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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떠나기 전에 막판 사면 받자… 뜨거워진 '면죄부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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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측근들, '사면 로비해 줄게' 거액 받아"
CNN "퇴임 직전 100명 무더기 사면ㆍ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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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퇴임을 앞둔 지난해 12월 23일 휴가를 떠나며 사돈인 찰스 쿠슈너(가운데) 등 측근 29명을 대상으로 대거 사면과 감형을 단행했다. 사진은 쿠슈너(중앙)가 2005년 3월 뉴저지주 뉴어크의 연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뉴어크=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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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퇴임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에서 돈을 주고 면죄부를 사는 ‘사면 시장’이 급격히 달아올랐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떠나면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것으로 여기는 범죄자들을 상대로 로비해 주겠다며 영업에 나선 대통령의 측근들이 분위기를 이끈다는 분석이다.

NYT가 지목한 대표적 사면 로비스트는 연방 검사 출신으로 백악관의 사면ㆍ감형 관련 자문에 응해 온 브렛 톨먼이다. 신문에 따르면 그는 최근 몇 주간 사면 관련 로비로 수만 달러(수천만 원) 넘게 벌었다. 아들이 사면되기를 바라는 전 아칸소주(州) 공화당 상원의원, 악명 높은 온라인 마약 시장 ‘실크로드’ 설립자, 송금 사기 혐의를 인정한 뉴욕 맨해튼 사교계 명사 등이 고객이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지명한 유타주 연방 검사였던 톨먼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옹호한 양형법 개정을 지지했고, 2018년 12월 백악관 서명식에 초청됐다. 이후 자신의 로펌 웹사이트에 탈세와 증인 조작, 선거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부유한 부동산 개발업자 찰스 쿠슈너(쿠슈너 보좌관 부친이자 트럼프 대통령 사돈) 등 3명의 사면과 감형을 도왔다는 ‘성과’를 내세웠고, 저명한 사면 요청 대상으로 부상했다.

뿐만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 개인 변호사인 존 다우드는 트럼프 대통령, 쿠슈너 보좌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사면 로비를 벌였고, 내부자 거래 혐의가 인정된 라스베이거스의 부유한 스포츠 도박꾼 윌리엄 T 월터스로부터 수만 달러를 수수료로 받아 챙겼다고 한다. 또 전 트럼프 선거 캠프 고문 카렌 조노는 기밀 정보를 불법 공개한 혐의로 유죄가 선고된 전 중앙정보국(CIA) 직원 존 키리아쿠의 사면 로비 착수금으로 5만달러를 받았고, 사면이 성사되면 5만달러의 보너스를 받는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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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텍사스주 알라모의 미국과 멕시코 간 국경 장벽을 둘러본 뒤 연설하고 있다. 알라모=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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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면 수요가 급증한 건 트럼프 대통령이 떠나면 더는 ‘변칙적’ 사면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범죄자들의 조바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8일 잭 골드스미스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팀의 조사를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사면하거나 감형한 94명 중 최소 84명이 ‘대통령과 개인적 또는 정치적으로 연결돼 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 사면권 행사의 ‘임의성’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는 게 NYT의 지적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임기 말에 사면ㆍ감형한 170명 중 가족ㆍ측근에게 거액을 준 사람이 있긴 하지만, 법무부가 자격을 면밀하게 검토한 뒤에야 이뤄졌다고 이 신문은 소개했다. 1990년부터 7년간 미 법무부에서 사면ㆍ감형 업무를 담당했던 마거릿 러브는 NYT에 “이런 거래와 특권 시스템은 규정에 따라 줄 서 있는 수백 명의 서민을 무시하고 최소한 공정한 것처럼 보이게라도 하려는 법무부의 오랜 노력을 무너뜨린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더기 사면을 강행할 전망이다. 18일 미 CNN방송은 소식통 3명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전날인 19일 100명가량을 사면ㆍ감형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17일 대상자 확정을 위한 회의를 열었고, 화이트칼라 범죄자, 유명 래퍼 등이 들어갔다고 CNN은 전했다.

다만 대상자는 여전히 유동적이라는 전언이다. 한 소식통은 CNN에 측근과 이익단체의 민원들이 막판까지 백악관 내부에서 각축했고 발표 직전까지 대상자 명단에 추가ㆍ탈락이 계속될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 기준은 퇴임 뒤 자신이 ‘이득을 기대할 만한 인물이냐’라는 게 측근들의 예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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