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뒤를 잇는 미국의 진보진영 대선주자였던 조 바이든의 온라인 정책은 그리 뛰어나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선거 초반에는 바이든의 유튜브 캠페인이 트럼프에게 밀린다는 비판보도들도 많이 나왔었죠. 이는 워낙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이 갖고 있는 존재감이 컸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바이든의 당선을 결정지은 요인이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 정책이 아니라는 지적을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대응 실책과 말실수 때문에 얻은 어부지리 아니냐는 평가인거죠. 하지만 바이든 캠프의 디지털 전략을 담당한 10여명의 관계자들을 취재한 뉴욕타임즈 기사를 보면 흥미로운 전략들이 발견됩니다. 특히 상당부분 트럼프와 반대되는 디지털 전략을 취했습니다. 오늘날 한국에서 소셜미디어 캠페인에 관심이 많은 여러분들에게 시사점이 있을 것 같아 보여서, 아래에 뉴욕타임즈의 기사내용을 정리해 봤습니다. (기사 원문 제목 : How Joe Biden's Digital Team Tamed the MAGA Internet)
1. 한 명의 의견이 아니라 다수의 인플루언서 들과 협업했다
- 팩트 : 트럼프는 혼자서 마이크를 잡고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바이든은 많은 사람들이 믿는 인플루언서들과 협력했습니다.
- 증언 : 바이든 캠페인에서 함께 일한 민주당 전략자문회사의 대표인 앤드류 블리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트럼프에 비해 우리는 큰 마이크를 잡고 있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마이크를 잡고 있는 사람들을 돕기로 했죠"
- 스토리 : 예를 들어 우리에게도 유명한 레슬러 출신 배우 드웨인 존슨(별명 '더락')은 중도우파 남성들에게 주로 영향력이 높은 인플루언서 입니다. 바이든과 부통령 후보였던 카말라 해리스 두 사람은 '더락'의 지지를 끌어내면서 소셜미디어에서 많은 호응을 얻어냅니다.
2. 엘리트들이 찾는 트위터를 버리고, 대중적인 페이스북을 택했다
- 팩트 : 엘리트들이 주로 찾는 정보 중심의 트위터를 이용한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 진영은 귀여운 동물사진을 올리는 것을 좋아하는 페이스북의 여성계층을 집중공략했습니다.
- 증언 : 롭 플라허티 바이든 캠프 디지털 디렉터(이 부문에 있어서 바이든 캠프 내 최종결정권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바이든 캠프의 디지털 전략의 정서는 '(이념과 논쟁으로 가득 찬) 트위터는 진짜 삶이 아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극단적으로 (논리와)이념으로만 따지는 선거전쟁에 뛰어든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사안을 세세하게 따지고 드는 것보다는 정서와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훨씬 좋은 전략일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 스토리 : 바이든 후보가 말더듬증을 갖고 있는 13살 소년을 만나 자신 역시 젊은 시절 말더듬증을 갖고 있었고, 그걸 잘 극복해 냈다고 이야기해 주는 영상은 페이스북에서 활동하는 이들에게 반응이 좋았다고 합니다. 가슴 따뜻해 지는 컨텐츠로 공략을 한 것이죠. 비슷하게 바이든 캠페인은 닌텐도의 '동물의 숲' 게임에 돈을 내고 자신의 선거간판을 넣습니다.
3. 가짜뉴스에 적극 대응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들을 지원했다
- 팩트 : 트럼프 대통령이 정확하지 않은 사실들을 발언하는 경우, 바이든 캠페인은 진보적 성향을 갖고 있는 다수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대응했습니다.
- 증언 : '민주당을 점령하라'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한 라파엘 리베로 (바이든 캠페인을 컨설팅함)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게는 (적들의) 목덜미 까지 치고 들어갈 자유가 있습니다." 트럼프 캠페인에서 퍼뜨리는 가짜뉴스가 있으면 그걸 물고 뜯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 스토리 :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토론 과정에서 이렇게 발언했습니다. "우리는 의료보험과 사회보장제도를 지켜나갈 것입니다." 이 발언을 들은 리베로 씨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글을 올립니다. 새빨간 거짓말이라고요. 그는 "팩트 : 트럼프 정부의 2020년 예산에는 8700억 달러의 의료보험 및 사회보장제도 예산이 깎여 나갔습니다. 진실을 알립시다!"
4. B급 광고를 적극활용했다
- 팩트 : 트럼프 대통령이 공을 많이 들인 TV 광고 등에 의존한 반면, 바이든 캠페인은 B급 정서에 의존한 광고들에 집중했습니다.
- 증언 : 바이든 캠페인에서 컨설턴트로 일한 나타니엘 루빈은 이렇게 말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테스트를 해 봐도, 돈을 많이 들여서 찍은 광고가 더 나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대신 웹캠으로 찍었다 할 지라도 유권자들의 일상적인 이야기나, 진솔하면서 거친(B급) 감성으로 찍은 친근한 영상들이 더 효과가 있었다는 사실을 간파했죠."
- 스토리 : 바이든 캠프는 2016년에는 바이든 후보를 찍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를 지지하는 일상적인 유권자들이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찍은 영상들을 광고로 내 보냈습니다. 유튜브나 틱톡에 영상을 올리는 이들과도 적극 협력했습니다.
5. 아무렇게나 거는 싸움에 응하지 않았다
- 팩트 : 트럼프 대통령이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을 난사해 바이든 후보를 공격했지만, 바이든 측은 일일히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냉정하게 분석해 보고, 의혹 때문에 자신의 지지율에 영향이 없을 것 같으면 아예 무시해 버렸습니다.
- 증언과 스토리 : 선거기간 동안 조 바이든의 아들 헌터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사업권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뉴욕포스트'라는 보수성향 미디어에 보도된 적이 있죠. 바이든 캠페인의 디지털 전략을 자문했던 케이틀린 미첼은 이렇게 말합니다. "(헌터 바이든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을 때) 우리는 설문을 돌려보고 실시간으로 사람들의 반응을 체크해 봤어요. 많은 사람들이 그 의혹에 대해 들어봤다고 답하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 의혹에 대해 얼마나 신경쓰느냐고 물어봤더나, 분명하게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답을 얻을 수 있었어요."
바이든 후보의 디지털 전략이 성공적이었는지 아닌지는 평가가 엇갈립니다. 결국 바이든 후보가 대선에서 이겼기 때문에 성공적이라고 평가하시는 분들도 있고, 바이든 후보의 디지털 전략이 성공적이라서 이긴게 아니라고 평가하시는 분들도 있네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는 것 같습니다. 다소 식자층을 겨냥해 세련된 언어와 고상한 어젠다들을 풀었던 2016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디지털 전략과 달리 조 바이든 후보의 디지털 전략은 대중들의 눈높이를 공략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는 점입니다. 바로 이 전략이 2016년 약세였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통해 형성된 후보의 정책과 정견을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는 언어로 전달하는 것. 2016년의 트럼프 후보와 2020년의 바이든 후보 모두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은 이게 아닐까 합니다.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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