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44년 역사에서 임기 중 두번이나 탄핵을 당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9년 12월 하원에서 탄핵됐으나 이듬해 2월 상원에서 부결되며 위기에서 벗어난 바 있다.
민주당은 지난 6일 의사당 폭동 사태가 발생한 뒤 일사천리로 탄핵을 밀어부쳤다. 부통령과 내각이 대통령 직무 박탈을 결정할 수 있는 근거조항인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일단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요구했으나 예상대로 거부됐다. 그러자 탄핵안을 발의한지 불과 이틀만에 표결까지 완료한 것이다.
탄핵안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정부 제도의 안전을 심각한 위험에 빠트렸다"며 "그는 평화적 정권이양을 방해하고 대통령으로서의 신뢰를 배신했다"고 적시했다. 탄핵의 핵심 사유는 '내란 선동'이다.
이날 하원에선 다수 공화당 의원들이 나서 탄핵 부당성을 주장했다. 케빈 맥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탄핵은 미국을 더욱 분열시키는 행위"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의사당 폭동에 책임을 져야 하지만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는 것이 먼저"라고 반발했다. 그는 "통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조 바이든은 일주일 뒤 취임할 것이고 그를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톰 맥클린턴 의원(캘리포니아주)는 "이미 대선에서 패배했고 임기가 일주일 남은 대통령을 탄핵할 이유가 없다"며 "청문회도 열지 않고 탄핵 표결을 하는 것은 절차적으로도 옳지 않다"고 반대했다. 그러면서 남북전쟁에서 60만명이 사망했던 역사적 교훈을 상기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일한 오마르 민주당 하원의원(미네소타주)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내란을 선동한 것은 명백하다"며 "더이상 민주주의를 위협하게 놔둬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하원에서 탄핵안이 의결됐지만 한국 절차에 비유하면 국회가 탄핵소추를 한 것과 유사한 절차다. 한국에선 헌법재판소가 탄핵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것처럼 미국은 상원에서 3분의 2 찬성이 있어야 탄핵이 완성된다. 하원은 즉각 상원에 탄핵안을 송부할 수도 있고 일정기간 보류했다가 보낼 수도 있다. 민주당은 지난 5일 조지아주 결선투표에서 당선된 상원의원 2명이 아직 공식 취임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이 이달 말 원내 입성할 때까지 시간을 끌 가능성이 있다.
상원으로 탄핵안이 넘어가면 연방대법원장이 주재하는 탄핵심판을 거쳐 최종 투표가 진행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상원이 19일에야 휴회를 마치고 복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하는 20일 전에 탄핵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은 없다. 일단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탄핵안이 이첩되면 청문회 등 절차를 진행하는 데 반대하진 않겠다는 입장을 이날 표명했다. 그는 이어 자신이 탄핵에 찬성할지 반대할지는 아직 결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후 상원에서 탄핵된다면 미국 역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최종 탄핵된 사례가 된다. 과거 앤드루 존슨,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하원에서 탄핵됐으나 상원에선 부결된 바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하거나 향후 대선 재출마 등 공무 담임권을 박탈하려면 별도 의결이 필요하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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