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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중앙은행(BOE)은 양적완화(QE)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주 영국 BOE 내부감시기구(IEO)가 발표한 QE정책에 대한 평가다. IEO는 QE에 대한 이해부족이 효과적인 소통을 어렵게 해 대부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통화정책이 돼 버렸고 자산가격 폭등·부의 격차를 초래했다는 논쟁을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QE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기에 대응해 중앙은행이 국채매입으로 정부의 자금조달 비용을 줄이고자 하는데 목표가 있다고 많은 투자자들은 믿고 있다. 그런데 최근 자산가격이 오른데다 에너지·금속 등 국제상품가격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 국제유가(브렌트유)는 펜데믹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55달러를 넘어섰다.
자산가격 뿐 아니라 상품가격도 오르는 것은 지난 10여년동안 잊혀진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충분한 개연성을 가진다. 시장이 예상하는 인플레이션은 국채수익률에서 원금과 이자가 물가에 연동되는 물가연동국채의 수익률을 차감해 추정할 수 있다. 이에 근거한 미국의 인플레이션 추정치는 1월 5일 만기에 관계없이 모두 2%를 넘어섰다. 투자자들은 물가상승에 따른 위험을 재평가하고 있다. 물가연동국채는 인플레이션 위험을 헤징하는 최상의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작년 한 해 35%의 투자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다.
물가상승은 경기회복이 선행되면서 뒤따른다. 선진국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으나 코로나19 백신접종 후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기대하며 주식시장은 주도주를 기술주에서 경기민감주로 교체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보복소비와 같은 수요나 (미·중 갈등으로) 글로벌밸류체인(GVC)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비효율적인 생산에 따른 공급에서 비롯한다.
더 큰 우려는 평균물가목표제(AIT)를 도입하고, 인플레이션이 2%를 넘어서도 용인하겠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이다. Fed의 정책전환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가 실질금리를 충분히 떨어뜨려 경기회복을 유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Fed의 의도대로 물가연동국채 수익률로 측정된 실질금리는 마이너스 값에서 더 떨어지는 추세를 보인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많은 투자자들이 전망하듯 막대한 재정지출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된 국채의 이자비용을 낮추기 위해 Fed가 정책대응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다. 대선에서 승리하고 양원(兩院)까지 차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발표한 경기부양책은 이런 가능성을 더 키우고 있다.
1970년대에 경험했듯,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형성될 때 시장금리는 오르고 이를 낮추고자 하는 중앙은행의 의도는 인플레이션을 더 부추길 뿐이다. 수익률곡선통제(YCC)도 인플레이션이 낮을 때나 가능한 법이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팽배할 때 Fed는 AIT를 고수할 실익이 없기 때문에 결국 QE를 되돌릴 수밖에 없고, 이 때 2013년과 같은 긴축발작(테이퍼탠트럼)이 재연될 수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지가 최근 ‘바이든이 테이퍼탠트럼의 방아쇠를 당겼다’는 제목의 기고를 낸 이유다. 가능성은 낮지만, 인플레이션은 지난 10년여간 조성된 금융생태계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
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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