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3000을 돌파한데는 개인투자자 ‘개미’의 공이 컸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동학개미’들은 한때 1450까지 떨어진 코스피를 3000까지 끌어올리는 원동력이었다. 개미들은 지난해 국내 대표 우량주 중심으로 투자 패턴을 바꿔 ‘스마트 개미’로 변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7조4000억원, 코스닥시장에서 16조3000억원 등 총 63조7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는 역대 최대였던 지난 2018년의 10조8000억원(코스피 7조원, 코스닥 3조8000억원)을 50조원 이상 뛰어넘은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들어서도 3거래일 만에 2조원 이상을 사들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개인의 주식 투자 과열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개인들이 집중 사들인 종목들은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인다. 개미들의 코스피 순매수가 47조4000억원인 가운데 개인들의 순매수 상위 50개 종목 중 코스피 46개 종목이 차지하는 금액이 39조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전체 순매수 63조7000억원의 약 3분의 2(65%) 가량을 상위 50개 종목 구매에 투입한 셈이다.

이들 50개 종목 가운데 4개를 제외한 종목이 모두 코스피 대형주로 이들 46개 종목 모두 국내 간판 기업들이다. 대표 기업들의 경우 주가 움직임이 기초 여건인 실적 흐름에 좌우되는 경향이 짙은 만큼 개인들의 투자 행태가 국내 기관 투자자이나 외국인 투자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순매수 금액이 5000억을 넘는 종목들을 보면 삼성전자(9조5000억원), 삼성전자우(6조1000억원), 현대차(2조6000억원), 네이버(2조원), 신한지주(1조3000억원), 카카오(1조2000억원), SK(1조2000억원), 한국전력(1조1000억원), SK하이닉스(8700억원), KT&G(7200억원), SK텔레콤(6100억원), KB금융(5900억원), 현대모비스(5600억원) 등이다.

또 50위권에 든 코스닥 4개 종목 중 셀트리온헬스케어(1조1000억원)와 카카오게임즈(6000억원)는 업종 대표 기업들로 꼽힌다.

순매수 상위 50개 종목 중 코스닥 종목이 18개에 달했던 2019년과는 다른 모습이다.

2019년에는 현재 거래 정지된 신라젠, 에이팸 뿐만 아니라 한때 증시 퇴출 위기에 놓였던 헬릭스미스 등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에도 코스닥 시장만 놓고 보면 바이오 관련주 등 소위 ‘급등’ 종목에 개인들의 매수세가 적지 않게 나타났다. 작년 9월 이후 3개월여만에 공모가 대비 10배 이상 오른 박셀바이오, 작년 7월 3000원대에서 2만원까지 상승한 엑세스바이오 등도 각각 1000억원 이상 순매수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이와 관련해 “투기적인 성격의 개인 자금들도 여전히 있지만, 지난해에는 예금금리가 낮은 까닭에 은행에 있던 자금이 많이 들어왔다”며 “은행에 예치된 돈은 보수적인데, 그러다보니 우량한 회사, 가장 믿을 수 있는 회사에 매수가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김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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