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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사설] 코로나 확진 공무원 문책하겠다는 황당한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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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공기관과 지방 공기업에 '공공부문 방역관리 특별지침'을 내리고 이를 위반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문책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3일부터 시행된 특별지침에는 '실내 마스크 착용' '불요불급한 모임 취소·연기' '회식 자제' 등 방역수칙이 담겼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공무원부터 방역에 솔선수범하라는 취지는 옳다. 하지만 감염된 공무원을 문책까지 하겠다는 것은 참으로 황당한 발상이다. 방역수칙을 고의로 어기고 부주의하게 행동하다가 감염됐다면 징계를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누가 코로나19에 걸리고 싶어서 걸리겠나. 지금 코로나19 확산세는 개인이 조심해도 피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감염 경로를 모르는 환자 비율이 최근 16.5%로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코로나19 감염만으로도 큰 고통인데 인사상 불이익까지 주는 것은 지나치다.

게다가 '문책'이란 강압적인 조치는 증상을 숨기는 등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열이나 기침이 나도 확진되는 것이 두려워 아예 진단검사를 기피하게 되고, 실제 감염자가 있을 경우 '조용한 전파'를 일으키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3월 신천지 사태 때도 강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지만 방역당국은 신도들이 숨는 '음성화'가 방역에 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대했다. 또한 정부는 불법 체류 외국인들이 검사를 기피하는 것을 우려해 단속과 통보를 유예하기로 하는 등 음성화의 부작용을 경계해왔다. 이번 공무원 문책 방침은 이런 K방역 기조와도 충돌한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오락가락 방역으로 코로나19 확산을 부추겨놓고 만만한 공무원들을 통제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지난달 사회적 거리 두기를 1단계로 완화하고, 소비쿠폰을 지급하는 등 정부가 방역 경각심을 풀어놓고 공무원 문책 운운하는 것은 모순적이다. 정부가 스스로 정한 기준을 무시하고 2.5단계 격상 대신 사우나 금지 등 '2단계 플러스 알파' 방안을 시행하고 있는 데 대한 우려가 더 크다. 공무원을 통제하는 것보다 정부가 일관된 방역 원칙을 갖고 대응하는 게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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