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대응 특수목적기계’의 양팔로 드럼통을 들어올리고 있다. 유압을 쓰는 로봇 양팔로 잔해와 같은 무거운 물체를 쉽게 옮기거나 부술 수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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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대응 특수목적기계’에 달린 팔로 물체를 옮기는 모습. 최대 200㎏짜리 물건을 이동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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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팔처럼 생긴 장비를 몸통에 부착해 재난 현장에서 잔해를 치우고 장애물을 걷어내는 신개념 로봇이 개발됐다. 웨어러블 조종 기술을 조합한 이번 로봇은 조작법도 쉬워 소방관 등 재난대응 인력의 신속한 구조 작업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한양대, 한국전자기술연구원, 한국기계산업진흥회 등과 공동으로 로봇과 건설기계 기술을 융합한 ‘재난대응 특수목적기계’를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에 개발된 로봇은 4개의 무한궤도 위에 길이 6m짜리 팔 두 개가 달린 형태다. 영화 <에일리언>의 작업용 크레인이나 <아바타>에 등장한 군용 로봇 ‘AMP슈트’를 연상하게 한다.
최근 유엔(UN)이 발표한 ‘2000~2019년 세계 재해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점차 심각해지면서 지난 20년간 태풍과 홍수 등의 대형재난 발생건수가 이보다 20년 앞선 기간(1980~1999년)보다 1.7배가량 늘어났다. 재난 현장에 크게 늘고 있지만 각종 잔해를 안전하고 손쉽게 치울 수 있는 전문 장비가 개발되지 않아 인명 구조나 초기 복구 작업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구진이 개발한 장비는 붕괴와 매몰 같은 재난 현장 맞춤형으로 만들어졌다. 로봇에 달린 팔 두 개로 잔해를 쥐고, 옮기고, 부수는 게 가능하다. 전진을 막는 벽과 같은 장애물이 있다면 틈을 벌려 돌파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기존 굴삭기는 땅파기에 특화돼 이런 동작을 효과적으로 하긴 어렵다. 로봇은 팔에 전기모터가 아닌 유압을 쓰기 때문에 힘도 세다. 최대 200㎏짜리 물건을 옮기거나 22㎜ 두께의 철근을 자른다.
이번 로봇의 또 다른 특징은 조작법이 쉽다는 것이다. 운전자는 웨어러블 형태의 조종기를 손에 쥐고 허공에서 자신의 팔을 휘저으며 로봇의 팔 두 개를 움직인다. 기존 굴삭기는 고정된 막대기 같은 조이스틱으로 다양한 움직임을 구현해야 하기 때문에 숙련된 조작 기술이 필요하지만, 새로 개발된 장비는 팔과 몸을 쓰며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어 복잡한 교육이 필요 없다. 연구진은 재난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직접 로봇 크레인에 올라타 잔해를 치우고 신속히 인명 구조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를 주도한 조정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박사는 “소방관들이 굴삭기 조작법을 익히려고 별도 훈련까지 하는 건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이번 장비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위험한 일을 사람 대신 하는 대체 장비 개발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운전석에 달린 웨어러블 조종장치. 간편하고 직관적인 조종이 가능해 복잡한 교육이 필요하지 않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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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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