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7 (월)

징계위 강행 땐 법 절차 위반, 징계위원 명단 비공개도 논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징계위 5일 전엔 받아야 할 소환장

윤석열, 당초 기일 이틀 전에 수령

판사 문건 제보자로 알려진 심재철

징계위원 포함 땐 ‘중립성’ 훼손돼

중앙일보

추미애(左), 윤석열(右)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법무부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전격 연기한 건 역시 윤 총장 등이 제기한 위법성 논란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법무부 입장에서는 추가 소송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최소한이나마 갖추는 모양새를 보이는 편이 위험 부담을 줄이는 길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윤 총장 측은 촉박한 절차를 우선적으로 문제 삼아 왔다. 검사징계법 26조에는 ‘서류 송달과 기일의 지정 또는 변경 등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고 돼 있는데, 형소법은 소환장 송달 후 5일 이상 유예기간을 두고 첫 번째 공판기일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윤 총장에게 소환장이 송달된 게 지난 2일인 만큼, 이 규정을 준용하면 최소한 그다음 날부터 5일 후인 이달 8일 이후로 징계위 기일을 정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윤 총장 측은 이 규정을 근거로 법무부가 4일 징계위 개최를 강행할 경우 현장에서 기일 변경을 요청할 계획이었다. 이에 대해 법무부 등에서는 윤 총장 측에 지난달 24일 징계위 청구서 부본을 송부하고, 26일에 징계위 기일을 통지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이날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굳이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

추미애 법무부 장관 VS 윤석열 검찰총장 갈등 책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법무부가 징계위원 명단 공개를 거부한 것도 논란이 됐다. 총 7명인 징계위원은 그중 법무부 장관과 차관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신상 공개 대상이 아니다. 윤 총장 측은 지난 1일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징계위원 명단 공개를 요청했으나 법무부가 거부하자 3일 재차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윤 총장 측이 징계위원 명단을 요구한 건 중립성 측면에서 논란이 있는 인물들이 포함돼 있을 경우 기피 신청을 하겠다는 취지에서였다. 구체적인 타깃은 이용구 신임 법무부 차관과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이 차관은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한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변호인이었다. 원전 수사 최종 지휘자인 윤 총장의 징계를 결정하는 위원에 포함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게 윤 총장 측 주장이다.

심 국장은 윤 총장 직무배제의 주요 사유였던 이른바 ‘판사 사찰’ 문건 제보자라는 게 문제가 됐다. 윤 총장 감찰을 주도해 온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은 지난달 6일 ‘문건 입수 경위’를 정리하면서 “(사건 당시 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문건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대검 감찰부장에게 제보하면서 문건을 건네줬다”고 기록했다. “심 국장이 징계위에 참여할 경우 제보자가 판사 역할까지 하게 되는 셈”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조미연 재판장)는 윤 총장 직무 복귀 결정을 내리면서 결정문에서 “직무배제는 징계 절차 과정에서 출석권, 진술권, 특별변호인 선임권, 증인 신문 등 증거 조사 요구권 등의 방어권을 보장한 채로 충분하게 심리한 이후 이뤄지는 게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서는 법무부가 징계위 강행 시 제기될 수 있는 윤 총장의 추가 소송에서도 이번과 유사한 법원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에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법무부는 이날 일정 연기 발표를 하면서 “절차적 권리와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기일 재지정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정유진·김수민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