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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법원 “5·18 헬기사격 있었다”… 전두환에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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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前대통령 ‘사자 명예훼손’ 1심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

조선일보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민주화 운동 당시 광주에 내려가 계엄군에 ‘사살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했지만 2심에서도 패소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 명예훼손)로 기소된 전두환(89) 전(前) 대통령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30일 전 전 대통령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장은 “1980년 5월 21일 광주에 무장 상태의 500MD 헬기가 사격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며 “피고인은 자신의 주장이 허위임을 인식하면서도 회고록을 집필했다”고 했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해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기술해 2018년 5월 재판에 넘겨졌다.

5·18 당시 헬기 사격 여부는 30년 넘도록 논란이었다. 1988년 국회 ‘광주 사태 진상 규명을 위한 청문회’ 때 헬기 사격을 봤다는 증언이 나왔으나 증거가 부족해 헬기 사격은 없다고 결론 냈다. 1995년 김영삼 정부 시절 검찰은 “인명 피해가 확인되지 않았고, 뚜렷한 피탄(被彈) 흔적과 파편 등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수사 결과는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형사재판에 그대로 반영됐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역시 “광주에 투입된 무장 헬기의 이착륙 기록이 없다”며 “헬기 사격은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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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잠잠하던 논란은 2016년 8월 옛 전남도청 인근인 전일빌딩 리모델링 과정에서 탄흔이 다수 발견되면서 다시 부상했다. 광주광역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고, 국과수는 그해 12월 “당시로선 광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던 전일빌딩 10층에서 탄흔을 최소 150개 식별했다”며 “호버링(일정한 고도를 유치한 채 움직이지 않는) 상태의 헬기에서 발사했을 가능성이 추정된다”고 했다. 탄흔을 감정한 김동환 국과수 총기연구실장은 “더 높은 곳에서의 사격이 아니면 건물 10층 바닥에 탄흔을 만들 수 없다”며 “당연히 비행체 사격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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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세례받는 전두환 前대통령 일행 차량 - 30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광주지방법원 인근에서 5·18부상자회 소속 회원들이 주차된 전두환 전 대통령 차량에 계란을 던지고 있다. 이날 전 전 대통령은 고(故) 조비오 신부의 사자명예훼손 혐의 1심 선고공판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 /김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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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 뒤 문재인 정부는 국과수의 탄흔 분석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며 헬기 사격을 인정했다. 2018년 2월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는 “전일빌딩 10층 탄흔은 더 높은 고도에서 사격했을 때 가능하다”며 “육군은 공격 헬기 500MD와 기동 헬기 UH-1H를 이용해 광주 시민을 향해 사격을 가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때도 핵심 증거인 헬기 운항 일지를 확보하지 못했고, 5·18 당시 헬기 조종사 5명도 “무장 상태로 광주 상공을 비행했으나, 사격은 하지 않았다”고 헬기 사격을 부인해 논란이 계속됐다. 이번 재판부는 앞서 국과수의 감정 결과와 5·18 특조위 발표 내용을 상당 부분 인용하고 유죄 판결의 근거로 삼았다.

[광주광역시=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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