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해 벽두부터 던진 '전직 대통령 사면 건의' 발언을 두고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화해와 통합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두 전직 대통령이 형기를 마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국민 통합' 효과를 염두에 두고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메시지를 던졌다. 반발 여론을 어떻게 포섭할지가 향후 이 대표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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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李·朴 사면 건의"…새해 벽두 파격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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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신축년 새해 첫 날인 1일 오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참배를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1.1/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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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여러 언론과 진행한 신년 인터뷰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형 집행 확정이 언제 되느냐에 따라서, 적절한 시기가 오면 대통령께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건의드릴 생각"이라는 내용이다.
발언에 앞서 알린 신축년 신년사에서 이 대표는 "사회 갈등을 완화하고 국민 통합을 이뤄 최선을 다해 전진·통합을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두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건의하겠다는 의도다. 다만 사면을 건의할 '적절한 시기'에 관해서는 법률적 상태와 시기 등 여러 가지를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DAS)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0월 재판에서 징역 17년을 확정받았다. 2036년 만기출소시 이 전 대통령 나이는 94세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지난해 7월 파기환송심에서 재임 중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 징역 15년에 벌금 180억원이, 국정원 특활비 상납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 징역 5년이 선고된 상태다. 오는 14일 대법원 재상고심에서 징역 20년 선고가 유지되면 박 전 대통령은 새누리당 공천에 개입한 혐의로 2018년 징역 2년을 확정 받은 것까지 더해 2039년, 87세가 돼 만기 출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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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시민 "부적절" 일부는 "사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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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중앙지방검찰청으로 이동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의 자금 수백억원을 횡령하고 삼성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17년형이 최종 확정된 이 전 대통령은 이날 동부구치소에 재수감될 예정이다. 2020.11.2/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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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인터뷰한 다수 시민은 두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부적절하다고 바라봤다. 용산역에서 만난 오 모씨(40)는 "우리나라는 사면을 너무 남발하는데, 두 전직 대통령은 지은 죄가 큰 만큼 사면은 안된다"며 "국민 통합 메시지로는 안 보이고 대선 주자 입지를 다지기 위한 정치적 발언 같다"고 말했다.
김경일씨(59)는 "이 대표가 대선주자로서 정치적으로 치밀하게 계산된 발언을 한 것"이라며 "이 발언은 정치적 쇼"라고 했다. 이어 "오히려 사면을 해주면 야권이 이명박계·박근혜계 등 파가 나뉘게 될 것 같은데 야권 분열을 이용하려는 계산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역에서 만난 대학생 박모씨(24)는 "사면 발언은 정권 바뀔 때마다 관례상 반복되는 일인 것 같다"며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사면이 적절한 얘기로 들릴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러나 "다만 고령인 수감자가 두 전 대통령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나이가 많고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사면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사면에 찬성하는 몇몇 시민도 찾아볼 수 있었다. 택시 기사 박모씨(61)는 "두 대통령 모두 나이가 많은데 구치소가 코로나19(COVID-19)로 위험하니 사면해주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대통령 업무 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을 것이고 잘못만 한 것도 아니"라면서도 "다만 너무 갑자기 발언이 나와 '통합 메시지'인지는 아닌 것 같다"고 첨언했다.
임모씨(62)도 "모두가 공과가 있는데 두 대통령의 반대측에서는 과만 너무 부각한다"며 "대통령이 형기를 모두 채우는 것은 국제적 망신인데, 사면이 통합 메시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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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히 준비된 발언…향후 해명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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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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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일 시사·정치평론가는 이 대표의 메시지에 대해 "사면 발언은 실수가 아닌 이 대표의 신중한 성격에 기반해 명확히 준비돼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청와대나 당 내 지도층 사이에서도 교감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최 평론가는 "이 대표가 연두에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차별점을 두고 윤석열 검찰총장 신년사에 묻히지 않기 위해 준비한 발언으로 보인다"며 "차기 대선을 앞두고 보수 진영이 먼저 던져야 하는 화두를 이 대표가 선점한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민주당 지지자들이나 외부 시민들의 반감이 큰 상황인데, 반드시 적절한 해명을 제시해야 한다"며 "'사면에는 전제조건이 있다'는 식으로 적절히 해명하면 좋은 주목을 받은 계기로 남겠지만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면 다른 대선 주자 좋은 일만 해준 셈이 된다"고 덧붙였다.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장덕진 기자 jdj13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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