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께서 외롭지 않도록 뭔가 할 일을 찾아야겠다"
"대통령 재가 번복하는 재판, 이건 명백한 삼권분립 위반"
"민주당 각오 단단히 하고 앞장서야 한다"
민주당, 윤 총장 직무복귀…사법부 맹비난 '법원 개혁' 움직임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0월29일 오후 대전지방검찰청에서 지역 검사들과 간담회를 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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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24일 인용하자 여당을 중심으로 사법부 개혁 취지의 격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거여'(巨與) 민주당이 검찰개혁에 이어 법원 개혁도 밀어붙여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방송인 김어준 씨는 자신이 진행하는 방송에서 재판부를 겨냥해 '일개 판사'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민주당 의원들은 '사법 개혁을 추진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많은 의석수를 앞세워 관련 법안 마련 및 개정을 통해 법원을 개혁하자는 의지로 풀이된다. 관련해 한 현직 부장판사는 개혁이 겁박으로 읽힌다며 정면으로 비판해, 윤 총장 직무 복귀를 둘러싼 정치권 파장이 커지고 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검찰의 태도와 법원의 해석에서 너무도 생경한 선민의식과 너무도 익숙한 기득권의 냄새를 함께 풍긴다"며 비판했다.
임 전 실장은 "사실과 진실을 좇지 않는다. 정치적 판단을 먼저 하고 사건을 구성한다.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한 구분도 보이지 않는다"면서 "지금 검찰과 법원이 서슴없이 그 일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도구를 쥐어주고 심부름을 시켰는데 스스로 만든 권한처럼 행사한다"면서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염치도, 자신들의 행동이 몰고 올 혼란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도 찾아볼 수 없다"면서 "손 놓고 바라봐야 하는 내 모습이 너무 비참하고 무기력하고 무책임하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외롭지 않도록 뭔가 할 일을 찾아야겠다. 담벼락에 욕이라도 시작해보자. 다시 아픈 후회가 남지 않도록"이라며 글을 맺었다. 현재 임 전 실장은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를 맡고 있다.
1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정보원법 전부개정법률안이 재적 187명 중 찬성 187표로 통과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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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법 개혁을 촉구했다. 윤 총장의 징계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한 재판부가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신 의원은 "특권 집단의 동맹으로서 형사, 사법 권력을 고수하려는 법조 카르텔의 강고한 저항에 대해 강도 높은 검찰 개혁과 사법 개혁을 체계적이고 강력하게 추진하여 민주적 통제, 시민적 통제를 시스템적으로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같은 당 민형배 의원은 "대통령의 재가를 번복하는 재판, 이건 명백한 삼권분립 위반"이라면서 "검찰과 법원이 참말로 느자구없는 짓(사람의 행동이나 말이 형편없다는 뜻의 전라도 사투리)들을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어떻게 판사 셋이 내린 판단이 징계위 결정보다 합리적일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판사가 재판을 통해 대통령의 재가보다 더 우위의 결정을 할 수 있는가, 결과적으로 사법부의 국정운영 관여가 아닌가 등등 원초적인 문제 제기가 하나 둘 아닌 것 같다"며 "주권자가 선택한 대통령과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국가운영 체계를 선출되지 않은 국가기구 담당자들이 마구 흔들어대는 것"이라고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이어 "촛불시민이 또 나서주시도록 하는 건 너무 무책임하니, 이 나라 주권자 시민들의 권한을 위임받은 대표자들이 모인 곳, 국회가 나설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이 각오를 단단히 하고서 앞장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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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민주당 의원은 검찰에 이어 사법부 역시 기득권이라며 결국 민주주의를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간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앞두고 검찰의 강한 저항에 가려져 있었지만…. 일부 판사들도 자신들의 기득권 카르텔이 깨지는 것이 몹시 불편한가 봅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법과 검찰의 과잉 정치화가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려 합니다. 정경심 교수와 윤석열 총장 관련 판결이 이를 상징합니다"라며 재판부 판결을 강하게 불신했다.
그러면서 "어찌해야 할까요. 4년 전에는 광화문에 모여 국정농단에 맞서 촛불을 들었지만…. 이젠 온라인에서 거대한 기득권 카르텔에 맞서는 촛불을 들어야겠습니다. 정부나 국회가 해야 할 일도 보다 신속하게 해야겠지요. 성탄 연휴이고 안개가 잔뜩 끼어 시계 제로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냉정하지만 비상하게 행동해야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김병기 의원은 윤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물먹고 변방에서 소일하던 윤 검사를 파격적으로 발탁한 분이 대통령"이라면서 "윤 총장이 다른 사람에게는 몰라도 대통령께는 진심으로 감사해야 하고, 인간적인 도리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총장은 행정부의 한 조직인으로서 사법부에 감사하기 전에 국민과 대통령께 누를 끼쳐 죄송하다고 해야 한다"며 "상식을 지키겠다면 이제 그 직을 그만 내려놓으라"고 쏘아붙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좌) 윤석열 검찰총장(우)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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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 의원은 많은 의석을 앞세워 법원 개혁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지고 있는 것 같지만, 결코 지지 않는다. 전투에 져도 전쟁에서는 이길 수 있다"며 "입법을 통해 검찰, 법원이 국민에게 충성하도록 만들겠다. 시간도 의석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김남국 의원은 법원의 결정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또 윤 총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그는 "판사 사찰 문건 작성이 매우 부적절하고 위험하다고 판단하면서 집행정지 인용 결정을 한 것은, 감염병 확산이 우려된다고 걱정하면서 전광훈의 광화문 집회를 허용해 준 지난번 결정만큼이나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찰문건 작성이 부적절하다는 법원 판단이 있었던 만큼 윤 총장은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며 "작성 목적과 문건 활용 여부 등은 수사를 통해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인 김어준 씨는 25일 자신이 진행하는 TBS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있을 수 없는 판결"이라며 "행정법원의 일개 판사가 '본인의 검찰총장 임기를 내가 보장해줄게' 이렇게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원) 결정문의 앞뒤 내용이 안 맞는 건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상에는 다 작용과 반작용이 있는 것이라 (법원이) 이렇게 나오면 더 큰 힘의 반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며 "크리스마스니까 여기까지만 화내시고 월요일에 다시 이어서 화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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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을 중심으로 사법부 개혁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현직 부장판사는 "그 '개혁'이 겁박으로 읽힌다"고 비판했다.
25일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53·사법연수원 28기)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검사가 말 안 들으면 검찰개혁, 판사가 말 안 들으면 사법개혁, 그 개혁을 겁박으로 읽는다"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전날(24일)에도 "판결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 말 없이 막연히 판사가 편파적이라며 그 신변에 대한 위협을 가한다면 그건 '그냥 내가 원하는 판결을 하라'는 강요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그럴 요량이라면, 그냥 법원에 정치지도원을 파견해서 결론을 미리 정해주고 따르지 않으면 탄핵하겠다고 하면 된다. 탄핵도 151석만 넘으면 돼 어렵지도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나라를 야만으로 돌리는 비용만 치르면 된다"고 비판했다. 또한, 여권을 겨냥해 "이분들, 적폐 사태와 사법 파동으로 그 많은 이들이 구속되고 엄벌 될 때에도 법원이 편파적이라 느끼셨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사과한 것을 높게 평가했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이날(25일)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의 사과에 "인사권자로서의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이라며 "검찰개혁 완수를 향한 의지의 표명"이라고 밝혔다. 이어 "법원 판단으로 명백히 드러난 판사 사찰의 부적절성 등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법원의 판단에 유념해 검찰도 공정하고 절제된 검찰권 행사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특히 범죄정보 외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사찰한다는 논란이 더 이상 일지 않도록 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또 "법무부와 검찰은 안정적인 협조관계를 통해 검찰개혁과 수사권 개혁 등의 후속조치를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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