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단기 부동자금 1370조원...자산버블 경고음
실물과 격차 벌이는 금융시장...하락 시 ‘대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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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홍승빈 기자] 코스피지수가 3000포인트를 돌파하고 비트코인 가격이 4000만원 넘어서는 등 금융자산이 유례없는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자산가격 버블(거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초저금리 기조로 마땅한 투자처를 정하지 못한 투자자들의 시중 자금이 금융시장에 집중된 만큼, 금융자산 가격 하락 시 금융 시스템이 다소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4.57포인트(2.18%) 오른 3032.78에 장을 마감했다. 이로써 지난해 연말부터 사상 최고치 랠리를 거듭해온 코스피는 마침내 3000포인트를 넘기며 한국 증시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일각에서는 주가 거품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증권업계에서는 당분간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실제로 국내 증권사들은 여전히 올해 코스피 전망치 목표를 잇달아 상향하고 있다.
암호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빗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8시쯤 국내 거래가 4000만원을 돌파했다. 일주일 새 30% 가까이 상승하며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이날 오후 5시 30분 기준 비트코인은 전일보다 8.36%(318만원) 오른 4136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사이의 괴리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좀처럼 가라앉을 생각을 하지 않는 가운데 실물경제는 얼어붙은 상황에서 금융시장만이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시중에 떠도는 단기 부동자금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 1369조원에 달한다. 1년 사이 300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언제든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는 대기성 자금 1370조원이 시중에 떠돌아다닌다는 의미다.
이에 일각에서는 사실상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한 단기자금이 수익을 좇아 주식·암호화폐 시장 등으로 더욱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최근 증시 활황에 개인투자자들의 ‘빚’이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점은 최근의 우려를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신용거래융자는 전 거래일보다 3315억원 증가한 19조955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998년 집계 이래 사상 최대치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 시장의 신용거래융자가 전 거래일보다 2194억원 증가한 10조388억원, 코스닥 시장 신용거래융자는 1121억원 증가한 9조9169억원을 기록했다.
이같은 우려에 정책 당국 수장들은 일제히 실물경제와 자산가격간 괴리 현상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와 더불어 금융권에 ‘건전성 관리’를 당부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전일 “정책 당국과 금융권의 유동성 공급, 이자 상환 유예 등으로 잠재돼 있던 리스크가 올해는 본격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높은 수준의 경계감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또한 “부채 수준이 높고 금융·실물 간 괴리가 확대된 상황에서는 자그마한 충격에도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며 “금융 시스템의 취약 부문을 보다 세심하게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5일 신년사에서 “실물과 금융간 괴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정부도 위기대응 과정에서 급격히 늘어난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의 쏠림과 부채 급증 등을 야기할 가능성에 유의하며 유동성을 세심히 관리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홍승빈 기자 hsbrobi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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