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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취재파일] '읍·면·동' 단위까지 촘촘히 규제하면 집값 잡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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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뛰면 '뒷북' 규제지역 지정, 비웃는 투기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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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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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계속되는 부동산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전국 아파트값은 다시 들썩이고 있습니다. 지난주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은 한 주 전(0.23%)보다 더 커진 0.24%, 전셋값은 0.29% 올라 65주 연속 상승했습니다. 이사 비수기인 겨울철에 접어들었음에도 시장은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부동산 매수심리 진정세가 주춤하다"고 에둘러 설명했습니다. 생소한 표현을 곱씹어 보자면, 집을 사려는 심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의미가 담긴 걸로 이해하게 됩니다. 대체 스무 번 넘는 대책에도 왜 시장엔 '약발'이 먹히지 않는 걸까요?

● 규제지역 비켜나면 '오른다'는 학습효과

이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들여다보면 최근 공공임대 확대 정책이나 종부세 강화 대책 등 몇 가지를 제외하곤 대부분 규제지역을 확대하거나 조정하는 데 방점이 찍혀있습니다. 정부가 집값이 오른 지역을 예의 주시한 다음 물가상승률과 청약경쟁률이 일정 비율을 넘어서는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정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최근 집값이 급등한 경기 김포와 부산 해운대구, 대구 수성구 등이 지난 19일에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추가 지정 유력 후보지였던 파주와 울산은 빠졌습니다. 그사이 이 지역들의 집값은 어떻게 됐을까요? 경기 파주(1.06%→1.38%↑)와 울산(0.65%→0.83%↑) 모두 상승폭을 크게 키웠습니다. 이러다 보니 시장에선 정부가 집값 오를 곳을 '찍어주는 것 아니냐'는 조롱도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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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에서 몰리는 투기세력…울산, 파주 다음은 어디?

풍선효과에 익숙해진 시장은 이제 정부 규제지역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투기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지난 6·17 대책 때 규제에서 빠진 김포가 그랬고, 그 이전엔 청주의 아파트값이 비슷한 양상으로 출렁였습니다. 최근 집값이 급등하고 있는 울산 남구의 20년차 공인중개사는 "전국에서 외지 투자자들이 몰린다. 한 아파트 단지에 매물을 싹 쓸어서 호가를 2~3억씩 올려버린다."고 현재의 상황을 전했습니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될 즈음엔 투기세력들이 밀물처럼 빠지고 난 다음일 거다"라고도 했습니다. 최근 1년간 울산 남구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10.05%에 달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비규제 지역의 가격 상승세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정부가 예의 주시하는 사이, 투기세력들은 코웃음 치며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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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명 중 7명' 내년에도 집값 오른다…'보편적 규제' 필요

물론 정부가 집값을 모두 다 좌지우지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특정 지역을 콕 찍어 규제하는 방식으론 인접한 지역의 풍선효과가 충분히 예상된다는 점, 또 급등한 가격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실수요자들이라는 점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의 뒷북 규제지역 지정이 근본적인 대안인 건지, 오히려 부작용이 더 많은 건 아닌지 한 번쯤 돌아봐야 한다는 겁니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하이에나처럼 수익처를 찾는 투기세력들이 집값을 한창 띄우고 나면 정부가 뒤늦게 규제하고, 그때서야 집값이 주춤한다. 정부 당국자들은 정책을 잘해서 그런 것처럼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렇지 않다. 좀 더 선제적이고 포괄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설령 특정 지역을 규제하더라도 좀 더 신속하고 광역적인 지역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 이제는 '읍·면·동' 단위 규제? "두더지 잡기식 규제로 집값 못 잡아"

상황이 이런데도 부동산 조정대상지역을 현재 시·군·구 단위뿐 아니라 읍·면·동 단위로 세분화해 지정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습니다. 물론 집값이 전반적으로 안정된 상황에서 특수한 일부 지역이 집값이 오른다면 세밀한 규제가 필요하지만, 전국이 불장이 된 지금의 상황은 다릅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제 동 단위로 규제하면 그 바로 옆 동 집값이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는 건 아닐지 걱정"이라고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집을 사도 오르지 않는다는 신호를 정부가 주는 게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이번 정부는 완전히 실패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더 작은 동네로 쪼개 쫓아다니면서 규제를 한들 '집값 불패 신화'가 통하는 한 약발은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풍부한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 가는 지금의 상황에선 더욱 그렇습니다. 정부가 집값 오름세를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더라도 '부동산으로 돈 벌 수 없다'는 보다 명확한 신호를 줄 필요는 있습니다. 당장이라도 집 사지 않으면 영원히 불행할 것 같은 불안이 모두를 덮친 지금의 상황에선 더욱 그렇습니다.
제희원 기자(jess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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