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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코로나가 바꾼 美`블프`…매장 안가고 온라인서 하루 10조원 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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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격의 온라인 쇼핑 ◆

매일경제

코로나19 팬데믹이 미국 소비자들의 블랙프라이데이 쇼핑 풍경을 뒤바꿔놓았다. 2년 전인 2018년 뉴욕주의 한 베스트바이 매장이 블랙프라이데이 시작 하루를 앞두고 할인전을 진행하자 삼성전자의 대형 UHD TV 등을 사려는 인파가 몰렸다.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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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새벽 6시 30분(현지시간). 팬데믹 이후 첫 블랙프라이데이(블프)를 맞는 현장을 보기 위해 미국 뉴저지주 패러머스에 있는 대형 쇼핑몰인 버겐타운센터에 도착했다. 이곳은 블루밍데일스, 노드스트롬랙 등 백화점 계열 아웃렛과 벌링턴, 마셜 같은 중저가 아웃렛, 아마존 계열 식료품점 홀푸드 등 다양한 유통체인이 몰려 있는 곳이다.

이날 주요 몰이 평소보다 3시간 이른 오전 7시부터 조기 개점한다는 소식에 기자는 새벽에 일어나 현장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드넓은 주차장에는 차가 거의 없었다. 개점 시간 전에 매장 앞에 줄을 선 사람도 찾기 어려웠다.

오전 7시에 문을 연 '삭스오프5번가' 매장에 본의 아니게 '1번 손님'으로 입장했다. 이곳 매장에서 일하는 콘체타 씨는 "코로나19 사태로 매장을 찾는 손님이 줄어 블프 하루만 세일하는 게 아니라 계속 세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잠시 후 길 건너편에 있는 전자제품 유통체인 '베스트바이'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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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블랙프라이데이 당일인 27일 뉴저지주의 유명 쇼핑몰인 버겐타운센터 앞 주차장이 텅 비어 있다. 조기 물량 소진을 걱정해 개장 전부터 쇼핑객들이 줄을 서서 대기했던 풍경은 포착되지 않았다. [박용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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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역시 이날은 평소보다 3시간 이른 오전 7시에 문을 열었다. 오전 7시 15분에 도착하니 20명 정도가 줄을 서 있었다. '핫딜(특별 할인 판매)' 때문은 아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매장 방문객 수 제한 때문이었다. 드넓은 매장에 손님은 매장 직원보다 조금 더 많은 수준이었다.

30m 정도 늘어섰던 줄도 7시 20분이 되니 없어졌다. 블프 때 가장 인기 있다는 매장에서 만난 한 쇼핑객은 "혹시 현장에서 예고 없는 깜짝 세일 이벤트가 있을까 해서 새벽부터 나왔는데 허탕이었다"며 "다시는 직접 매장에 안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블프에 매장 문을 열자마자 100m 달리기를 하듯 매장으로 달려 들어가 흐뭇한 표정으로 TV를 담은 쇼핑 카트를 끌고 나오던 모습은 사라졌다.

이날 대부분 쇼핑객은 새벽부터 집에서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마존은 평소 179.99달러에 팔던 애플워치3 38㎜ 모델을 33% 할인된 119.99달러에 내놓았다. 월마트가 이틀 전 이런 세일에 나서자 아마존이 같은 가격으로 세일에 가세한 것이다. 전 세계에서 주문이 쇄도했다. 회원이 72만명에 달하는 네이버 카페 '몰스'에 이 정보가 뜨자 국내 직구족도 '광클'에 나섰다. 5시간이 안돼 아마존 재고가 바닥났다.

쇼핑 시기를 놓친 쇼핑객들은 이 가격에 애플워치를 구하기 위해서 오프라인 매장을 압박하고 나섰다. 일부 쇼핑객은 베스트바이 매장을 찾아 아마존 온라인 가격으로 할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베스트바이 일부 매장은 이런 요청을 한 고객에 한해 물건을 구하면 같은 가격에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온라인 가격 파괴가 오프라인 가격을 물귀신처럼 끌어내린 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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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유통의 경쟁력 하락 추세에 예고 없이 찾아온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속도를 붙였다.

쇼핑객들 관심은 블프보다 '사이버 먼데이'(사먼·블프 다음주 월요일(11월 30일))에 가 있다.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블프 소비자 반응을 종합해 3일 뒤 온라인 쇼핑 대전을 치르는 날이기 때문이다. 사먼 온라인 매출은 통상 블프보다 20% 이상 늘어난다.

월마트, 타깃 같은 대형 유통 체인은 블프 하루 전날인 추수감사절(26일)에 오프라인 매장 문을 닫았다. 연중 거의 최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대목 시즌에 오프라인 장사를 접은 것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마케팅 데이터 제공 솔루션인 '어도비 애널리틱스'는 미국 온라인 유통 업체들이 블프 당일에 총 90억달러(약 9조945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했다. 1분당 630만달러(약 69억6000만원) 상당의 소비가 이뤄진 것이라고 어도비는 분석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21.5% 늘어난 것이다.

세일즈포스는 블프 온라인 매출을 전년 대비 23% 증가한 128억달러(약 14조1440억원)로 추정했다. 어도비는 올해 11~12월 말 세일 시즌에 미국 온라인 업체들 매출이 1891억달러(약 208조9600억원)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3%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비해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은 격감했다. 센서매틱 솔루션은 블프 당일 미국에서 매장에 직접 방문한 고객은 지난해보다 52.1% 줄어든 것으로 추정했다.

아마존 등 온라인 공룡의 독식 구조 속에서 새로운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수공예품 전문 온라인몰인 엣시(Etsy), 반려동물 전문 온라인몰인 추이(Chewy) 등 분야별 유통 강자들이 틈새 시장에서 기록적인 성장을 거두며 오프라인 시장을 파괴하는 점도 주목할 포인트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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