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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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에서 만취 상태로 역주행해, 치킨을 배달중이던 50대 남성을 치어 사망케 한 혐의로 기소된 운전자 A씨(33·여)가 "동승자가 운전을 시켰다"고 주장했다.

인천지법 형사3단독 김지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22일 재판에서 A씨는 "동승자 B씨(47)가 운전을 시킨 사실이 있냐"는 B씨 변호인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A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법률위반(위험운전치사)·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A씨는 "(술을 마시던 호텔) 로비에서 (B씨의) 차로 가는 도중 운전을 하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답했다. 다만 재판장이 "CCTV 영상에는 대화하지 않고 가는 모습이 있다"고 하자 A씨는 "B씨가 차에 타서 운전을 시켰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A씨는 호텔에서 편의점까지 80m가량 운전한 상황은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하지만 편의점에서 사고 지점까지 일어난 상황에 관해서는 상세히 기억하지 못했다.

A씨는 "B씨가 대리(기사)가 잡히지 않으니 편의점까지 나가자고 해서 나간 것이고, 호텔 방에 있을 때 대리를 불렀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편의점에 도착했을 때) 이제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B씨는 대답은 하지 않고 손짓만 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대답이 없고 손짓만 한 것을 운전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재판 진행중 당시 모습이 담긴 차량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되자 A씨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동승자 B씨는 A씨 주장에 대해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선 재판에서 B씨는 음주방조는 인정하지만 교사했다는 점은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피해자의 변호인은 재판장의 "합의 여지는 있느냐?"는 질문에 "B씨 주장을 들어보니 잘못에 대해 전혀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며 "진정한 사죄가 없으면 대화 여지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변호인은 "위험운전치사를 법리적으로 다투는 것은 이해하지만, 교사한 부분까지 전면 부인하면서 무엇을 사죄하겠다는 것인지 그 부분을 명확히 해달라"고 강조했다.

B씨의 변호인은 "형사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고, 술에 취해 당시 기억이 나지 않아 사실관계를 확인코자 증인 심문하는 것이지, 피해자 고통에 대해 잘못이 없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며 "지금이라도 대리인 주선만 해주면 무릎 꿇고 2시간이라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 양측 주장을 정리하고, 피고인 A씨와 B씨에 대해 신문하기로 했다. 다음 공판은 내년 2월2일 오후 4시30분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편 A씨는 지난 9월9일 0시52분쯤 술에 취해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운 상태로 벤츠 승용차를 운전하다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치킨 배달 오토바이에 타고 있던 C씨(54)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제한속도인 시속 60㎞를 넘는 시속 82㎞로 운전중이었다. B씨는 A씨에게 술에 취한 상태로 자기 회사 소유 벤츠 차량 문을 열어주는 등 A씨가 운전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치인 0.194%로 확인됐다. A씨는 반드시 귀가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B씨의 말을 믿고, 자신이 운전해 온 차량을 다른 식당에 주차해 놓은 상태였다. A씨는 "대리운전 기사가 배정이 되지 않는다며 대리기사를 찾기 용이한 곳까지 운전하자"는 B씨 말에 벤츠 차량을 운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벤츠 승용차의 실질적인 소유자인 B씨가 단순 방조에 그치지 않고 A씨에게 음주운전을 적극적으로 교사한 사실을 확인해 음주 사망 사고에 대해 A씨뿐만 아니라 B씨에게도 과실이 인정된다며 2명에게 '윤창호법'을 적용했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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