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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비자가 찍은 한국 스타트업… 해외 수수료 공짜 카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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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퉁, 연말 ‘티끌페이’ 출시

조선일보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김형우 모바일퉁 대표가 새로 나올 외환 거래 전용 선불카드 ‘티끌페이’(가칭)를 들고 있다. 김 대표는 “이 카드를 이용하면 해외 직구를 할 때 내던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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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를 거의 내지 않고 해외에서 결제할 수 있는 카드가 곧 출시된다.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 모바일퉁은 해외 결제 수수료를 0~0.5%만 받는 선불카드 ‘티끌페이’(T-글로벌페이·가칭)를 이달 중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30일 밝혔다. 사용 방법은 모바일퉁 서비스에 가입해 계좌를 개설하고, 일정액을 충전해(페이머니) 선불카드처럼 쓰는 것이다. 모바일퉁은 “이 카드를 이용하면 서비스하는 13개 화폐 중 달러, 유로, 엔화, 파운드는 수수료가 공짜고, 나머지 통화도 0.5% 수수료만 내고 외환 결제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코로나 때문에 해외여행을 하면서 실제 카드를 내는 일은 거의 없겠지만,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등에서 해외 직구할 때 이 카드를 이용하면 된다. 모바일퉁 김형우 대표는 “기존 카드로는 베트남에서 100만원 결제하면 수수료 등으로 5만원을 냈지만, 티끌페이로 내면 5000원만 더 내면 된다”고 말했다.

◇비자 직거래로 비용 줄여

수수료가 어떻게 이렇게 내려갈 수 있을까. 국제 외환 결제는 여러 금융기관을 거칠 때마다 비용이 발생하는 다단계 구조를 갖고 있다. 하지만 모바일퉁은 국제 결제 서비스 브랜드인 비자(VISA)만 거친다.

보통 카드로 해외 현지 상점에서 결제하면, 대금 정산은 현지 금융사, 국제 브랜드사(비자, 마스터 등), 국내 은행, 카드사 등을 거쳐 이뤄진다<그래픽>. 단계마다 수수료가 발생한다. 달러 이외 통화는 일단 달러로 바꿔서 정산했다가, 다시 원화로 바꾸면서 환전 비용도 발생한다. 보통 국내 카드사는 소비자로부터 최종적으로 브랜드사 수수료(1~1.4%)와 해외 이용 수수료(0.18~0.65%) 등 1.18~1.65% 정도로 수수료를 받는다. 환전할 때 화폐에 따라 1~5% 정도 가산되는 ‘전신환율’도 적용된다. 결과적으로 일반적인 카드 해외 결제에는 소비자가 기준 환율로 계산한 것의 2.2~8%가 비용으로 붙는다.

그런데 모바일퉁으로 해외 상점에서 물건을 사면, 정산은 비자와 모바일퉁만 거치는 것으로 끝난다. 정산은 통화별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전 비용도 없다. 현재는 비자와 업무 협약을 통해 추가 할인도 해준다. 모바일퉁은 “중간 거품을 없앴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적은 비중의 수수료만 청구해도 우리는 이익을 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거의 비슷한 서비스를 한발 먼저 비자와 손잡고 낸 곳이 영국 레볼루트다. 레볼루트는 작년 11월 비자와 직접 거래 구조를 갖추면서 기업 가치가 11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급부상했다. 모바일퉁은 “복잡한 외환 거래 정산 과정을 최적화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우리는 레볼루트에 이어 두 번째로 비자와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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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은 레볼루트보다 높다”

창업자 김형우 대표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서 런던 경영대학원(LBS)에서 FX 파생상품을 전공했다. 이후 삼성자산운용 등에서 외환 관리 업무를 담당했다. 이때 불합리한 외환 거래 비용을 줄이는 시스템 개발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그는 “전국에 모든 카드사를 찾아가 시스템을 도입해 보려고 지지고 볶았는데, 결국엔 전부 못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기존 시스템을 전부 갈아엎을 정도로 뜯어고쳐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좌절은 했지만 시행착오 과정에서 외환 결제 과정을 꿰뚫어보게 된 그는 직접 서비스 개발을 결심했다. 2017년 10월 모바일퉁을 창업해 환전 수수료를 획기적으로 줄인 온라인 환전 서비스 ‘트레블 월렛’을 출시했다. 출시 7개월 만에 누적 거래액 150억원, 가입자 10만명을 기록했다. 지난 7월 베이스인베스트먼트, 서울대기술지주, 두나무앤파트너스 등으로부터 75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모바일퉁의 앞으로 목표는 금융 비용은 더 줄이고, 수익률은 최적화한 외환 파생상품을 만들어 내고, 더 나아가 기업을 대상으로 한 무역 시장까지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다. 그의 아내는 TV조선 ‘아내의 맛’에 출연했던 박은영 아나운서다. 김 대표는 “기술력만큼은 레볼루트보다 우리가 한 수 위라고 자신한다”며 “제2의 레볼루트로 성장하고 나면 아내보다 더 유명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핀테크(fintech)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 모바일, 빅데이터 등 정보기술(IT)을 융합한 금융 서비스를 일컫는다. 모바일 뱅킹이나 앱 카드 등이 대표적인 서비스다.

[최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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