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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대기업 경영권 승계

재계 세대교체 ③ 기타 | 퇴장하는 재계 巨人들… 3·4세대 ‘영 리더십’ 돌입, 젊은 총수 전면에 나서며 조직문화 혁신·소통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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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별세는 창업주 3·4세대 ‘젊은 총수’가 전면에 나서는 세대교체의 상징적 사건이다. 실제 4대 그룹 가운데 SK를 제외한 삼성, 현대자동차, LG 모두 3·4세 경영인이 전면에 나섰다.

창업 3세대인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회장은 각각 52세, 51세이며, 2세대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59세, 4세대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42세다. 이 4대그룹 외에도 최근 재계의 세대교체는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재계와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대 그룹 가운데 7개 기업이 3세 이상으로 세대교체를 이뤘다. 이 가운데 5곳은 최근 2년 새 공정위의 대기업집단 동일인으로 지정되며 실질적인 총수 자리에 올랐다.

매일경제

지난 1월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부 신년합동인사회에 정·재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오른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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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회장 40세에 그룹 총수

2018년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부친인 구본무 전 회장이 영면하면서 40세의 젊은 나이에 재계 4위 그룹의 총수로 올랐다. 구 회장은 과감한 사업재편과 인사 등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실제 구 회장 취임 후 LG그룹이 과거보다 과감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표적으로 LG전자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한 회사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적극 나서는 점이다.

LG화학 역시 SK이노베이션과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LG생활건강 역시 애경산업과 치약 상표권 소송을 벌였다. 국내 대기업 중 연구개발(R&D) 투자 규모가 가장 큰 만큼 회사의 지식재산권(IP)을 보호하고, 시장을 주도하는 산업은 기술 격차를 고수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그룹 3세인 조원태 회장(44)은 지난해 조양호 전 회장 별세 직후 회장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4월부터 한진그룹의 경영을 맡은 조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경영권 분쟁이라는 거센 도전에 직면했지만 수성에 성공했다. 생존을 위해 알짜 사업부인 기내식 기내면세 사업부를 매각하는 등 과감한 재무구조개선도 진행했다.

조 회장은 취임 후 소통 행보를 강화하고 코로나19 충격 속에서도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렸다. 그는 올해 1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보다 선방하자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십분 이해해주고, 양보와 희생을 통해 위기 극복에 기꺼이 동참해준 임직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감사를 표시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절정이던 지난 2월에는 중국 우한 교민들을 위해 전세기를 편성하고, 직접 자원해 함께 탑승했다.

최근에는 산업은행의 지원을 업고 아시아나 인수에 나선 만큼, 이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게 최대 과제로 부상했다. 만약 이에 성공한다면 대한항공은 명실상부 세계 7위의 대형 항공사로 거듭나게 된다.

효성그룹은 조석래 명예회장이 2017년 퇴진한 후 장남이자 3세인 조현준 부회장(52)이 회장으로 승진하고, 3남인 조현상 부사장(49)은 총괄사장으로 승진하며 세대교체를 완료했다. 지난해 탄소섬유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한 조현준 회장은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인 지난 4월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 건설을 결정하며 미래 수소경제 시장 선점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조현상 사장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화훼농가를 돕기 위한 릴레이 캠페인인 ‘플라워 버킷 챌린지’에 동참, 화분 100여 개를 직접 산 뒤 다음 참가자로 같은 ‘세대교체 경영인’인 한화솔루션 김동관 사장과 현대차 정의선 회장 등을 지목하기도 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37)은 지난 9월 인사에서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말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9개월 만으로 3세 경영의 전면에 서게 됐다. ㈜한화의 전략부문장까기 겸하며 그룹의 주요 사업전략과 글로벌 성장동력 발굴을 주도한다. 김 대표는 기후변화 대응, 친환경에너지와 첨단소재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사업 재편, 미래 사업 발굴 등 숙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김승연 회장의 3남인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은 최근 사모펀드 운용사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사표를 제출했다. 김 전 팀장은 향후 한화그룹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 레저 분야를 관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GS그룹은 지난해 말 허창수 명예회장이 물러나고 허태수 회장이 취임했다. 허태수 회장은 취임 후 첫 경영 화두로 ‘혁신’을 제시했다. 그는 “실리콘밸리 선진 기업들의 혁신 방법론을 혁신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며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 속에서 새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최근 나온 올해 임원 인사에선 4세 경영인들이 눈에 띈다. 허철홍 GS칼텍스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다. 2017년 11월 상무로 승진한 지 3년 만. 당시 그는 38세 나이로 그룹 내 최연소 임원 승진자가 됐다. 허 신임 전무는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의 장남이다.

허명수 전 GS건설 부회장 아들인 허주홍 GS칼텍스 상무보와 허진수 GS칼텍스 의장의 장남인 허치홍 GS리테일 상무보도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허서홍 GS에너지 전무는 최근 (주)GS 사업지원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허 전무는 허태수 (주)GS 회장에 이어 GS그룹 오너 일가 중 두 번째로 지주사 경영에 참여하게 됐다. 허 전무의 과제는 신사업 발굴 등이다.

GS그룹 4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재계 4세 경영시계가 빨라질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GS그룹은 LG그룹과 마찬가지로 장자승계 원칙을 중심으로 사촌·형제경영을 이어오고 있다”며 “젊은 세대 임원 이동과 동시에 4세대를 초고속 승진시키며 4세 세대교체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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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신세계, 현대중공업, CJ그룹 등도 세대교체에 착수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지난 9월 아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부문 총괄사장에게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8.22%씩 증여하면서 세대교체를 준비하는 작업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현대중공업그룹에선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38)이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 지주사 경영지원실장 등을 겸임하고 있다. 정기선 부사장은 그룹의 3대 신성장동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미래위원회’를 발족해 바이오와 인공지능(AI), 수소·에너지 사업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데 정 부사장이 위원장을 맡았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미래 성장동력을 총괄·관리하는 임무를 오너 일가 경영자인 정 부사장이 맡은 것에서 향후 그룹이 나아갈 방향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오롱그룹은 이웅열 전 회장이 2018년 말 회사를 떠나겠다고 선언하면서 4세 경영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 이 전 회장이 은퇴하며 장남 이규호 상무가 최근 부사장으로 선임되며 경영승계를 가속화하고 있다. CJ그룹은 최근 올리브영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를 공식화하면서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DB그룹은 지난 7월 창업자인 김준기 전 회장의 장남 김남호 회장(45)이 취임하면서 2세 경영 시대로 전환했다. 김남호 회장은 그룹을 총괄하면서 미래 준비를 위한 구상에 집중하고 있다. 주문이 밀려드는 시스템반도체 회사 DB하이텍과 연계된 정보기술 신사업과 DB손해보험의 인슈어테크 분야 강화 등이 과제다.

김 회장은 취임사에서 “미래 사업은 기존 사업 연장이나 연관사업 진출과 병행해 새로운 시대에 맞게 치밀하게 연구해 새로운 업을 창업한다는 자세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K와 롯데에는 최근 그룹 회장의 장남들이 입사했다. 3세 경영의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장남인 최인근 씨는 9월부터 SK E&S 전략기획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SK E&S는 SK그룹 지주사인 SK(주)가 지분 90%를 갖고 있는 에너지 회사다.

최 회장 장녀인 최윤정 씨는 SK바이오팜에서 일하다 지금은 미국 유학 중이며, 차녀 최민정 씨는 지난해 SK하이닉스에 입사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씨는 일본 롯데에서 근무하고 있다. 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 산하 과자·빙과류 제조업체다.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일본에서 세운 회사로, 롯데그룹의 모태이기도 하다.

▶‘배터리 회동’·비공식 모임 등 수시로 만나

재계의 세대교체가 한창이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당장 이재용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는 더 커진 모양새다. 조현준 회장은 횡령·배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해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1조원대 규모의 이혼소송을 벌이고 있다. 기업활동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것도 재계 총수들을 괴롭히고 있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데 이어, 최근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공정경제 3법(공정거래법·상법·금융그룹감독법)’이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을 골자로 한 노동조합법 개정이 경영활동에 큰 부담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한다.

물론 ‘악재’ 속에서도 ‘젊은 총수’들답게 협력하는 모습도 보인다.

3·4세 경영인들은 과거 몸집 경쟁에 몰두했던 전 세대와 달리 자주 왕래하며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계에서는 “젊은 총수들은 서로 무게를 잡지 않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다가 좋은 기회가 오면 큰 딜(거래)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 이들은 재계 현안을 논의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비공식 회동을 종종 가진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5월 삼성 이재용 부회장을 만난 데 이어 6월 LG 구광모 회장, 7월 SK 최태원 회장을 각 사의 배터리 사업장에서 연달아 만나며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한 차세대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4명은 11월 초에도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만나 저녁 식사를 했다. 4대 그룹 회장의 회동은 지난 9월 이후 2개월 만이다. 이들의 비공개 회동은 지난해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방한 당시 이 부회장이 주선한 승지원 회동을 시작으로 꾸준히 이어지는 모습이다.

재계에서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을 중심으로 이뤄진 이른바 ‘배터리 회동’에 이어 4대 그룹 총수들의 최근 잇따른 회동으로 그룹 간 협력 분위기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조직 문화를 혁신하고 유연한 조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진 만큼 수장이 젊어지는 건 세계적인 추세”라며 “젊은 총수들은 디지털·모바일을 이용한 혁신 경영에 속도를 내고 서로 간 경쟁과 협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경영 환경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4대 그룹 총수들이 지난 9월에도 회동하는 등 그간 한두 달에 한 번꼴로 비공식 모임을 가져왔다. 그룹 간 사업협력이나 위기대응 공동모색 등의 방안이 가시화될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매경LUXMEN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3호 (2020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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