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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단독] 초저금리 신용대출, `철밥통` 공무원이 싹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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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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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신용대출 중 금리가 연 1.5% 이하로 낮은 초저금리 대출은 공무원이 싹쓸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신용도가 가장 높은 1등급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연 2~3%인 것을 감안하면 공무원들은 신용 1등급보다 1%포인트 이상 낮은 대출을 받고 있는 셈이다.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무원이 은행의 초저금리 대출시장에서도 맹위를 떨치는 모습이다.

18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신용대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에서 1.5% 미만 초저금리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 11만1739명 중 98.6%(11만197명)가 공무원이었다. 공무원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지 않지만 대기업 직원은 물론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보다 훨씬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고 있어 주목을 끌었다.

대출금리가 연 1.5%보다 다소 높아도 여전히 공무원 비중은 컸다. 그러나 금리가 높을수록 공무원 비중은 줄었다. 금리 1.5~2.0% 신용대출에서 차주 25만9451명 중 공무원은 44.9%를 차지했고 금리 2.0~2.5%에서는 차주 69만4897명 중 공무원이 34.8%로 줄었다. 은행별 공무원 차주 비중을 보면 국민은행이 무려 99.9%로 가장 높았다. 국민은행에서 금리 1.5% 미만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 총 10만6938명 중 84명을 뺀 나머지 10만6854명이 모두 공무원이었다.

이어 신한은행은 금리 1.5% 미만 신용대출 차주 3509명 중 공무원 비중이 87.2%였다. 그 뒤를 농협(42.2%) 하나(12.1%) 우리은행(2.5%)이 이었다. 다만 농협·하나·우리은행은 해당 차주 수가 각각 세 자릿수로 규모가 작았다.

은행들은 공무원이 초저금리를 독차지하는 주된 이유로 직종상 매우 낮은 대출부실 위험을 꼽는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공무원은 부실률이 크지 않아 리스크가 낮게 매겨지고 결국 저금리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의사·변호사나 대기업 직원은 소득이 높더라도 공무원보다 부실 리스크가 더 높기 때문에 그만큼 더 높은 금리가 적용된다는 뜻이다.

공무원 대출 부실률을 나타내는 지표로는 연체율이 대표적이다. 이 관계자는 "개인별 차이는 있지만 공무원의 대출 원리금 연체율이 다른 직종보다 대체적으로 낮다"고 밝혔다.

공무원의 부실 리스크는 형식적으로는 국가 리스크와 연동돼 있다. 전문직 고소득자나 대기업 임직원은 자신의 일터가 불황 등으로 폐업할 수도 있지만 공무원은 국가 부도라는 극단적인 상황이 오지 않는 한 직업 안정성을 누릴 수 있다. 또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품위 유지 의무를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금융 거래도 건전하게 해서 부실 위험이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은행들이 영업·마케팅 일환으로 공무원단체와 협약을 통해 공무원 전용 초저금리 상품을 운영하는 것도 중요 원인으로 꼽힌다. 국민은행은 2017년 8월 경찰청과 5년 동안 최저금리 상품인 '무궁화 신용대출' 협약을 맺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전국 경찰공무원 약 12만명이 이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또 은행들은 협약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무원 전용 신용대출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이 역시 부실률이 낮은 우량 고객 확보를 위한 영업전략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8월 말 기준 공무원신용대출, 소방행복대출, 군인대출, 참수리(경찰)대출, 시도금고메이트, 서울메이트 등 6가지 공무원 전용 저리 신용대출 상품을 통해 1조5000억원 이상의 대출을 실행 중이다.

한편 공무원이 직종 특성상 초저금리를 받는 것과는 별도로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직군에 대한 은행권의 금리 배려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공무원 대출의 초저금리 현상은 직업 안정성과 같은 정성적 항목이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하면서 "은행권은 중소기업 종사자나 소상공인에 대해서도 금리 인하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정보를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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