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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기고] 수출한국이 맞닥뜨린 해상운송 주권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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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최근 들어 선박과 컨테이너 박스의 공급 부족으로 운임이 폭등하고, 물품 납기가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북태평양을 중심으로 발생한 선박 부족 사태가 동남아시아와 유럽 등에까지 미치기 시작했다. 이런 선박 대란은 미국발 화물 운송 수요가 증가한 것에 비해 정기선사들의 공급이 그에 따라가지 못한 탓이다.

현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한진해운 파산에서 찾을 수 있다. 2016년만 해도 우리나라는 북태평양 항로에서 제공 선박량 기준 12% 비중을 차지했다. 나머지는 머스크, NYK 등과 같은 외국 정기선사들이 운송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러던 것이 한진해운 파산 이후 우리나라 운송 비중이 6%로 감소했다. HMM이 5%, 한진해운의 미주 라인을 이어받은 SM상선이 1%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선박 대란이 일어나자 화물이 급증하는데도 우리 정기선사들은 배를 더 이상 제공할 수 없다. 80%를 차지하는 외국 정기선사들이 운임이 더 좋은 중국으로 향하고 우리 부산은 결항하는 횟수도 많아졌다. 납기를 못 맞춘 수출업자는 비싼 항공기를 이용한다.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것은 바로 해상운송 주권과 국가 수송안보의 개념이다.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수출 화물을 선적할 선박이 부족하고, 운임도 경쟁국들보다 1.5배나 비싸다. 이로 인해 수출 경쟁력이 저하될 정도라면, 이는 국가 수송안보가 확보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우리 북미향 수출 화물의 80%는 외국 정기선사가, 나머지 20%만 우리 선사가 운송한다. 1990년대 우리 선사의 운송 비중은 50%를 기록했다. 수송안보가 뒷걸음질을 친 셈이다.

정기선 행동 조약에서도 2개 국가의 운송에서 자국 화물은 40%를 운송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보더라도 우리는 주어진 몫을 못 찾고 있다. 정부와 선사가 북미향 컨테이너 수출입 화물의 50%를 감당할 수 있도록 선박을 확충해야 하는 이유다.

전방위적인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근본적으로는 해상운송비상대책법에 민간 자율로 처리할 수 없는 경우를 상정한 해상운송 비상사태를 정의하고, 비상사태 시 선박 및 컨테이너 박스 확보에 필요한 물적 설비를 평상시에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기선사는 다목적 선박을 보유하고 운항 중인 선박에 여유 공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컨테이너 박스의 일정량은 화주가 소유하고 운송인이 관리하는 형태도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우리 정기선사들이 선박을 증편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유럽에 투입한 큰 선박을 북미 항로로 돌려야 한다. 선박을 빌리는 비용도 천정부지일 것이다. 무역협회가 용선해서 우리 정기선사에 위탁하는 방안도 있다. 국내 화주들도 우리 정기선사와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해 운송량을 상시 예측 가능하게 해야 한다. 현재 50%인 장기운송 체결량을 일본과 같이 80%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정부도 해운공정거래위원회를 설치해 80%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 정기선사들의 운항에 경쟁법 위반 요소가 있는지 철저히 관리해야한다. 운임이 상승하는데도 노선을 줄여 운항 선박을 줄이거나 항구 입항을 건너뛰는 행위 등 위반 사항은 철저히 신고를 받고 제재를 가해야 한다. 우리의 수출입 화물을 우리 정기선사들이 안정적으로 수송할 수 있는 해상운송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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