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단독] 윤석열 직무정지 그날, 추미애 사단은 ‘친위 쿠데타’ 준비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尹징계위 또 연기] 11월 24일 무슨 일이 있었나

추미애 법무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정지 및 징계청구’를 발표한 지난 24일 이성윤 검사장이 이끄는 서울중앙지검은 대검 압수수색에 투입될 중앙지검 포렌식(데이터복구)팀을 대기시켜 놓고 있었던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조선일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배제 사태 이후 김욱준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의 사의 표명 등 검찰 내부에 극심한 내홍을 앓고 있는 가운데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청사 앞 반사경에 중앙지검이 비치고 있다. 오른쪽은 대검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날 법원이 ‘판사 성향 문서’ 관련 압수수색만 허락한 영장을 밤에 발부하는 바람에 중앙지검 포렌식팀은 다음 날 대검 감찰부가 실시한 수사정보정책관실 압수수색에 투입됐다. 대검에 포렌식팀이 있음에도 중앙지검 ‘병력’이 동원됐고, 윤 총장 대행으로 있는 조남관 대검 차장은 이런 상황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검찰 내부에서는 “추미애 법무부와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이성윤 검사장이 ‘윤석열 축출’을 위한 ‘친위 쿠데타’를 시도한 것”이라며 “총장 직무정지와 ‘총장실을 포함한 대검 압수수색’을 하루에 몰아치며 윤 총장 해임을 기정사실화하려다 압색 결과까지 허탕을 치면서 실패로 돌아갔다”는 비판이 나왔다.

◇”중앙지검 병력 동원했다가 실패한 친위 쿠데타”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 감찰부는 지난달 24일 오전 법원에 ‘판사 성향 문서’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이는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명령을 발표(오후 6시 5분)하기 반나절 전이었다. 이성윤 중앙지검장은 그날 오후 4시 30분쯤 중앙지검 소속 포렌식팀을 소집해 놓고 있었다. 대검 압수수색 영장이 떨어지면 즉각 투입하기 위해서였다.

법원의 압수영장은 24일 오후 8시쯤 발부됐다고 한다. 추 장관이 직무정지 사유로 내건 6가지 ‘혐의’ 가운데 ‘판사 성향 문건’에 대해서만 압수수색이 허락됐다. 검찰 내부에선 “총장실 등 전방위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

‘윤석열 축출’ 위해 추미애 법무부·검찰은 어떻게 움직였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법원이 늦게 영장을 발부하는 바람에 압수수색은 25일 오전부터 시작됐다. 대상은 지난 2월 ‘판사 성향 문건’을 작성했던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로 국한됐다. 압수수색을 총괄했던 허정수 대검 감찰3과장은 압수수색 당시를 전후해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뿐 아니라 서울중앙지검 형진휘 4차장과 수차례 긴밀하게 통화했다고 한다.

압수수색 현장에서 허 과장은 수사정보정책관실 실무진이 “컴퓨터 포렌식 작업은 본인(소유자) 동의를 거쳐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하자 “형진휘 차장이 컴퓨터가 국가 소유인 만큼 (동의 없이) 포렌식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해줬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지검 특별수사를 지휘하는 형진휘 4차장은 이 지검장의 핵심 참모 중 한 명이다. 법조인들은 “특별수사 경험이 부족한 허 과장이 형 차장 도움으로 ‘작전’을 실행한 것”이라며 “이는 추 장관 지시와 이성윤 지검장 등 지휘부의 승인 아래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예상 시나리오보다 하루 늦은 25일 압수수색을 실시하면서 법무부와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심재철 검찰국장이 대검 반부패부장 시절 보고받고 갖고 있다가 제보한 ‘판사 성향 문건’ 외에 다른 추가 ‘증거’가 있을 것으로 확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검 감찰부는 추 장관이 ‘판사 성향 분석’을 ‘판사 사찰’로 몰고 가는 데 필요한 다른 문건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검찰 내부에선 “압수수색으로 윤 총장 혐의를 구체화하려 했던 계획이 다 어그러진 것”이라며 “실패한 ‘친위 쿠데타’”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동수 부장은 윤 총장이 직무 정지되기 하루 전인 지난달 23일 조남관 차장 보고 없이 윤 검찰총장을 ‘성명불상자’로 형사입건하기도 했다. ‘판사 성향 문건’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고, 법무부에서 이첩한 수사 참고 자료가 그 근거로 알려졌다. 허정수 과장이 법무부에서 관련 자료를 받아왔는데 이런 내용은 조남관 대검 차장 등에게는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위임전결 규정은 중요 사건이 검찰 수사로 전환될 때 검찰총장에게 사전 보고하게 돼 있지만, 한 부장은 조남관 총장 대행의 결재도 받지 않았었다. 법조계 인사는 “윤 총장 감찰 단계부터 압수수색까지 ‘위법 사안’이 한두 개가 아니다”라고 했다.

◇”尹 축출 이후 ‘후속 시나리오’도 마련”

복수의 검찰 관계자는 “윤 총장 해임 이후 후속 시나리오도 마련돼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윤 총장 ‘찍어내기’ 작업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를 상정해 후속 인사(人事)가 준비된 정황이 있었다는 것이다.

추 장관은 윤 총장 직무 정지가 이뤄진 직후인 지난달 말 고기영 당시 법무차관을 불러 “(윤 총장을 해임하는 법무부 검사) 징계위를 마치고 대검 차장으로 가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간부는 “조남관 현 대검차장을 갈아치우고 대검을 완전히 접수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조남관 차장은 지난 8월까지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추 장관을 보좌하다가 대검 차장으로 옮겼지만 추 장관의 ‘윤석열 찍어내기’가 무리하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최근 윤 총장 직무 정지 사태에서 그는 추 장관에게 공개적으로 “한발 물러나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윤 총장이 다시 복귀하기 전까지 이른바 ‘추미애 라인’으로 분류되는 대검 간부들의 조 차장에 대한 태도는 신군부를 연상시켰다”고 했다.

추 장관 지시에 고민하던 고 전 차관은 결국 사표를 선택했다. 지난달 30일 사표를 내기에 앞서 고 전 차관은 주변에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얘기하면서 괴로움을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차장은 윤 총장 직무 복귀 전인 지난 1일 오전 대검 감찰부의 각종 법령·절차 위반 등을 조사하라고 대검 인권정책관실에 지시했다. 이 조사엔 3개 담당관실 전원이 투입돼 있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들어 친정부 검사로 분류되는 검사들이 잇따라 그만두는 것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민석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