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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이슈 세계 금리 흐름

'정치금융' 그림자…이번엔 '착한임대인 금리인하요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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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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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벽두부터 이른바 '정치금융'이 금융권을 덮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시중은행 부행장들을 상대로 예대금리차를 완화해달라고 압박한 데 이어 민주당이 임대료를 깎아주는 임대인에 '금리인하 요구권'을 주는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면서다.

4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최근 임대료를 인하한 임대인에 금리인하 요구권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한 은행법·상호저축은행법·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이들 개정안은 사실상 민주당의 당론 성격을 갖고 있다.

개정안은 은행과 저축은행, 카드사, 캐피털사 등 금융사로부터 대출을 받은 부동산 임대업자가 본인 상가 건물에 세를 든 소상공인의 임대료를 깎아줄 경우 금융사에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게 핵심이다. 코로나19(COVID-19) 장기화에 따른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방침으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임대료 부담을 낮춰겠다는 취지다.

전 의원은 "정부가 이른바 '착한 임대인'에 대한 세액공제 등 세제혜택을 마련했지만 실효성이 부족하다"며 "상가 임대사업자가 임차인에 대해 임대료를 인하해주더라도 부동산 매입 등에 대한 대출금리는 그대로 유지돼 금융비용에 대한 부담이 있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선 개정안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법안 자체가 금융 상식에 벗어난다고 지적한다. 금리인하 요구권의 본래 도입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금리인하 요구권은 돈을 빌린 사람의 소득이 늘거나 직급 상향, 꾸준한 대출 상환 등 신용리스크 개선 요인이 있을 때 적용되는 개념이다. 돈을 갚을 수 있는 여력이 생긴 만큼 금융사가 받는 대출 금리를 기존보다 깎아주는 것이다.

반면 여당이 추진하는 착한임대인에 대한 금리인하 요구권은 이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임대료를 깎아준 임대인은 신용리스크가 개선되기보단 오히려 임대료 소득이 줄어 금융사들은 신용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판단한다. 금리를 낮춰준다면 은행 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고, 결국 줄어든 이자 수익을 일반 고객들에게 전가할 여지도 크다. 일부 임대인들이 법안을 악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까닭에 공공영역인 재난대책 책임을 민간 금융회사에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로 금융권도 당연히 고통분담을 같이 해야 한다는 점은 충분히 공감한다"며 "다만 그 부담을 지우는 방식이 금융상식이나 시장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코로나19 이후 금융권이 실행 중인 이자유예·만기연장 등 지원방안이 일시적인 것과 달리 착한임대인 금리인하 요구권을 법제화한다면 향후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초부터 정치논리에 기댄 은행경영 간섭 시도가 거셀 것으로 보여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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