간당 최대 40만정, 캡슐형은 최대 15만개를 검사한다. 약 표면에 글자를 새겨 넣을 수도 있다. 한국과 일본, 미국 등에서 특허 14건을 보유했다.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주요 고객사는 화이자, 시플라를 비롯한 글로벌 제약사다. 이경호 엔클로니 대표는 “제약 장비 시장은 문화가 보수적이다. 업력이 길고 거래 내역이 어느 정도 있는 기업이 아니면 큰 기업과 계약을 맺기 쉽지 않다. 엔클로니는 기술력을 보유한 덕분에 글로벌 파마를 고객사로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최근에는 존슨앤존슨과도 계약을 맺었다.
이 대표는 제약 이외 다른 분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전략을 고려 중이다. 그는 “엔클로니 장비에는 영상처리, 로봇 제어, 인공지능 등 다양한 기술이 들어갔다. 물류센터, 스마트팩토리, 배달·서빙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물류 자동화 등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이센스바이오는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인 박주철 대표가 설립했다. 치아 상아질 재생 기술을 활용해 충치·시린 이 치료제, 치과 의료기기, 가글 제품 등을 개발 중이다. 상아질은 치아 내부를 구성하는 조직이다. 상아질은 껍질(법랑질)로 쌓여 있다. 강한 칫솔질이나 충치균, 잇몸 질환 등으로 껍질이 벗겨지고 상아질이 외부에 노출되면 이가 시리다고 느낀다. 지금은 레진 등으로 시린 부위를 막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그러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레진이 벗겨져 재발하는 사례가 많다. 하이센스바이오가 개발 중인 치료제가 상용화되면 시린 이를 치료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게 된다.
▶이것저것 해주는 ‘귀차니즘’ 해결사
▷은행 안 가도 환전 ‘모바일퉁’
‘귀차니즘’을 해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도 눈길을 끈다. 모바일퉁과 달리자, 의식주컴퍼니가 여기에 속한다.
모바일퉁은 ‘트래블월렛’을 운영한다. 모바일 앱에 은행계좌를 연동한 뒤 환전을 신청하면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인천공항이나 여행지 현지 제휴업체에서 외화를 찾을 수 있는 서비스다. 여행을 떠나기 전 국내에서 오프라인 은행 지점에 방문하지 않아도 돈을 바꿀 수 있어 편리하다. 편리하고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며 지난해 6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6개월 만에 가입자 5만명, 거래대금 150억원, 앱 다운로드 10만여건을 기록했다.
김형우 모바일퉁 대표는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았는데 입소문만으로 이용자가 몰렸다.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내년에 다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전한다.
2017년 모바일퉁을 설립한 김형우 대표는 국제금융센터에서 외환·파생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삼성자산운용에서 해외투자 펀드매니저로 재직한 이력이 있다. 대학에서는 경제학, 대학원에서는 금융공학을 공부하는 등 꾸준히 금융·외환 한 우물을 팠다.
모바일퉁은 모바일 앱으로 환전을 신청하면 현지에서 외화를 찾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12월에는 비자와 함께 만든 선불카드를 선보일 계획이다. 사진은 김형우 모바일퉁 대표. <김기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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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퉁은 올해 4월 비자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는 점이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비자가 발급한 카드에 외화를 충전해 이커머스 플랫폼이나 해외 현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12월 중순 선보일 예정이다. 달러와 유로, 엔화, 파운드, 위안화를 비롯한 14개 통화를 충전할 수 있다. 비자 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매장이라면 어디에서든 사용 가능하다.
달리자는 심부름앱 ‘김집사’로 이름을 알린 기업이다. 김집사는 쓰레기 버리기부터 음식·식료품 배달, 세탁물 찾아주기, 우체국 대신 가기 등 별것 아닌 듯 하지만 직접 하려면 귀찮은 일을 대신 해준다. 서울 강남과 송파, 경기도 판교 등에 자리한 500여개 단지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의식주컴퍼니는 신선식품 새벽배송 업체 덤앤더머스를 창업해 우아한형제들에 매각하고 배민프레시 대표를 지낸 조성우 대표가 이끄는 기업이다. 의류 세탁 서비스 ‘런드리고’를 운영한다. 런드리고에 가입하면 빨래 수거함 ‘런드렛’을 무료로 빌려준다. 사용자는 런드렛을 집 안에서 빨래통으로 사용하다가 세탁물을 맡길 때 현관문 밖에 내놓으면 된다. 밤 11시 전 문 앞에 런드렛을 내놓고 앱에서 수거요청 버튼을 누르면 옷을 수거, 세탁해 다음 날 밤 12시까지 배송해준다. 서비스 시작 1년 만인 지난 3월 와이셔츠 20만장 세탁을 돌파하는 등 두각을 나타낸다.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박지영 기자 autum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85호 (2020.11.25~12.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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