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만료 직전에 탄핵이란 불명예를 안을 위기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은 "마녀사냥의 연속일 뿐"이라며 의사당 폭동을 자신이 선동했다는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이날 펜스 부통령은 전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보낸 최후통첩에 대한 답신에서 "트럼프 정권 임기가 8일 남았다"며 "국익에 최선이거나 헌법에 부합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난주 나는 내게 주어진 헌법상 권한을 넘어 대선 결과를 결정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에 굴하지 않았다"면서 "정치적 게임을 벌이려는 하원의 시도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이 무능하거나 직을 수행하는 데 장애가 있는 상황에 대비한 조항이라면서 "처벌이나 (대통령직)강탈 수단이 아니며 그런 측면에서 발동되면 끔찍한 선례로 남게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일단 이날 밤 하원 본회의를 열고 제이미 래스킨 의원이 발의한 수정헌법 25조 발동 촉구 결의안을 찬성 223표, 반대 205표로 통과시켰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의 선동은 민주주의의 심장이자 성전인 의회를 겨냥한 끔찍한 내란"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공화당에선 애덤 킨징어 의원(일리노이주)이 참석해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졌다.
물론 펜스 부통령이 불응하겠다는 의사를 이미 표명했기 때문에 탄핵으로 넘어가기 위한 요식 절차에 그친다. 앞서 민주당은 펜스 부통령과 내각이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를 박탈하지 않으면 13일 하원에서 탄핵 표결을 실시하겠다며 탄핵안까지 발의해놓은 상태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제이미 래스킨, 테드 리우 등 하원의원 9명을 탄핵 추진위원에 임명했다.
민주당 의원 222명만으로 이미 과반을 넘어서는 데다 공화당에서도 공개적으로 탄핵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일부 나왔기 때문에 하원에서 탄핵안이 신속 의결될 것은 확실시된다. 이날 공화당 소속 존 캣코 하원의원(뉴욕주)은 "대통령이 공격을 선동한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라며 탄핵에 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밖에 공화당 원내 서열 3위이자 딕 체니 전 부통령 딸인 리즈 체니(와이오밍주)를 비롯해 애덤 킨징어, 프레드 업턴(미시간주) 등도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탄핵안이 13일 하원을 통과하면 공은 상원으로 넘어간다. 현재 정회 중인 상원은 오는 19일 인사청문회를 개최하기 위해 소집된 상태다. 20일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취임일이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종료 이전에 탄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사후 탄핵을 하더라도 과반수를 의결정족수로 하는 하원과 달리 상원에선 3분의 2가 찬성해야 탄핵이 완성된다. 2019년 12월 상원에선 공화당 의원 가운데 단 한 명도 탄핵에 찬성하지 않아 부결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결과가 좀 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더 이상 '살아 있는 권력'이 아닌 데다 공화당 일각에선 그의 2024년 대선 재출마를 막기 위해서라도 탄핵과 함께 공무담임권을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의회 내 공화당 1인자인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의 선동 행위는 탄핵을 당할 만한 불법행위라고 측근에게 말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탄핵을 공화당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축출할 쉬운 방법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NYT는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대표적 업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텍사스주 국경장벽을 방문하며 '마이웨이'를 이어갔다.
그는 같은 날 연설에서 "수정헌법 25조는 내게 전혀 위험 요인이 되지 않고 바이든 행정부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탄핵 사기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크고 악랄한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탄핵은 거대한 분노와 분열, 고통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미국에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탄핵되면 지지자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압박성 발언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대선 결과를 뒤집으라는 자신의 발언은 "전적으로 적절했다"고 항변했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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