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브렉시트로 통관 복잡해져” 영국 오려던 페리 아일랜드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북아일랜드-잉글랜드 노선 투입하려던 최신식 페리선 아일랜드~프랑스 노선에 투입

브렉시트 후 통관절차 부활하자 영국行 수요 뚝 끊겨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달성 뒤 채 3주도 지나지 않아 영국 노선에 투입되려던 최신형 페리 선박이 수요 감소와 번거로운 통관 절차를 이유로 아일랜드~프랑스 노선으로 변경됐다. 선사 측은 ‘잠정적(temporarily)’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브렉시트 이후 유럽 물류가 급속도로 바뀌고 있는 단면을 보여준다는 얘기도 나온다.

조선일보

영국 노선 투입 직전 아일랜드-프랑스 노선에 투입된 최신식 페리선박 스테나 엠블라호. /스테나 라인 홈페이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웨덴 예테보리에 본사를 둔 유럽의 대형 페리 선사 스테나 라인은 이달초 중국에서 건조해 들여온 새 페리선 ‘스테나 엠블라’를 당초 예정됐던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잉글랜드 리버풀 노선 대신 아일랜드 로슬레어~프랑스 쉐르부르로 변경했다고 지난 13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이에 따라 14일 밤 8시 25분(현지 시각) 로슬레어에서 첫 배가 떠났다. 이 노선은 주 3회 왕복 운행된다. 이에 따라 해당 노선의 운항 횟수는 주 6회로 두 배가 됐다.

이 배는 이달 초 베이징을 떠나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 도착해 잉글랜드 리버풀을 오가는 기존 소형 페리선을 대체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지난 아일랜드 로슬레어로 이동하며 등록지를 바꾼 것이다. 이처럼 결정한 배경에 대해 스테나 라인은 “브렉시트와 관련한 수요 변경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원래 투입될 예정이었던 벨파스트~리버풀 노선은 영국 국내 항로이지만, 아일랜드와 유럽 본토를 잇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해 여객-화물 수요가 많았다. 하지만 이는 영국이 유럽연합(EU)의 일원으로 영국·아일랜드·유럽본토 사이에 거주·이전·통관이 자유로웠을 때의 얘기다.

조선일보

지난 15일 잉글랜드 동남부 애시포드의 한 검문소에서 화물트럭들이 통관절차를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영국이 브렉시트 확정으로 올해부터 EU에서 완전히 떨어져나가면서 ‘외국’이 돼 유럽 본토를 오갈 때 번거로운 통관 절차가 부활하자 여객과 화물 수요가 확 줄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테나 라인 측을 인용해 올해 1월 첫 2주간 벨파스트~리버풀 노선 물동량은 작년 동기대비 26% 줄었다고 전했다. 대신 영국을 건너뛰고 아일랜드와 유럽 본토를 직접 잇는 최단노선인 로슬레어~쉐르부르 노선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로슬레어 항 관리국 측이 FT에 “작년 동기 대비 유럽본토 노선 교통량이 6배나 증가했다”고 밝힐 정도다. 스테나 라인의 폴 그랜트 아일랜드 해운 담당 국장은 “브렉시트로 인해 확실히 아일랜드~유럽 본토 직항 수요가 급증했고, 특히 화물 수요가 늘었다”고 말했다.

아일랜드 측은 반색하고 있다. 클렌 카 로슬레어 항 관리책임자는 최신 선박을 투입한 선사 측에 감사를 전하고 “유럽 본토행 수요의 갑작스런 급증에 맞춰 스테나 라인 측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아일랜드를 직접 잇는 뱃길도 한산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웨일스의 항구도시인 홀리헤드와 피시가드에서 아일랜드를 오가는 해운 교통량이 브렉시트 이후 수요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70%·75%나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FT는 전했다. 영국 내 코로나 봉쇄조치로 여행 수요가 급감한데다 화물차 운전자들이 영국으로 들어갔다 나올 때의 번거로운 통관 절차로 이동이 지체되는 것을 우려해 아일랜드에서 유럽 본토로 바로 가는 뱃길을 선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수요 변동은 실제 노선 감축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영국과 아일랜드 페리 노선을 운행하는 또 다른 선사인 아이리시 페리스 선사는 수요 급감에 따라 홀리헤드와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을 오가는 페리 두 척 중 한 척을 철수하겠다고 15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정지섭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