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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매경춘추] 니가 왜 거기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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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다. 한강에서 용이 난다. 시골에서 학교를 졸업하면 이런저런 이유로 거의 대도시로 가버리고, 아예 거기서 눌러앉아 살기 때문이다. 당연히 자식들도 도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시골에 사람이 없다. 소멸 위기에 처한 시골이 살아나려면 무엇보다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창조적 리더가 필요한데, 그런 인재들을 시골에서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어쩌다 시골에서 그런 인재를 만나면 "니가 왜 거기서 나와" 하고 오히려 되묻게 되는 것이다.

작금의 도시는 환경, 주거, 일자리, 복지, 방역 등에서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이런 부분에서 상대적 장점이 있는 시골이 이제 도시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시골이 좋은 기회를 맞았는데, 문제는 이런 일을 쳐낼 인재가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4차 산업혁명의 시대이고 인공지능의 시대라 할지라도 결국 일은 사람이 한다. 시골에서는 특히 그렇다. 전국 농산어촌의 성공한 지역을 찾아가보면 어김없이 훌륭한 인재가 거기 존재한다.

이제는 다양한 혜택을 주고서라도 그런 인재들을 시골에서 자체적으로 키워내야 한다. 그러려면 그런 대학이나 아카데미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교육부 인가 대학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벚꽃 피는 순서로 기존 대학마저 사라지고 있는 마당에, 정규 인가 대학을 시골에 만들 수도 없고 만들 필요도 없다. 공무원과 대기업과 도시생활이 목표가 아닌, 농촌에서 창조적 삶을 살고자 하는 학생들을 위한 대학이 있어야 한다.

이제 위드(With) 코로나 시대에 맞게 온라인(Online) 언택트(Untact) 대학을 만들면 된다. 이를테면 시골에 가칭 '농촌유토피아대학'을 하나 만들어보자. 농촌르네상스를 선도할 핵심 역량을 키워내는 그런 대학을 하나 만들자는 것이다. 이는 농산어촌 중심의 자립형 자체 대학이다. 새 시대에 걸맞은 창조적 상상력과 지역리더십을 키워, 농촌을 혁신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보자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보면 '미네르바스쿨'과 '에콜42' 등이 바로 이런 새로운 시대의 혁신적인 대학이다. 이런 대안대학들은 세계의 유수한 정규대학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사람이 사람답게 잘 살 수 있는 우리의 농산어촌을 위해, 차제에 외국의 대학을 능가하는 세계 최고의 대학을 우리나라에 만들어 보면 어떨까.

물론 쉬운 일은 결코 아닐 것이다. 그러나 비대면 대학이라면 캠퍼스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따라서 많은 비용이 들어갈 것도 없다. 시골에서 공부하고 시골에서 살아갈 학생들을 위해, 등록금은 면제해 주고 오히려 기본소득을 보장해주자. 인재를 키워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개천에서 다시 용이 나게 해보자!

[장원 농촌유토피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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