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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5년차 문 대통령, ‘국민 통합’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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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 집권 후반기 맞아 공약이행과 선거정국 중도층 껴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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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월 11일 청와대 본관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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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시작부터 ‘국민 통합’이 화두다. 집권 5년차를 맞은 정부와 여당이 각각 통합을 거론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7일 청와대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신년인사회에서 “새해는 통합의 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장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과 연결되며 논란을 낳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통합’을 ‘포용’으로 바꿨다.

대통령이 ‘통합’을 말하는 것은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문 대통령도 당선이 확정된 직후 ‘통합의 나라, 국민 모두의 대통령’을 약속했다. 2018년 신년사에서도 ‘국민 통합’을 언급했다. 하지만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대통령의 ‘통합’은 모호한 말이 되고 있다. ‘통합’의 의미와 범위를 분명히 밝히지 않고 여론을 보고 대응한다. 이러한 행보는 정권의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

국민 통합은 가능할까
문재인 정부는 취임 이후 꾸준히 높은 지지를 받았다. 대통령 취임 직후 지지율은 80%를 넘나들었다. 문 대통령은 투표율 77.2%를 기록한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41.1%를 득표해 당선됐다. 이는 투표장에서 그를 선택하지 않았던 사람들까지 집권 초반 문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기민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은 “높은 지지도는 전임 정부의 무능과 부패의 반사 효과”라며 “문재인 정부가 ‘무엇을 하든’ 전 정권과 비교돼 긍정적 평가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높은 지지율은 문재인 정부의 특성을 보여준다. 기존 대통령들은 ‘경제발전’, ‘민주주의’ 등의 목표를 선제적으로 제시해 국민 지지를 이끌어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탄핵 정국을 만든 국민에게 선택받은 측면이 있다. 열성 지지자들을 의미하는 ‘팬덤’ 형성은 이를 잘 보여준다. 양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팬덤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던 ‘노사모’와는 다르다. 노사모가 정치적 운명을 함께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었다면 문 대통령 팬덤에는 정치적 목적을 가진 사람 외에 탄핵 정국 속에서 문 대통령을 선택한 사람들이 혼재돼 있다.

선택을 한 사람들은 각자의 기대에 어긋나면 지지를 손쉽게 철회할 수 있다. 굳이 문 대통령이 아니어도 되기 때문이다. 주요 쟁점에서 대통령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것은 지지층의 이러한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 실제로 이런 상황을 보여주는 것은 50~60%를 넘나들며 견고했던 대통령 지지율의 급속한 하락이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최근 5개의 여론조사를 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모두 40%대에 머물렀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국정운영을 뒷받침할 동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서는 ‘국민 통합’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진보든 보수든 대통령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반면 핵심 지지층만 남은 상황이라면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외연 확장을 의미하는 ‘통합’에 지지층이 반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은 통합보다 지지층 결집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지지층만 잘 결집해도 자신이 원하는 정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존 국정운영 방식 역시 ‘국민 통합’과는 거리가 있다. 국정운영 방식은 도덕적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전략과 관련된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은 ‘적폐 청산’, ‘공수처 설치’ 과정 등에서 잘 드러난다. 지배층과 민중을 구분하고, 관료·사법 등의 제도가 지배층 이익에 봉사한다는 것이 정책 추진의 이유가 됐다. 또 청와대는 언론 보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대중과의 직접 소통도 강화했다.

이는 윌리엄 갈스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등이 말하는 포퓰리즘의 모습이다. 국내에서 포퓰리즘은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지만 이는 정치적 전략일 뿐이다. 다만 통합과는 상반되는 개념이다. 정진영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는 “포퓰리즘과 국민 통합을 함께 말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정치적 계산에 따라 전략적으로 국민 통합을 내걸 수는 있다”고 말했다.

왜 지금 통합을 말할까
문 대통령의 ‘통합’ 발언을 두고 전문가들은 ‘공약이행’과 ‘선거’ 두가지 측면을 지적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 대통합과 탕평이 대통령 공약이었는데 아직 지키지 못했다”며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부족한 부분들을 챙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코앞으로 닥쳐온 선거정국을 고려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오는 4월에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가 있다. 2022년에는 대통령 선거도 예정돼 있다. 핵심 지지층만으로 선거에 이긴다고 장담할 수 없다. 특히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지는 경우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

신 교수는 “레임덕은 늪과 같아서 한번 빠져들면 걷잡을 수 없고, 국정운영도 어려워진다”며 “이를 막기 위해 통합이든 지지층 결집이든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궐선거에 앞서 지지율 45%를 유지하느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40% 중반대의 지지율에서는 지지층을 결집하는 것만으로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지만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중도로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 역시 “대통령의 말에 의미와 목적이 없는 경우는 없다”며 “선거만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겠지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한 복선을 깔아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민 통합은 구체적인 형태로 확인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통합 어젠다를 선점한 쪽이 “우리가 선거에서 이기면 국민 통합”이라고 말해도 반박이 어렵다. 모든 부분에서 통합의 정도를 수치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 통합을 명분으로 두 전임 대통령의 사면론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면이 국민 통합에 기여한다는 논리는 결국, 민주당의 선거 승리로만 입증이 가능하다.

양 연구원은 “사실, 모든 정권은 국민 통합을 이야기하지만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결국 ‘지지세력’을 결집해 대결하는 양상으로 가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문 대통령은 국민 통합을 강조하는 ‘탕평’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반면, 청와대와 여당은 지지세력을 결집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나누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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