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BBNews=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마침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현실이 됐다. 무역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하면서다. 하지만 영국과 EU(유럽연합) 어느 쪽도 승자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저 최악의 이혼을 피했을 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7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텔레그래프와 브렉시트 협상 타결 뒤 첫 인터뷰를 가지고 “길고도 골치 아픈 시기가 끝났다”면서 “영국 전체가 새롭고 안정된 기반에 들어섰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영국이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면서 “뒤처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입법과 규제의 자유를 줄 수 있게 됐다. 자유는 당신이 만드는 것이며 기회를 잡는 것은 우리에게 달렸다”고 했다.
지난 24일 영국과 EU는 1200페이지 분량에 달하는 브렉시트 협상을 마쳤다. 2016년 6월 국민투표로 영국에서 브렉시트가 통과된 지는 4년 6개여월만이자, 지난 3월 영국과 EU가 무역을 비롯한 미래관계 협상에 돌입한지는 9개월여 만이다.
존슨 총리는 “EU 안에서 영국이 보냈던 30년간의 몸부림이 끝났다”며 이번 협상이 영국에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존슨 총리가 금융서비스 협상 등에선 한계가 드러났음을 인정했고, EU 역시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고 밝혔다고 지적했다.
양측은 무관세, 무쿼터를 기본적으로 유지하는 데는 합의했다. 하지만 앞으로 생겨날 별도의 검역이나 통관절차 등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다. 또한 무역협상에는 금융이나 데이터 관련 부분에서는 구체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존슨 총리는 “1200페이지에 달하는 협상문에도 불구하고 금융 서비스에서는 우리가 원하는 수준만큼 도달하지 못했다”고 했고, EU측도 금융 서비스 문제를 두고는 내년 1월1일 이후 상황을 지켜보고 더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결국 EU가 브렉시트 협상에 대한 최종 평가를 미룬 셈이라고 FT는 전했다.
외신들도 브렉시트를 두고 양측이 윈-윈 협상을 이끌어 내지 못했으며 그저 최악을 피했다는데 만족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양측은 그저 지저분한 최악의 이혼만을 피했다”고 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영국이 EU의 경제 궤도를 이탈하면서 프랑스와 독일을 주축으로 블록이 더 응집력 있게 됐지만 여전히 갈등은 남아있다”고 했다.
양측은 얻은 것도 있지만 잃은 것도 많다.
먼저 영국은 ‘노딜’ 브렉시트를 피하면서 국내총생산(GDP)이 3% 역성장할 것이라는 우려를 피하게 됐다. 반면 EU는 노딜로 인한 경제 피해가 성장률이 마이너스 0.5%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이 때문에 이번 협상에서 EU는 급할 이유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측이 막판까지 치열하게 줄다리기를 하던 조업권의 경우, 영국이 상당한 양보를 했다는 평가다.
EU는 영국 수역 내에서의 현재 어업 쿼터를 인정받되, 앞으로 5년반 동안 어업량을 25% 줄이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존슨 총리가 당초 80%까지 줄일 것을 주장했지만, 결국 포기해야 했다면서 조업권 문제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크게 만족해 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은 그동안 수십만명의 일자리가 걸린 조업권 문제를 두고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다.
EU는 그동안 유지해왔던 것과 비슷한 수준의 단일시장을 지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세계 경제지도에서 EU가 가진 영향력이 당장 줄어드는 건 피할 수 없게 됐다. EU는 국방 부문에선 40%, GDP는 14% 몸집이 작아지게 됐다. 또한 EU는 무역부터 관세, 외교정책 등과 관련해 워싱턴과 보여온 강력한 소통채널도 잃게 됐다.
하지만 반대로 EU블록에 열정적이지 않았던 영국이 나가면서 EU가 장기적으로는 미국이나 중국 등에 대항해 보단 단합되고 통일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는 평가도 받는다.
WSJ는 EU의 외교력이 프랑스와 독일을 주축으로 더 단결력을 보일 수 있게 됐다면서 사례 중 하나로 경기회복기금을 꼽았다. EU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에 빠진 국가들을 돕기 위해 7500억유로(약 1015조원)에 달하는 경기회복기금을 마련했는데, 이는 영국이 EU블록에 남아있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