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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World & Now] 다시 켜진 `민스키 모멘트`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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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중국의 부채 경고음이 심상치 않다. 최근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인 칭화유니그룹과 국영 화천그룹 등이 잇달아 디폴트를 선언해 큰 충격을 안겼다. 쑤닝은 300억위안 규모의 채무 상환 압박을 받고 있고, 하이난항공과 헝다그룹도 유동성 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방정부 부채는 중앙이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어났다. 10월 말 기준 중국 지방정부 부채 규모는 25조8000억위안(약 4335조원)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근 리커창 중국 총리는 각 지방정부에 "숨겨진 부채 정황을 사실대로 말하라"고 질타했다. 가계부채도 심각하다. 11월 말 현재 중국인 1인당 평균 부채는 12만7000위안(약 2133만원)으로 나타났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비율은 지난해 4분기 말 300%에서 올해 3분기 말 336%로 치솟았다.

중국의 부채 리스크는 진부한 이슈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공격적으로 푼 유동성이 부채 위험을 키웠다는 점과 중국 당국이 금융 리스크를 제어하고자 '유동성 긴축'을 시사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7년 10월 저우샤오촨 당시 인민은행장은 '민스키 모멘트(Minsky moment)'를 언급하며 부채가 나라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가 주장한 '민스키 모멘트'는 경제주체의 부채 상환 능력이 악화돼 건전한 자산까지 연쇄적으로 팔아치우면서 금융 시스템이 갑자기 붕괴되는 시점을 의미한다. 당시 인민은행은 강력한 디레버리지(부채 감축) 정책을 펼치고 있어 '민스키 모멘트'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부채 위기의 그림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짙어지고 있다.

오늘날 중국의 부채 위험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풀렸던 유동성과 관련이 있다. 당시 중국은 4조위안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통해 경착륙을 막았지만 기업 부채, 부동산 거품, 그림자 금융으로 대두되는 3대 회색코뿔소(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기)를 마주하게 됐다. 중국은 부채 위험을 줄이고자 디레버리지에 열을 올렸지만 2018년 미·중 무역전쟁에 이어 올해 코로나19 사태 등 복병을 만나면서 불가피하게 막대한 돈을 풀었다. 그러다 최근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금융 리스크가 부각되자 다시 긴축 채비에 나선 것이다.

최근 인민은행은 "유동성을 대량으로 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여파를 감안해 지금 당장 본격적인 긴축 행보를 걷지는 않겠지만 유동성 공급 강도를 조절하는 출구 전략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민스키 모멘트' 경고등을 켜면서 긴축의 당위성을 피력한 것이다. 실제 돈줄을 조이면 간신히 연명해 온 한계기업과 대출로 손발이 묶인 가계를 중심으로 큰 충격이 예상된다. 중국의 행보는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영끌'과 '빚투'에 놀란 우리 당국도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부지불식간에 찾아올 '부채 쓰나미'에 대비해야 한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daekey1@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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