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제이콥 블레이크는 위스콘신주 커노샤의 한 병원에서 근황을 전하며 "24시간 내내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위스콘신주 커노샤 카운티의 마이클 그래벌리 지방 검사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총을 쏜 경찰 러스틴 셰스키와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 등 3명을 불기소 처분한다고 밝혔다.
셰스키 등은 지난해 8월 23일 커노샤에서 남자친구에게 위협을 받고 있다는 한 여성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블레이크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그의 등 뒤에서 7차례 총격을 가했다. 자신의 차량 운전석 문을 열다가 총에 맞은 그는 척추를 다쳐 하반신 불수가 됐다. 당시 차량 뒷좌석에는 블레이크의 세 아들도 타고 있었다. 목격자들은 그가 싸움을 말린 뒤 현장을 떠나려다가 총에 맞았다고 말했다.
당시 현장을 찍은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알려지면서 곳곳에서 경찰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10대 백인 소년이 시위대와 충돌하면서 두 명을 총으로 쏴 죽이는 사건까지 벌어졌고, 주는 격렬해지는 시위 양상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마이클 그래벌리 커노샤 검사장이 블레이크 총격 사건 관련 경찰 3명을 불기소하기로 결정을 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하지만 커노샤 검찰은 당시 경찰의 행위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블레이크가 오른손에 칼을 들고 있었고, 칼을 내려놓으라는 경찰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경찰들이 블레이크에 대한 체포영장을 갖고 있었고, 여러 차례 테이저건을 이용해 진압하려 했지만 그가 저항했다는 점도 불기소 처분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래벌리 검사장은 경찰 측이 제출한 40시간 이상의 영상과 200건 이상의 수사 보고서를 검토하고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블레이크가 흉기로 무장하고 적극적으로 저항했다는 데 반박의 여지가 없다”면서 “위스콘신주가 경찰의 자기방어 권한을 인정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
“땅에 떨어진 칼 주웠을 뿐” vs “위협했다”
이번 사건은 블레이크의 차량 운전석 바닥에서 칼이 발견되면서 진실 공방에 휩싸였다. 양측은 그가 칼을 손에 쥐고 있었는지, 경찰을 위협했는지를 두고 다른 주장을 내놓으며 공방을 벌여왔다.
지난해 8월 23일 찍힌 사건 현장. 차량으로 향하는 제이콥 블레이크를 경찰 2명이 총을 겨누고 뒤쫓고 있다. [트위터 영상 캡처=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WP에 따르면 블레이크는 칼 소지 사실은 인정하지만, 누군가를 위협하려던 게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차량 주변에 떨어트린 칼을 차 안으로 넣기 위해 집어 들었을 뿐 경찰을 자극할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찰 측은 블레이크가 칼을 든 채로 몸을 돌리는 등 위협적인 행동해 총을 쐈다는 입장이다. 총을 쏜 셰이커는 “블레이크가 현장을 빠져나가려고 하면서 운전석 뒷좌석으로 이동했다”면서“아이들을 납치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었다”라고도 주장했다. 이에 블레이크는“차에 타고 있던 아이들을 불안정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의도였다”고 반박했다.
━
주 정부, 항의 시위 대비 방위군 배치
블레이크 측은 이날 검찰의 결정에 즉각 반발했다. 변호인단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번 결정이 블레이크와 그의 가족, 정의를 외치며 항의했던 지역사회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것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또 그의 아버지는 “경찰의 잔인한 무력 사용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연방 정부에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5일(현지시간) 위스콘신 주 방위군이 커노샤 인근에서 검찰 발표에 항의하는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CNN에 따르면 검찰의 결정 이후 커노샤에서는 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검찰 발표 전부터 항의 시위가 계획되면서 거리마다 바리케이드가 세워졌고, 상점들은 약탈에 대비해 창문을 나무판자로 덧대고 있다.
시 의회도 지난 4일 밤 만장일치로 통행금지를 결의했고, 토니 에버스 주지사는 소요 사태에 대비해 500명의 주 방위군 배치를 승인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