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검찰발 핵폭풍’ 시계제로 한일 양국②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안은나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가 열리는 10일 오전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 총장이 각각 법무부,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윤 총장은 출석하지 않고 변호인들만 출석할 예정이다. 2020.12.10/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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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 거리는 가깝지만 서로에게 먼 나라인 일본과 한국은 상대국의 강점만큼 약점에 대한 관심도 크다. 위안부 문제, 징용배상 등으로 얽힌 과거사에 기원한 경제보복이 대표적인데 최근에는 상대국의 정치적 혼란을 조명하는 일도 잦다.
한국과 일본에서 공통적으로 검찰과 관련해 거론되는 문구도 있다. “증거로 기소하던 (검찰) 특수부가 시나리오를 만들어 조작하는 집단으로 변질됐다”는 비난이다.
검찰 선배들이 쌓은 실적 덕분에 검찰 특수부에는 재갈을 물릴 상부 조직이나 관료가 없었다는 것인데 문구가 실린 책은 ‘도쿄지검 특수부의 붕괴’(저자는 일본의 신문기자 이시지카 겐지)이다. 해당 책은 2010년에 나온 묵은 책이지만 한국내에서 검찰 개혁을 주장하는 이들의 단골 인용 도서다.
우선 일본은 지난해부터 한국내에서 벌어진 일명 조국 사태에 대한 보도를 쏟아낸 바 있다.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과 가족들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에서 비롯된 갈등을 집중적으로 조명했고 최근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충돌도 적지 않은 비중으로 보도했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지난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 배제 소식을 타전하며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었다.
산케이신문은 당시 추 장관이 윤 장관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며 직무집행 정지를 명령했다면서 "문 정권을 수사하는 윤 총장과 이를 견제하려는 추 장관 사이 갈등이 심화돼 왔지만, 윤 총장이 굴하지 않자 추 장관이 전례 없는 비상조치에 나선 모양새"라고 썼다.
이어 "추 장관의 발표 이후 윤 총장은 '위법하고 부당한 처분에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양자의 대립은 한층 수렁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10일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에 대해서는 검찰 권력의 약화가 불가피하다며 선출 권력과 검찰 권력의 충돌을 부각시켰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아사히신문 등은 "전직 대통령을 차례로 구속 기소해온 한국 검찰의 힘의 원천인 강력한 수사권을 꺾겠다는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의도"라고 분석했다. 또 "정권에 불리한 범죄 수사가 어려워져, 정권의 의향을 고려한 수사가 진행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지지율 하락에 대한 반전 카드로 검찰 권력 약화를 겨냥했을 수 있다며 “검찰과의 대립으로 문재인 정권의 지지율은 30%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정권 내에는 공수처법 통과로 2022년 3월 차기 대선을 앞두고 혁신 지지층 결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깔려 있다"고 해석도 내놓았다.
마이니치신문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여권이 공조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공방이 길어질 경우, 윤 총장과 그 주변에 대한 비리를 추궁할 태세"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일본의 검찰 권력에 대한 우회적 비판과 관련해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나서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은 최근 올린 페이스북 글을 통해 한국 검찰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일본 도쿄 지검 특수부와 비교해 '검찰 파쇼(결속 또는 단결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파시즘 어원)'라는 말을 동원했다.
조 전 장관은 일본 검찰 주요 인사의 언급을 빌려오는 방식으로 일본 검찰 특수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이는) 조직 상부가 기획한 시나리오에 맞추어 조서를 꾸미는 '상의하달형'수사, 처음부터 특정인을 '악인'으로 지목해놓고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악인중심형'수사, 수사를 하면서 언론에 정보를 흘려 여론을 조작하는 '극장형' 수사"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해방 후 최근까지 한국 검찰실무는 일본 검찰실무를 따라 배웠다. 이상의 문제점은 버려야 할 병폐가 아니라 배워야할 기술로 습득되고 전수됐다"고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는 검찰의 칼날이 자의적으로 무뎌지거나 무원칙하게 날카로와진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한다. 아베 전 총리가 현직 총리 시절에는 총리 주변 스캔들에 불기소로 일관했지만 총리에서 물러나자마자 비리 수사에 혈안이 됐다는 것. 검찰주의라 불릴 정도로 조직 논리에만 충실하다는 비판을 받는 한국 검찰에 대한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사진= AFP=뉴스1 |
최근 일본 검찰(도쿄지검 특수부)의 아베 신조 전 총리와 스가 요시히데 현 총리 주변인사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서는 한국 언론을 중심으로 “권력과 검찰의 긴장관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아베 전 총리가 자신의 측근을 변칙적인 방법(정년 연장 등)으로 검사총장(한국의 검찰총장)에 임명하려다 실패했고 퇴임 후 스스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는 것. 다만 한국적인 상황과 대입하려는 시도는 상대적으로 많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일본 전현직 총리의 대립과 스가 현 총리의 아베 전 총리의 견제의 일환으로 검찰과 언론이 동원됐을 수 있다는 정치적 배경론은 일본과 한국 언론에서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지점이다.
주간아사히와 NHK 등에 인용된 일본 검찰 관계자는 "(총리) 관저와 검찰은 '탈아베'라는 점에서 이해가 일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수세이던 일본 검찰은 비리 혐의를 앞세워 전직 총리를 겨냥하고 있고 한국의 정치권력은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공수처를 띄웠다. 승부는 현재 진행형이며 한국과 일본은 상대국내 충돌과 전쟁의 발단과 결말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 김지영 기자 kjyou@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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